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곽인찬 칼럼] 통합당, 청년 라이더를 끌어안아라

곽인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8.24 18:05

수정 2020.08.24 18:05

변신에 애쓰고 있지만
여론은 여전히 의구심
진심 증명할 기회 삼길
[곽인찬 칼럼] 통합당, 청년 라이더를 끌어안아라
보수 미래통합당 지지율이 한때 더불어민주당을 앞섰다. 창당 이래 처음이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주 광주 5·18 영령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김 위원장은 "부끄럽고 또 부끄럽다. 죄송하고 또 죄송하다"고 말했다. 보수당 대표가 40년 전 광주에서 벌어진 일에 '진심'을 담아 사죄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아뿔싸, 지지율은 금세 뒤집혔다. 민주당이 훌쩍 재역전에 성공했다. 코로나 2차 대유행이 정국을 강타한 영향으로 보인다. 상당수 유권자들은 여전히 통합당을 극우 태극기 부대와 한통속으로 본다는 뜻이다. 동시에 통합당의 지지율 기반이 물러터졌다는 게 드러났다. 지지율 1위는 그저 부동산 반사이익이었을 뿐이다.

어떻게 해야 보수세력이 질긴 지지율을 가질 수 있을까. 통합당은 지금 정강·정책을 손보는 중이다. 1호 정책은 기본소득으로 사실상 확정됐다. 약자와의 동행도 약속하고, 촘촘한 사회안전망 구축도 다짐했다. 말이 나온 김에 통합당의 변신을 증명할 구체적인 정책 하나를 제안하고 싶다. 그것은 플랫폼노동법을 주도적으로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오토바이 배달이 대표하는 플랫폼 노동자들은 4차 산업혁명의 산물이다. 법적으로 개인사업자다. 직장인과 달리 고용주가 따로 없다. 따라서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있다. 근로자로 인정을 못 받고, 사고가 나도 보상을 받지 못한다. 돈깨나 만지려면 쉬지 않고 일해야 한다. 오죽하면 강제로 쉬라고 택배 없는 날(8월 14일)을 지정했을까.

18세기 중엽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일어났다. 근로자들은 살인적인 근로시간, 비인간적인 저임에 시달렸다. 12~16시간 일하는 건 보통이고, 밥 먹을 시간을 쪼개 기계에 기름칠을 해야 했다. 월급은 겨우 입에 풀칠할 정도만 줬다. 아이들까지 고된 노동현장에 투입됐다. 만성적인 일자리 부족 아래서 노동권은 사치였다.

이후 노동의 역사는 근로시간을 줄이고, 인간적인 임금을 받고, 노동권을 강화하는 쪽으로 움직여왔다. 근로기준법, 최저임금법, 노동3권이 그것이다. 국제노동기구(ILO)와 같은 국제기구도 나왔다. 1919년 출범한 ILO는 유엔 산하 최고참 국제기구다.

지난해 ILO는 '더 밝은 미래를 향한 노동'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는 인공지능(AI)과 자동화, 로봇과 같은 기술혁신 시대에 노동이 전환기를 맞았다고 본다. 그럼에도 근로시간 제한, 적당한 임금, 안전한 작업환경과 같은 노동의 기본가치가 흔들려선 안 된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이를 인간 중심 어젠다(Human-centered Agenda)라고 부른다.

보수당은 노동계와 친해본 적이 없다. 거꾸로 말하면 친노동 정책이야말로 통합당의 진심을 입증할 찬스다. 기득권 귀족노조 편을 들라는 게 아니다. 기득권 노조는 문재인정부와 한 배를 탔다. 반면 플랫폼노동법은 제도권 밖 청년을 위한 안전장치다. 통합당은 10대 정책 초안에서 '플랫폼 노동자 등 새로운 노동형태의 대유행에 대비한다'고 썼다. 마침 잘됐다. 오토바이 배달기사들이 모인 라이더유니온은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3권 보장을 요구한다. 이들은 아직 중앙정부로부터 합법노조 도장을 못 받았다. 통합당이 이들을 껴안는 모습을 보고 싶다.


플랫폼노동법을 선점한다고 통합당 지지율이 껑충 뛴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진심'을 알리는 데는 꽤 효과가 있을 것 같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적어도 나는 통합당의 진심을 믿어주겠다.

paulk@fnnews.com 곽인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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