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10년간 의사를 총 4000명 증원한다는 정부와 여당의 방침이 이번 사태의 도화선이 됐다. 당정은 지난 24일 2022학년도부터 의과대학 학부 신입생을 매년 400명씩 10년간 한시적으로 늘린다고 발표했었다. 올 상반기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체감한 의료인력난에 따른 대안이었다. 인구 1000명당 한국 의사 수는 2.3명(2017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치(3.4명)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그러나 당정이 의료계와 충분한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게 화근이었다. 지난 7일 전공의 파업현장에 내걸린 '소통하라'는 플래카드들이 그 방증이다. 사실 우리나라 의사 1인당 진료환자 숫자는 OECD 국가 수치를 웃돌고 있다. 적은 의사 수에 비해 국민이 평균적으로는 양질의 의료접근권을 누리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다만 지역 의대 졸업생마저 수도권으로 몰리는 게 문제다. 어찌 보면 의사 수의 절대 부족보다 지역 간 의사 수의 불균형이 더 큰 난제란 얘기다.
정부와 의료계 모두 한 발짝 물러서 파국은 막아야 한다. 우선 의료계는 지역 의사 부족이나 4차 산업혁명기의 생명공학기술(BT)을 연구할 의과학자 확충 필요성은 인정해야 한다. 정부도 저출산이 고착화되는 추세 속에 의사 정원을 무턱대고 늘리면 과잉진료나 의료비 부담 증가 등 각종 부작용이 생길 소지도 감안해야 한다. 의대 정원 확대 폭에만 집착하지 말고 서울과 지방, 임상과 의과학 연구인력 간 불균형 해소에 초점을 맞춰 양측이 머리를 맞대 합리적 절충점을 찾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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