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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서] 코로나가 바꾼 학교, 학생에 돌려주자

이유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8.20 18:06

수정 2020.08.20 18:45

[여의도에서] 코로나가 바꾼 학교, 학생에 돌려주자
학창 시절 기자에게 학교는 배움의 장소이자 놀이의 장소였다. 수업을 듣고, 친구를 만나는 곳이었다. 10대의 성장호르몬은 몸을 가만히 놔두게 하지 않았다. 점심식사만 마치면 미친 듯이 운동장으로 뛰어나가 공을 찼다. 가끔 마음에 들지 않는 선생님도 있었지만 대체로 학교는 즐거운 곳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반년 이상 지속되면서 학교의 많은 것이 달라졌다.
학생들은 코로나19로 인해 원격수업으로 1학기 개학을 맞아야 했고, 정상적인 개학일보다 50여일 늦게 등교수업이 가능했다. 이마저도 학생들은 1학기 내내 불규칙적인 등교를 해야만 했다. 일주일에 한두 번만 학교를 가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일주일 동안 등교 후 2주간은 등교하지 않는 경우 등 학교와 학년별로 다양하다.

온라인 수업과 오프라인 수업이 병행되는 것도 학생들에게는 생소한 일이었다. 등교해서 수업을 받는 것과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일부 학생들은 침대에 누워서 휴대폰으로 수업을 듣기도 하는 등 태도도 저마다 제각각이다. 학생 생활도 바뀌었다. 아침 조회 때 훈화 대신 발열체크 및 자가진단표 검사를 하는 것이 일과가 됐고, 책상 2개를 붙여 짝꿍과 함께 앉는 것이 아닌 한 자리씩 떨어져 앉아야만 했다.

그나마 이 같은 조치로 인해 학교 내 집단감염 사태를 막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광복절 연휴 동안 일부 교회를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교육현장에 위기가 또다시 다가온 모습이다.

교육부는 급한 대로 일부 학교가 개학하는 지난 18일부터 다음달 11일까지 수도권 학교의 등교인원을 3분의 1(고교는 3분의 2)로 제한하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교육당국의 당초 안내가 수도권 학교들이 3분의 2 등교, 비수도권 학교는 전면 등교였다는 점에서 이대로 시행하려던 학교와 학생, 학부모들은 혼란에 휩싸였다.

만에 하나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로 격상된다면 상황은 또 수개월 전으로 후퇴한다. 등교수업 대신 1학기 초반처럼 온라인 수업만 이뤄진다.

학교 현장에서는 1학기 코로나19 확산으로 개학이 미뤄지고, 온라인 수업을 하면서 중위권 이하 학생의 성적이 떨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벌어진 학력격차는 성적으로도 나타났다.

지난 6월 대학수학능력시험 모의평가 채점 결과 절대평가인 영어 과목 1등급을 맞은 학생 비중은 지난해 수능 때보다 1%포인트 늘었지만, 중위권인 2~4등급은 크게 줄었다. 6등급 이하 하위권은 급증했다. 학습습관이 갖춰진 상위권 학생과 달리 중하위권 학생의 학습부진이 심해지고 있다는 얘기다. 2학기에 온라인 수업만 진행하는 일이 반복된다면 학생 간 학습격차는 더 벌어질 것으로 염려된다.

2021년 대입 과정도 순탄치 못할 수 있다. 대입 수시전형 학생부 마감이 한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고3 학생의 진로상담은 물론 선생님의 학생부 기록도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코로나19로 인해 2주가 밀려 12월 3일로 예정된 대학수학능력시험도 무사히 치를 수 있을지 걱정이다.


코로나19로 국민 모두가 힘든 시기다. 학교가 우리 모두에게 즐거웠던 곳일 수는 없지만, 적어도 우리 사회의 미래인 학생들이 학교에서 배움과 추억을 쌓을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특히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 학생들에게 학교를 돌려줄 수 있는 어른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leeyb@fnnews.com 이유범 정책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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