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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을 물류허브로… 고속도로 휴게소 복합시설로 개발" [김진숙 한국도로공사 사장에게 듣는다]

박소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8.23 17:10

수정 2020.08.23 22:18

고속도로 빈 땅에 물류시설 건립
복합휴게시설 민간 투자로 추진
도로휴게소 매일 1회 이상 소독
2025년까지 첨단고속도로 구축
스마트 도로교통 기술 수출 확대
10년 내 해외매출 1500억 목표
코로나로 침체된 경제 회복 앞장
변화·혁신으로 최고 서비스 제공
교통사고 예방 안전예산도 증액
경북 김천시가 국내 물류 허브로 거듭난다. 2014년 공공기관 지방 이전의 일환으로 김천혁신도시로 이전한 한국도로공사가 김천시와 손잡고 지역과의 상생을 위해 추진하는 프로젝트다. 도로공사 본업을 살려 김천을 인프라 측면에서 '물류 네트워크화'하고 도시 정체성도 '물류 특화도시'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취임 4개월을 넘긴 김진숙 도로공사 사장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지난 19일 경북 김천시 한국도로공사 본사에서 만난 김 사장은 "김천은 철도, 도로가 모두 가까이 지난다"며 "위치도 국토 중심에 있어 물류 네트워크로 손색이 없다"고 운을 뗐다. 이어 "교통량 등 수치를 따져보니 물류 허브로서 가능성이 있다"며 "조만간 김천시와 관련 업무협약(MOU)을 맺을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그 일환으로 국내 최대 e-커머스 기업 쿠팡도 김천시에 대규모 물류센터 건립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로공사는 나들목(IC)·분기점(JCT) 녹지대나 폐도 등 고속도로 내 노는 땅에 물류시설 건립에도 앞장서고 있다. 총 34곳의 유휴부지를 발굴했다. 시범사업 대상지인 기흥IC 인근 1만㎡ 규모 부지에는 냉동창고가 들어설 예정이다. 도공의 주요 업무인 휴게소 사업은 점차 쇼핑, 문화를 겸한 복합휴게시설로 탈바꿈시킨다는 구상이다. 김 사장은 "오는 9월 1일 개장을 앞둔 평택복합휴게소 등 5개소를 개발 중에 있다"면서 "수도 동남권 관문인 하남드림휴게소를 대중교통 복합환승센터로, 바다의 자연경관과 일몰을 즐길 수 있는 행담도휴게소를 서해안 고속도로의 대표적인 복합휴게공간으로 만들 예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김 사장은 취임 이후 '안전'을 최우선 경영방침으로 삼고 있다. 김 사장은 "매일 아침에 눈을 뜨면 전날 고속도로 사망자 수부터 확인한다"고 했다. 현재 전체 도로운영예산 3조3438억원의 약 40%를 차지하는 안전 예산은 2023년까지 50%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다음은 김진숙 사장과의 일문일답.

김진숙 한국도로공사 사장이 지난 19일 경북 김천시 한국도로공사 본사에서 파이낸셜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한국도로공사 제공
김진숙 한국도로공사 사장이 지난 19일 경북 김천시 한국도로공사 본사에서 파이낸셜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한국도로공사 제공


대담 = 최갑천 건설부동산부장
―인생에서 고속도로와 맺은 인연은.

▲국토교통부 서울지방국토관리청장 당시 민자 고속도로 관리 업무를 맡았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 당시에는 세종시와 주변 도로를 잇는 광역 고속도로 사업이 주요 업무였다. 개인적으로는 가족과 함께 여행하던 중 행담도휴게소를 찾았던 기억이 인상 깊다. 여름 휴가 때 안면도에 가던 중 행담도휴게소에 들렀는데 서해대교 중간 섬 위에 조성된 휴게소라 특이하고 경관도 훌륭하다고 생각했다. 여기 와서 행담도가 덕평휴게소에 이어 두 번째로 매출액이 많은 큰 휴게소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은 어느 정도인지.

▲고속도로 통행량은 3월에 최대 12.7%까지 감소했다가 이후 서서히 회복해 6월부터는 지난해 수준이 됐다. 개별 차량을 통해 이동할 수 있는 특성 때문이다. 문제는 휴게소 매출액이다. 휴게소 매출액은 점차 회복중이지만 회복 속도는 더디다. 지난 7월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20% 가까이 감소했다. 각종 시설물을 매일 1회 이상 소독하고, 종사원들의 위생관리 또한 철저히 하고 있으니 안심하고 이용하시기 바란다.

―대한민국 국토대전에서 시흥하늘휴게소가 학회장상을 수상했다. 소감을 말해 달라.

▲국내 최초의 고속도로 본선 상공형 휴게시설인 '시흥하늘휴게소'는 인근 주택단지로 인한 제한된 공간과 자연환경 훼손이라는 평면적 도로공간의 한계를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휴식, 여가, 문화 등 다양한 복합기능을 제공한다. 이는 향후 고속도로 휴게소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의 모범사례다. 휴게소를 단순히 쉬어가는 곳이 아닌 머무르며 즐길 수 있는 복합휴게시설로 만들려고 한다.

―복합휴게시설 사업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되나.

▲복합휴게시설은 민간 투자로 진행할 예정이다. BOT(Build-Operate-Transfer) 방식이다. 민간이 건설 후 25년간 운영하고 도로공사가 소유권을 갖는다. 복합휴게시설은 현재 시흥하늘휴게소 등 7개소를 운영 중이다. 여기에 오는 9월1일 개장을 앞둔 평택복합휴게소 등 5개소를 개발 중에 있다. 또, 복합휴게시설 구축을 위해 수도 동남권 관문인 하남드림휴게소를 대중교통 복합환승센터로, 바다의 자연경관과 일몰을 즐길 수 있는 행담도휴게소를 대표 복합휴게공간으로 조성한다. 이를 위해 기존 부지 29만㎡ 외 추가 매립부지 18만㎡를 활용할 계획이다.

―자율주행차 등 자동차업계의 급격한 변화에 대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

▲차량이 주변 차량 및 도로에 설치된 시설물들과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안전운행에 도움을 주는 시스템을 도로에 구축하는 첨단도로 사업(C-ITS)을 추진하고 있다. 교통사고를 예방하고 차량의 자율주행 기능을 지원하기 위해 통신, 보안, 지도 등 핵심기술을 개발 중이다. 지난해 경부선, 서울외곽선, 중부선 등 85km 구간에 C-ITS 인프라를 구축하는 실증사업을 완료했다. 특히, 한국판 뉴딜 10대 대표과제 중 하나인 'SOC 디지털화'의 주요 사업으로 C-ITS가 선정된 만큼 첨단도로 사업에 대한 정부정책과 병행해 2025년까지 고속도로 전 구간(4075㎞)에 C-ITS를 확대할 계획이다.

―올해 도로공사의 해외 수주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성과와 목표를 소개해 달라.

▲해외사업은 우리공사 미래성장의 핵심 분야다. 향후 10년 내에 투자사업 등을 통해 1000㎞ 이상의 해외도로 운영관리로 연매출 15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공사 핵심역량인 스마트기술을 접목한 통행료 징수 시스템, 교통관리센터 등 첨단 도로교통 기술 수출을 더욱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현재는 건설비 3조원 규모 방글라데시 파드마대교 건설사업 등 17개국 23건의 과업을 수행 중이다. 최근 22개 글로벌 컨소시엄과 경합 끝에 네팔 최대 규모 고속도로의 설계 및 감리사업(약 260억 원)을 수주했다. SK건설 및 터키 2개사와 함께 카자흐스탄 알마티 순환도로 투자사업을 계약했다. 시행사와 준공 후 16년간 운영·유지관리 업무를 수행하는 계약(약 1750억 원)도 체결했다.

―부채가 늘어나는 이유는.

▲우리 공사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81% 수준으로 공공기관이나 전체 산업 평균과 비교해도 양호한 편이다. 다만, 해가 갈수록 고속도로 연장이 늘어나니까 유지·보수·관리에 돈이 많이 든다. 또 도로공사 입장에선 안전 예산을 공격적으로 투자할 수 밖에 없다. 현재 도공 안전 예산은 1조3740억원으로 전체 도로운영예산 3조3438억원의 약 40%를 차지한다. 이 비율은 2023년까지 50%까지로 늘릴 예정이다. 취임 후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안전 기능을 통합한 조직인 '안전혁신처'를 부사장 직속으로 만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속도로 사망자가 전년 대비 늘어났는데.

▲도로 위에서 발생한 사망자가 늘어난 것에 대해서는 안타깝다. 6월말 현재까지 전년 대비 교통사고 사망자는 89명에서 100명으로 12.4% 늘었다. 하지만 도로별로 보면 도로공사 관리구간에서는 오히려 1명 감소했다. 반면, 민자 고속도로 사망자수는 지난해 8명에서 올해 20명으로 크게 늘었다. 도로공사 관리구간은 30개 노선 4100㎞로, 14개 노선 667㎞를 관리하는 민자보다 6배 이상 길다.

―도로공사 사상 첫 여성 사장이다. '여성 최초' 타이틀에 의미가 있다면.

▲한국도로공사 51년 역사에서 최초의 여성 사장이지만, 30여년 간 공직생활을 하면서 그런 사실을 의식한 적은 없다. 다만 조직 내 위치가 올라감에 따라 제가 나아가는 길이 여성 후배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부담감은 있었다. 전통적으로 남성성이 부각됐던 사회간접자본(SOC) 공기업의 최초 여성 사장으로 기대되는 역할에 대한 책임의식은 가지고 있지만, 기존 시각에서 바라보는 성별에 의한 업무영역의 구분은 진부하다고 생각한다. 여성 최초 타이틀에 얽매이기보단 한국도로공사 사장으로서 맡은바 직무를 충실히 수행할 따름이다. 이제는 여성의 공직사회 진출이 보편적으로 인식되고 있고, 국토교통부와 한국도로공사에서도 많은 여성 후배들이 당당하게 일을 처리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고 자랑스럽다.

―재임 기간 중 가장 큰 목표는.

▲안전을 기본으로 고속도로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안전경영 △혁신경영 △상생경영 △투명경영 등 4개의 경영방침을 수립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인적 피해를 최소화화 해 2022년까지 OECD 톱5 수준의 고통사고 사망률을 달성할 계획이다. 미래기술 융합을 통해 고객서비스를 향상하고, 중소기업과 지역사회가 함께 발전하는 경영시스템을 구축해 사회적 가치 구현을 선도할 계획이다. 직원소통 강화로 청렴한 수평적 조직문화를 만들겠다.

―건축학도로 국토교통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도로공사 등 여러 조직을 경험했는데, 각 조직 마다의 특성은.

▲정부기관, 공공기관 등의 차이가 있고 고유 업무에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토교통 관련 업무를 수행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큰 틀에서는 비슷한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한국도로공사의 경우 도로건설 등 단순 토목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이라는 오해를 많이 받는다. 한국도로공사는 고속도로 설계, 건설 및 유지관리, 운영 전 분야에 걸쳐 AI·사물인터넷·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첨단 기술을 활용해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최상의 도로교통 서비스 제공을 위한 혁신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 앞으로도 고속도로 건설 및 유지관리 공기업이라는 본래 업무를 바탕으로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뉴딜을 선도해 나가는 미래지향적인 기업 이미지를 제고해 나갈 계획이다.

―덧붙일 말씀이 있다면.

▲한국도로공사는 지난 50년간 국민과 함께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을 이끌어온 대표 공기업으로, 31개 노선 4151㎞의 고속도로를 건설해 관리하고 있다.
앞으로도 고속도로 건설·유지관리, 휴게서비스 등 주력사업과 관련된 강점은 더욱 강화하고, 새로운 변화와 혁신을 통해 최고의 경쟁력과 서비스 수준을 유지해 나갈 계획이다. 또 코로나19로 인해 침체된 경제를 회복하고 어려운 이웃의 아픔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다양한 활동도 지속해 나갈 방침이다.
변화와 혁신을 통해 국민들께 최고의 도로교통서비스를 제공하는 신뢰받는 공기업이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계속해 나가겠다.

정리=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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