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취업

코로나 재확산.. 대·중소기업 고용 양극화 키운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8.22 16:18

수정 2020.08.22 16:18

#. 경기도 광주에 본사를 둔 중소기업 A사는 최근 서울사무소 인력 채용을 사실상 포기했다.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재확산되면서 뽑을 엄두가 나지 않아서다. A사 관계자는 "경기가 어려워도 투자 차원에서 신규 채용을 추진했지만 코로나19가 다시 확산돼 기약없이 미뤘다"며 "구직자를 회사에 부르기도 힘들고, 언택트 채용을 준비할 여력도 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잡코리아 제공
잡코리아 제공

[파이낸셜뉴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대·중소기업 간 '채용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대기업들은 기존 수시채용 기반의 '언택트(비대면) 채용'을 통해 신규고용 회복세가 두드러진다.

이에 비해 채용 인프라가 부족한 중소기업들은 인력난에도 선뜻 채용을 하지 못하고 있다. 구직자들도 경기 전반에 대한 불확성 고조로 중소기업 입사를 더욱 꺼리는 등 중기 채용시장에 급격히 움츠러들고 있다.

■중기,코로나19로 채용 급감
19일 취업포털 잡코리아 설문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80.1%는 "언택트 채용 전형을 도입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응답기업의 81.7%는 언택트 채용 전형을 도입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 잡코리아 관계자는 "많은 중소기업들이 비대면 채용 트렌드에 아직 적응하지 못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중소기업들의 채용 계획도 줄고 있다. 같은 조사에서 중소기업 절반(50.8%)만이 "직원을 채용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지난해 하반기(69.9%)와 비교해 19.1%포인트 줄어든 수치다.

중소기업 B사 관계자는 "대기업은 한 번 인프라를 갖춰 놓으면 계속 활용할 수 있지만 중소기업들은 쉽지 않다"며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인력을 채용하자는 분위기가 뚜렷하다"고 전했다.

반면, 대기업들은 언택트 채용을 발전시켜 '인택트 면접'이라는 새로운 채용 방식을 도입하는 등 인재 수혈에 나서고 있다. 인택트는 '상호적인(interactive)'과 '비대면(untact)'을 합친 말로 다대다 상호 비대면을 의미한다. 1대1의 비대면을 뜻하는 언택트에서 확장된 개념이다. 대기업들은 여러 명의 구직자가 동시에 참여할 수 있는 인택트 면접 솔루션을 활용해 '다 대 다' 면접부터 심층·토론면접까지 진행하고 있다. 대기업 관계자는 "대면 면접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면접 대상자들을 심층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방법"이라며 "대면 면접과 거의 유사한 효과를 거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직자들 "중소기업은 불안해"
코로나19로 중소기업은 채용을 꺼리고, 구직자들은 중소기업을 기피하면서 하반기 채용시장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잡코리아에 따르면, 대기업의 41.5%가 "하반기 채용이 상반기에 비해 회복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하지만, 중소기업의 14.1%만이 회복세를 예상했다. 중소기업 인사담당자의 절반 가까이(45.6%)는 오히려 "상반기에 비해 침체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침체를 예상한 주된 이유로 "코로나19 종식에 대한 낮은기대"(756.4%)가 꼽혔다.

채용업계 관계자는 "채용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대기업의 경우 비대면 언택트 채용전형과 수시채용 등의 형태로 하반기에도 채용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러나 경기변화에 민감하고 온라인 채용시스템을 갖추기 어려운 상당수의 중소기업은 아직 하반기 채용계획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채용 양극화로 구직자들의 중소기업 기피 현상도 심해지고 있다. 사람인에 따르면 기업에 합격하고도 입사를 포기한 구직자의 80.8%가 중소기업 합격자였다.


올해 상반기에 취업 준비를 시작한 대학생 C씨는 "경제가 어려워서 오히려 작은 회사를 지원하기 꺼려진다"며 "예전처럼 대규모 공채가 이뤄지지 않고 수시채용이 늘어나 지원서 하나를 쓸 때에도 신중해졌다"고 전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