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갓 졸업한 학생 전장에 강제 동원
일제 노동력과 병력의 원천으로 학생 인식
[파이낸셜뉴스]
일제 노동력과 병력의 원천으로 학생 인식
"진취적, 순종적, 5월 보리깜부기 15000뿌리 뽑음 (근로동원에 관한 아동조서, 1944년)"
일제강점기 당시 아동과 여성이 강제 동원됐다는 근거가 될 자료들이 13일 최초 공개됐다.
국가기록원 이영도 연구관은 이날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진행된 '전쟁에 동원된 아동과 여성' 전시회 기자 간담회에서 1944년 작성된 '아동조서'를 소개했다. 당시 충남 공주 장기국민학교 6학년 학생이 강제 근로에 동원된 내용이 담긴 자료다.
노역에 동원된 횟수, 작업 내용과 함께 '말도 없이 일했다' '순종적' 등 작업 능력과 태도까지 구체적인 사항이 적혀있다. 이 연구관은 "4월에는 4~5회 강제 동원되지만 10월에는 20회로 늘어난다"며 "사실상 공부가 아닌 노역에만 동원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5월에 보리깜부기(병충해에 걸린 보리) 뽑기에 4번 동원됐다고 나오는데, 총 1만5000뿌리를 뽑았다고도 쓰여 있다"며 "12세 아이가 하루에 4000뿌리정도를 뽑은 것"이라며 안타까워 했다.
일제는 이미 1938년부터 학교별로 '근로보국대'를 결성하고 학생 근로봉사를 강제했다. 초기에는 10일 정도 동원하는데 그쳤으나, 전쟁이 심화되고 노동력이 부족해지자 1년까지 기간을 늘렸다.
일제가 학생들을 노동력과 병력의 원천으로 인식했음을 입증하는 구체적인 사례도 공개됐다. 1943년 3월 작성된 군산공립중학교 소속 한 학생의 '학적부'에는 근로보국대를 수료한 내용이 적혀있다. 그런데 이 학생의 이름을 일선 파견부대 군인·군속 명부인 '유수명부' '공탁서' 등에서도 발견했다. 일제가 갓 중학교를 졸업한 학생을 전장에 강제 동원한 것이다.
여성들이 침략전쟁 최일선에 동원된 근거 자료도 소개했다. 강제 동원된 여성들은 '유수명부' '병적전시명부' 등 속에서 적십자간호부, 구호간호부, 보조간호부 등으로 등장한다. 간호사 외에도 타자수, 세탁원, 교환원 등으로도 일했다고도 기재돼있어, 국내·외에 동원된 여성들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번 전시는 행정안전부 산하 국가기록원, 국립중앙도서관, 동북아역사재단 등 3개 기관이 각자 보유한 관련 기록과 연구 성과를 한 데 모아 준비한 부처 간 협업 프로젝트다. 오는 9월 4일까지 일반에도 공개된다.
eco@fnnews.com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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