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일반경제

공정위, 무리한 기업 흔들기… 한화 '무혐의'

오은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8.24 18:36

수정 2020.08.25 08:28

일감 몰아주기 5년 조사'빈손'
22개 계열사 부당이익 제공 의혹
핵심인 '정상가격 산정' 입증못해
향후 대기업 조사 위축 가능성
공정위 "면죄부 주는 것 아니다"
공정위, 무리한 기업 흔들기… 한화 '무혐의'
한화그룹 총수일가의 일감몰아주기 의혹이 무혐의로 결론 나면서 공정거래위원회의 '정상가격' 판정에 대한 논란이 제기될 전망이다. 공정위가 이번 한화 일감몰아주기에 대해 5년 넘게 조사했지만 계열사 일감을 비정상적인 가격에 몰아줬다는 판단에 대해 '결정적 증거'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재계는 이번 한화 무혐의건을 계기로 대기업집단의 시스템통합(SI) 계열사에 대한 일감몰아주기 제재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24일 공정위는 한화 등 22개 계열사의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 제공 행위를 조사한 결과 법위반 여부 판단이 불가능하다며 무혐의 결론을 내리고 조사를 마무리했다. 당초 공정위는 과징금 200억원과 30개 한화그룹 계열사를 고발 조치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한화 계열사들이 지난 2015년부터 2017년 9월까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아들 3형제가 지분 100%를 보유 중이던 IT서비스업체 한화S&C에 그룹 차원으로 일감을 몰아줬다며 조사에 착수했다.
공정위는 한화 계열사들이 다른 사업자와의 계약조건 등에 대한 비교 없이 한화S&C에 약 1055억원 규모의 애플리케이션 관리서비스를 거래했다고 봤다. 아울러 23개 계열사가 한화S&C에 정상가보다 높은 회선 사용료를 지급했고, 27개 계열사는 전산장비를 설치할 수 있는 전산실 바닥 윗면 공간 임대료인 상면료를 고가로 지급했다며 조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애플리케이션 관리서비스 거래행위는 관련 시장에서의 통상적인 거래관행, 그룹 또는 특수관계인의 관여·지시 등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이 곤란하다는 점을 들어 심의절차를 종료했다. 데이터회선, 상면료와 관련한 혐의도 정상가격 입증이 부족하다며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조사방해 행위에 대해서는 한화시스템 직원들이 은닉한 자료를 향후 다시 제출한 점 등을 고려해 미고발 처리키로 했다.

결국 여섯 차례의 현장조사를 포함해 5년 동안이나 해당 건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음에도 결정적 증거가 없었다는 걸 이날 발표를 통해 인정한 셈이다.

윤수현 공정위 상임위원은 "애플리케이션 관리서비스의 경우 심사관이 제시한 자료만 가지고는 정상적인 거래관행이 무엇인지 특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특수관계인(김승연 한화 회장의 3남)의 관여지시 증거도 많이 부족했다"고 인정했다. 한화 계열사들이 매년 한화S&C와 자동갱신 계약을 맺은 것이 문제였는지 여부를 가려낼 비교대상(통상적 거래 관행)을 제시하지 못한 것이다.

특히 문제가 됐던 '정상가격 산정'도 범위조차 입증하지 못했다.
윤 상임위원은 "데이터회선과 상면료의 정상가격은 특정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보고 있다"며 "회선 사용료는 한화S&C의 매출이익률이 상당히 높았지만 증빙자료만으로는 설득력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공정위가 혐의 입증에 실패하면서 향후 공정위의 대기업집단 SI 계열사에 대한 일감몰아주기 조사가 위축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정위 관계자는 "SI 계열사와의 부당한 이익제공 행위에 대해 면죄부를 주는 것은 결코 아니다"라며 "SI 업체의 폐쇄적인 시장 고착화가 심해질 경우 일감 개방을 유도할 의향도 있다"고 말했다.

onsunn@fnnews.com 오은선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