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때일수록 정부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다. 우선 거시적 안목을 가져야 한다. 거시적 안목이란 정통적인 경기부양책이다. 수해 지역에 대한 지원은 필요하겠으나, 제발 몇 달 전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긴급재난지원금과 같은 소모적 지출에 재정을 낭비하지 않았으면 한다. 지금은 인기영합적 정책들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배가 가라앉는데 페인트가 벗겨진 곳을 다시 칠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배가 앞으로 나가면서 배수펌프가 작동될 수 있도록, 문제의 핵심인 엔진을 가동시켜야 한다. 특히 토건(土建)을 적폐로 생각하는 사고에서 벗어나자. 경기부양의 정통적 수단은 토건이다. 올해만은 토건에 의지하지 않고는 경기부양은 어렵다. 더구나 국민 안전을 위한 인프라 재건이라는 좋은 명분도 있다. 둘째, 신속한 대응이다. 정치권은 여야 할 것 없이 재원이 모자랄 것 같으니 4차 추경을 편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런데 지금 8월이다. 언제 추경안을 만들어서 언제 국회를 통과하고 언제 집행을 하겠는가. 아직 3차 추경도 다 집행이 되지 않았을 터이다. 현실적으로도 우선 발 빠르게 예비비를 동원하고 모자란 것은 다른 방법을 찾는 것이 옳다. 추경을 가지고 세월아 네월아 하는 동안 그만큼 경제 회생의 가능성은 사라진다. 셋째, 정치적 고려를 배제한 순수한 경제정책이 필요하다. 이제 지자체의 로비 시스템이 작동하면서 또 퍼주기 식의 재정 지원을 자랑스럽게 발표하는 정책 당국의 모습이 그려진다. 지금은 오로지 경제만을 생각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정말 민생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
지금쯤이면 이미 피해복구 방안, 그것을 위한 재원 마련 방안, 장마 이후의 물가안정 방안 등이 나왔어야 한다. 비가 그치고 나서 하자는 약속이라도 되어 있는 것일까? 정권의 자존심이 걸린 것 같은 부동산시장 대책에 목매는 정부보다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정부가 절실하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경제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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