정치 정치일반

"정책 실패하고 왜 임대사업자에 책임을"…국회로 간 집주인들

뉴스1

입력 2020.07.30 17:51

수정 2020.07.30 17:55

미래통합당 부동산시장 정상화특별위원회가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누구를 위한 부동산 정책인가? 패닉에 빠진 임대차 시장' 공청회를 개최했다. © 뉴스1 전형민 기자
미래통합당 부동산시장 정상화특별위원회가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누구를 위한 부동산 정책인가? 패닉에 빠진 임대차 시장' 공청회를 개최했다. © 뉴스1 전형민 기자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를 도입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30일 서울 송파구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전세와 월세 상담' 문구가 붙어 있다. © News1 송원영 기자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를 도입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30일 서울 송파구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전세와 월세 상담' 문구가 붙어 있다.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뉴스1) 전형민 기자 =
"부동산정책 실패해놓고 그 책임을 왜 임대사업자한테 돌립니까. 언제 세제 혜택 달라고 했습니까? 왜 이제 와서 다주택자 투기꾼으로 몰아서 마녀사냥을 합니까."


세입자의 전·월세 계약 기간을 4년간 보장하는 내용의 주택임대차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30일 오후, 의원회관에서는 임대인들의 목소리를 듣는 공청회가 열렸다.

미래통합당 부동산시장 정상화특별위원회와 임대인협의회 추진위원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누구를 위한 부동산 정책인가? 패닉에 빠진 임대차 시장' 공청회에는 100여 명에 이르는 임대인들이 참석해 3시간여 동안 각자 억울함을 토로했다.

부모님이 퇴직 후 화성 시골에서 노후용 다가구주택을 매입해 임대사업을 하고 계신다는 이미화 씨는 "화성 팔탄면에서 다가구주택 임대사업을 하시는 칠순이 넘은 제 부모님이 정말 부동산시장을 망치고 강남 아파트값을 폭등시킨 투기꾼이냐"며 획일적인 정부 부동산 정책의 부당함을 지적했다.

이 씨는 "정부가 권장하길래 부모님이 노후를 위해 가진 것을 정리해 시골에서 임대사업을 시작하셨는데, 갑자기 하루 만에 투기꾼이 됐다"라며 "저희 어머니가 나이 70이 넘어서 징역을 사셔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또 "정부가 팔라고 해서 주택을 내놓은 지 6개월이 지났지만, 보겠다고 연락도 오지 않는다.

안 되겠다 싶어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매입을 물어봤지만, 교통이 불편하고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아 매입 의사가 없다고 답했다"면서 "LH조차 입지가 좋지 않아서 사지 않겠다는 곳의 임대 공급을 하고 있던 사람이 정말 무주택 서민을 괴롭히는 적폐가 맞냐"고 되물었다.

이학준 씨는 정부 정책으로 분양 잔금을 치르지 못하게 됐다며 답답함을 하소연하기도 했다. 그는 "정부가 대출해주겠다는 말을 믿고 무리를 해서 대출을 받았는데 이제 와서 못 해주겠다고 하면 이미 대출을 받기로 한 사람은 어쩌라는 것이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 외에도 이날 공청회에서는 분양을 받으면서 잔금을 다 치르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전세를 주고, 자신도 다른 집에 세입자로 들어갔다가 현재 집에서는 나가야 하고, 자신의 집은 계약이 남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정과 대출 제한이 6억원을 기점으로 크게 갈리는 점 때문에 최근의 집값 상승이 부담스러운 사연 등이 소개됐다.

공청회 일부에서는 사연이 소개될 때마다 '문재인 파면' '더불어민주당 타도' 등 다소 험악한 구호가 나오기도 했다.

한편 이날 공청회는 김성호 변호사가 발제를 맡아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이날 본회의를 통과했거나 통과를 앞둔 임대차 3법 등의 예상 부작용을 조명했다.

김 변호사는 전·월세 신고제와 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임대차 3법에 표준임대료제와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강화를 포함한 임대차 5법을 언급하며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들은 결론적으로 헌법 원칙인 신뢰 보호의 원칙이 위배돼 위헌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발제 후에는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를 좌장으로 한 전문가들의 토론이 이어졌다. 토론에는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 성창엽 임대인협의회 추진위원장, 이인화 도원건축사무소 대표, 이형오 6·17 부동산집회 추진위원장, 권은정 임대차 3법 대책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패널들은 일제히 정부의 시장과 동떨어진 정책 남발을 비판했다.


성 위원장은 "임대인이 어려운 세상이라면 임차인이라도 행복해야 하는데, 지금은 임대인도 임차인도 모두가 어려운 세상이 됐다. 22번이나 수술에 실패한 의사한테 누가 몸을 맡기겠느냐"며 혀를 찼다.


이 대표는 "사지도 팔지도 못하게 하고 결국엔 가지고 있으면서 세금이나 내라는 얘기"라고, 권은정 임대차 3법 대책위원장은 "임대가격의 통제보다 임대주택의 공급물량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