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구멍난 재정… 외제 헬기 살 돈은 있나

김용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8.17 16:01

수정 2020.08.17 19:35

[기자수첩] 구멍난 재정… 외제 헬기 살 돈은 있나
'세수절벽'이다. 올 상반기 정부 총수입은 226조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조1000억원이 줄었다. 반면 지출은 316조원으로 31조4000억원 증가해 수지 적자폭이 커졌다. 세금은 덜 걷혔는데 지출은 더 늘었다. 그럴 수 있다.
'헬리콥터식 살포'란 비판도 있지만, 코로나로 문 닫는 동네 치킨집이 속출하고 멀쩡했던 항공사가 셧다운을 결정한 지난봄을 떠올리면 정부가 헛돈을 쓴 건 아니다. 기업과 각 가정에 '수액주사'를 꽂은 덕분에 대한민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유일하게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한 국가가 됐다. 그래도 우려는 여전하다. 당장 비 피해가 걱정이다.

정부가 꼭 써야 하는 지출이 또 생긴 셈이다. 그래서 허투루 나가는 돈은 없어야 한다. 하지만 정부 근처에만 있어도 헛돈 나가는 소리가 들린다. 대표 사례가 소방청이 지난 4일 공개입찰에 들어간 다목적 중형소방헬기 2대다. 19일 개찰을 앞두고 있지만 관련 업계에선 소방청이 이미 외산 헬기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걸 모르는 이가 없다. 국산 헬기가 없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우리도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자체 개발한 '수리온'이란 멀쩡한 헬기가 있다. 수리온은 특히 무려 1조3000억원이란 막대한 혈세를 들여 개발했다. 이런 헬기를 우리 정부조차 쓰지 않으면 누가 쓴단 말이냐는 푸념도 나온다. 소방청이 책정해 둔 헬기 값은 460억원이다. 정부가 세법을 고쳐 더 걷어들이는 종합부동산세가 9000억원가량이란 걸 감안하면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구입 후 관리비는 훨씬 많이 든다. 수리온이 안전점검과 경정비 등에 정기점검 비용이 2년에 약 3억원인 반면 외산은1년에 13억원가량이 든다. 국산차 와이퍼는 몇 만원에 교체할 수 있지만, 수입차는 수십만원이 드는 것과 같은 이치다. 외산은 심지어 국내엔 정비팀조차 없어 일본 등에서 인력을 모셔와야 한다. 관용헬기는 현재 총 121대다. 이 중 국산헬기는 14대(12%)뿐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가 외제만 밝히니 국회까지 나섰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국가·지자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바로 그것이다.
"혈세를 사용하는 정부조달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국내산업 보호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기 위해 발의했다"는 홍 의원의 목소리를 소방청이 귀담아듣길 바란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경제부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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