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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서] 의사 수보다 의료 불균형이 문제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8.06 18:26

수정 2020.08.06 18:26

[여의도에서] 의사 수보다 의료 불균형이 문제
의사 파업은 이번이 세번째다. 이전에는 2000년 의약분업 반대, 2014년 원격진료 추진 반대가 있었다.

이번 파업의 가장 중요한 쟁점은 의사 정원 확충이다.

정부가 2022년부터 10년간 1년에 400명씩 총 4000명의 의사를 늘리기로 했다. 늘어나는 의사는 의사가 부족한 지역과 역학조사관, 산업계 등에서 필요한 인력을 증원한다는 것이다. 400명 중 300명은 '지역의사'로, 50명은 감염내과, 소아외과, 역학조사관 등 특수·전문분야 의사, 50명은 바이오·제약·의료기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의사과학자로 만들 계획이다.
2032년이 되면 다시 원래 수준인 3058명으로 감축한다. 현재 우리나라 의사면허 보유자는 12만6724명이고, 이 중 83.4%인 10만5628명이 활동하고 있다.

정부는 왜 의사 정원을 늘리려고 하는 것일까.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의사 수는 1000명당 2.4명으로 OECD 평균 3.5명과 비교하면 부족하다. 하지만 의사당 진료환자 숫자가 많아 국민의 의료접근성은 다른 나라에 비해 훌륭하다.

문제는 수도권과 지방의 불균형이 심하고 감염내과, 소아외과 등 특수분야 의사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기준 서울 의사 수는 1000명당 3.1명이지만 세종은 0.9명, 경북 1.4명, 울산 1.5명, 충남은 1.5명 등으로 부족하다. 대학입시에서 수능 상위자들이 의과대 인원을 채우고 일명 SKY에 진학한다는 말이 있다. 따라서 이들의 연고지가 수도권일 가능성이 높다. 실제 대학 소재 시·도에서 의과대 졸업생이 계속 근무하는 비율은 울산 7.0%, 경북 10.1%, 강원 13.8%, 충남 16.6% 순으로 매우 낮다. 졸업하면 서울 등 대도시로 가기 때문이다.

당연히 지방에는 의사들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자녀 교육문제도 걸려 있다. 지방은 좋은 의사 모시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 힘들다. 이 때문에 필수 과인 경우에는 서울보다 지방 의사들의 연봉이 더 높다. 그래도 의사들이 지원을 안한다고 호소하는 지방 대학병원이 많다.

하지만 최대집 의협 회장은 "우리나라는 의사 수가 부족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의사 수가 향후 10년 내외로 OECD 평균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수도권에 한정될 수밖에 없다. 의사 수가 늘어나도 지방 의사들 숫자가 증가하겠느냐는 의문이 남는다. 의료계에서는 "공공의료기관 등 필요한 곳에 근무하는 의사를 채용할 때 좋은 조건을 제시하면 의사들이 자연스럽게 지원하는데 열악한 처우를 제시하면서 사람을 채용하려고 한다"고 말한다.

물론 모든 의사들이 정원 추가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대한병원협회는 의대 정원 확대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표명하면서 개원의들의 비판을 받았다.
한 교수는 본지 기고를 통해 "우리나라의 기초의학 분야 의사들이 고사되었다는 뉴스는 이미 10년 전부터 나오고 있던 터라 이제라도 이런 계획이 발표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역학조사 등 예방의학자도 더 늘려야 코로나19 장기전을 준비하고, 다가오는 불확실한 감염의 시대를 대비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의사 숫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서울과 지방, 임상과 연구의사들의 의료불균형을 어떻게 찾아야 할지 해법을 찾는 게 더 중요해 보인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산업2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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