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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 채권단과 채무 구조조정 합의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8.05 06:56

수정 2020.08.05 06:56

[파이낸셜뉴스]

아르헨티나가 4일(이하 현지시간) 외국환 국채 650억달러에 관해 주요 채권자들과 채무 구조조정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 5월 9번째 디폴트(채무불이행)를 겪은 아르헨티나는 그동안 협상 결렬 위기를 숱하게 넘긴 뒤 드디어 이날 채권단과 합의했다.

성명에서 아르헨티나 정부는 합의를 통해 "채권단 그룹과 다른 채권 소유주들이 아르헨티나의 채무구조조정안을 지지하게 됐고, 대규모 부채 경감이 가능해졌다"고 밝혔다.

주요 채권단과 합의가 다른 채권자들의 동의를 이끌어내게 되면 아르헨티나는 2001년 디폴트 이후 겪었던 수년간의 재앙적인 국제 금융시장 배제를 겪지 않아도 된다.

이른바 벌처펀드(독수리펀드)라고 부르는 미국 헤지펀드들이 아르헨티나 채권을 사들인 뒤 채무구조조정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미국 법원에 소송을 내는 바람에 아르헨티나는 당시 채권자들과 채무구조조정에 합의하고도 국제 자금시장에 접근할 수가 없었다.

아르헨티나는 결국 벌처펀드들에 막대한 돈을 준 뒤에야 소송이 취하돼 국제자금 시장에 복귀할 수 있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을 비롯해 애시모어, 피델리티, T로 프라이스 등이 대규모 채권단 주요 기관투자가들로 협상에 참여했다.

또 헤지펀드 VR 캐피털, 모나크 대체자본 역시 2번째 그룹으로 협상에 참여했고 GMO는 가장 작은 채권단 그룹의 일원으로 목소리를 냈다.

채권단들은 지난달 아르헨티나 정부를 압박하기 위해 하나로 목소리를 모았고, 결국 합의를 이끌어냈다.

아르헨티나 정부가 의도했던 것보다는 부채 경감 폭이 작아졌다.

마틴 구즈만 아르헨티나 경제장관은 채권단이 제시한 조건이 아르헨티나에 극심한 충격을 주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며 거부했지만 이후 일부 부채 지급은 예상보다 일찍 추진하기로 하는 양보안으로 결국 합의에 이르렀다.

한 채권단 소식통은 채권단이 점점 지쳐갔고, 결국 아르헨티나 정부의 양보안을 받아들여 진전을 이루는 것이 더 의미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

이날 합의안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국채는 1달러당 55센트 수준으로 가치가 낮아지게 된다. 아르헨티나 채무가 45% 줄어드는 것을 뜻한다. 일부 채권자들은 60센트 이상은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지만 수정안이 결국 통과됐다.

이는 아르헨티나 정부가 당초 제시한 40센트보다는 15센트 높은 가격이다.

블랙록 산하의 블루베이 자산운용 선임 전략가 그레이엄 스톡은 "양측이 양보해야만 했다"면서 "아르헨티나 정부와 채권단 모두가 공생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아직 채권단의 표결이 남아 있고, 일부 채권단이 이를 거부할 가능성은 여전하다.

그러나 협상 소식통에 따르면 채권단 표결에서 부결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합의에 동의한 채권단이 전체 채권의 50~60%를 차지하고 있고, 아르헨티나가 약 30~35% 지지를 추가로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채권단 합의가 이뤄지면 아르헨티나는 2018년 외환위기 당시 440억달러를 지원한 국제통화기금(IMF)과 채무협상에 나서게 된다.

아르헨티나는 강도 높은 긴축을 피하기 위해 2021~2023년인 채무상환 만기를 늦추기를 원하고 있다.

한편 이날 채무구조조정 협상 타결 소식에 아르헨티나 국채 가격은 상승했다.


2028년 만기 국채 가격은 이날 3% 넘게 올라 달러당 46센트로 뛰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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