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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수가 가른 류현진 김광현의 승리 [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성일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8.24 14:05

수정 2020.08.24 17:20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류현진 /사진=뉴스1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류현진 /사진=뉴스1
류현진(33·토론토 블루제이스)은 23일(이하 한국시간) 탬파베이를 상대로 94개의 공을 던졌다. 5이닝 동안 3안타 무볼넷 1실점한 것 치고는 투구 수가 많았다. 18명의 타자를 맞이했으니 한 타자 당 5.22개의 공을 던진 셈이다.

바로 전 경기서 류현진은 볼티모어를 상대로 6이닝을 소화했다. 20명의 타자를 맞아 86개의 공을 던졌다. 한 타자 당 4.3개다.
왜 이렇게 차이가 날까. 류현진은 지난해 182⅔이닝 2706개의 공을 던졌다. 이닝당 14.81개였다.

토론토로 옮긴 올시즌엔 이닝 당 17.61개다. 23일 경기서는 18.8개나 됐다. 그 차이는 포수 때문이다. 류현진은 LA 다저스 시절 러셀 마틴(37)이라는 좋은 포수와 짝을 이뤘다. 토론토에 와서 만난 대니 잰슨(25)도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이날 처음으로 합을 맞춘 리즈 맥과이어(25)와는 좀 문제가 있었다.

맥과이어는 플레이밍(아슬아슬한 볼을 스트라이크로 만드는 능력)에서 전혀 도움을 주지 못했다. 오히려 투수에게 손해만 끼쳤다. 1회 2사 후 3번 로우의 타석. 볼카운트 2-2에서 체인지업이 바깥쪽 구석에 꽂혔다.

류현진은 더그아웃으로 걸어 들어가려고 했다. 삼진으로 판단해서다. 그러나 볼. 2회 선두타자 마르티네스 타석. 볼카운트 1-1에서 커터가 바깥쪽 라인을 걸치며 들어갔다. 그러나 볼. 심지어 맥과이어는 이 공을 놓쳤다.

1-2가 됐어야 할 볼카운트는 도리어 2-1로 투수에게 불리해졌다. 직구로 스트라이크를 잡으려다 우전안타를 허용했다. 이런 식으로 맥과이어는 류현진의 투구 수를 야금야금 늘려갔다. 결국 5회를 던져 겨우 안타 3개를 맞고도 94개의 투구 수를 기록했다. 3회엔 3자범퇴를 시키고도 23개나 던졌다.

탬파베이 현지 중계방송 캐스터는 맥과이어의 사인에 류현진이 자꾸만 고개를 흔들자 “참 안맞는 배터리다”며 둘의 호흡 문제를 지적했다. 반면 같은날 경기를 가진 김광현(32·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은 포수 야디어 몰리나(38)와 찰떡궁합이었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김광현 /사진=뉴시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김광현 /사진=뉴시스
단 한 번도 몰리나의 요구에 부정을 표시하지 않았다. 김광현은 6이닝 동안 83개의 공을 던졌다. 이닝당 13.83개에 불과했다. 한 타자 당 던진 개수는 3.95에 그쳤다. 몰리나는 9번의 골드글러브를 수상한 현역 최고의 수비형 포수다.

골드글러브 수상 여부는 수비를 중심으로 판단한다. 메이저리그의 포수 수비 평가는 우리와 달리 포수의 볼 배합 능력에 높은 점수를 주지 않는다. 텍사스 시절 박찬호와 배터리를 이룬 이반 로드리게스는 14차례 골드글러브를 수상했다.

하지만 박찬호는 로드리게스와 궁합이 좋지 못했다. 결국 다저스 시절 합을 맞춘 전담 포수 채드 크루터를 데려왔다. 로드리게스는 통산 45.68%의 도루저지율을 자랑하던 강견이었다. 당시 평균치는 31%.

그는 도루 저지율이나 패스트볼 방지 면에선 최고의 기량을 과시했지만 투수 리드는 나 몰라라하던 포수였다.
오죽했으면 박찬호가 옛 전담 포수를 불러달라고 요청했을까. 류현진처럼 스트라이크존 가장자리를 놓고 줄타기하는 투수에겐 포수의 플레이밍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다. 류현진에게 8000만달러(약 952억원)를 투자한 토론토로선 심각하게 고려해야할 대목이다.
토론토는 24일 경기서는 잰슨을 선발 포수로 기용했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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