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공동 연구진이 방사광가속기 통해 존재 밝혀내
포항공과대학교(POSTECH)은 화학과 김경환 교수와 스웨덴 스톡홀름대학교 피보스 페라키스 교수 연구팀이 햇빛보다 100경 배 밝은 빛을 내는 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이용해 물의 구조를 새로 밝혀냈다고 25일 발표했다.
연구진은 실험을 통해 물 분자가 레이저 펄스의 전기장 방향으로 순간적으로 정렬되는 것을 확인했다. 또 빠르게 정렬된 물 분자들이 160펨토초(1펨토초는 1000조분의 1초)의 시간을 통해 다시 무질서하게 배열되는 것을 관찰했다. 이 정렬에 쓰인 에너지는 1피코초(1조분의 1초) 후 온도가 0.1도 증가했다.
연구진은 이 실험 결과를 분자동역학 계산과 비교해 실온에서 가벼운 물이 무거운 물보다 전기장에 의해 더 잘 정렬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즉, 물이 하나의 분자 구조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 밀도와 구조를 가진 '가벼운 물(LDL)'과 '무거운 물(HDL)'로 이뤄져 있다는 가설을 뒷받침하는 새로운 신빙성 있는 증거를 제공한 것이다.
태양계의 여러 행성 중에 지구는 물이 있는 유일한 행성이다.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볼 때 푸른색을 띠는 것도 바로 이 물 때문이다. 물은 자연 상태에서 액체, 고체, 기체 상태로 존재하며 다양한 생명, 화학, 물리 현상의 근원이 된다. 한없이 투명해 보이는 이 물은 사실 액체 상태에서도 서로 다른 두 가지 구조로 이뤄져 있다.
물은 4℃에서 부피가 가장 작고, 무거운 상태가 되는 등 다른 액체와는 다른 변칙적 특성을 나타낸다. 이런 특성 때문에 한겨울 얼음 밑에서 물고기가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등, 물은 생명활동에 꼭 필요한 다양한 성질을 가지게 된다.
제1저자이자 교신저자인 김경환 교수는 "생명의 근원이 되는 물의 다양한 특성이 무엇으로부터 기인했는지에 대한 학계의 오랜 논쟁을 해소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연구팀은 나노 크기의 미세한 물체를 선명하게 관찰할 수 있는 슈퍼 현미경으로 불리는 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이용해 강한 전기장 하에서 일어나는 물의 구조 변화를 들여다봤다.
보통 액체 상태의 물은 분자들이 무질서하게 흐트러져 있는 상태지만 레이저 빛의 전기장 속에서는 일시적으로 마치 얼음처럼 정돈된 상태가 될 수 있고 이를 광학적 커(Kerr) 효과라고 한다. 4세대 가속기의 극도로 밝고 극도로 짧은 파장의 X선은 기존 장비로 실현이 어려웠던 비등방성 X선 산란과 광학적 커 효과를 접목한 실험을 수행할 수 있게 했다. 이를 통해 빠르게 일어나는 물 분자의 구조동역학을 직접 관측할 수 있었다.
이 연구성과는 물리학 분야 권위지인 '피지컬 리뷰 레터스'에 최근 게재됐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