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팩트체크] ‘집회’ 대신 ‘기자회견’ 간판 단체··처벌될까?
국본·민주노총. 집시법 규제·집회금지 명령 피해 ‘기자회견’
집회는 48시간 전 신고의무, 기자회견은 규제 없어
경찰이 집회 여부 판단...판례 등 상황 종합적 고려
“기자회견 형식이어도 집회로 인정될 가능성 있어”
[파이낸셜뉴스]보수단체 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국본)는 지난 24일 오후 3시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검찰 고발한다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망자 발생 책임을 문 대통령에게 묻겠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앞서 민주노총은 지난 15일 광복절을 맞아 서울 보신각 일대에서 집회를 개최했다. 서울시가 ‘집회금지’ 행정명령을 내린 이후라 민주노총은 ‘기자회견’으로 이름만 바꿔 그대로 집회를 진행했다. 2000명 가까운 인원이 함께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불렀다.
코로나19 감염증 방역 조치의 일환으로 서울시가 집회금지 행정명령을 내린 가운데 일부 단체들이 기자회견이라는 이름의 집회를 잇따라 개최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에 따르면 집회나 시위는 사전 신고를 해야 하는 규제 대상이다. 반면에 기자회견은 집시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 두 단체 기자회견이 이처럼 여론의 도마위에 오르면서 법적 해석을 앞두고 있지만 이외에도 여러 단체들의 기자회견 형식 집회에 대한 찬반 논란이 커지고 있다. 또 이같은 우회 방식으로 집회로 코로나 국가 방역망에도 구멍이 뚫리고 있다는 우려도 높아지는 상황이다.
■ "기자회견 형식 집회도 집회로 해석 가능"
그렇다면 집회와 기자회견은 법적으로 어떻게 지위가 다르고 기자회견의 이름을 빌린 편법 집회는 앞으로도 단속을 피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이같은 편법 기자회견도 경찰의 판단에 따라 사후 처벌이 가능하고 이에 따라 사전 단속 방안이 나올 수도 있다.
또 주최 단체가 스스로 기자회견이라고 규정한다고 집회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법조계에 따르면 집회를 판단하는 명확한 세부기준은 없다. 집시법은 집회 자체에 대해선 정확히 규정하지 않고 있다. 통상 기자회견, 집회 등이 열리면 경찰이 현장에 출동해 집회 여부를 판단하는데, 관할 경찰서인 서초경찰서는 국본 관련해 접수된 신고는 없다고 밝혔다.
다만 일반적으로 관련 판례나 사회적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한다. 김수빈 법무법인 AK 변호사는 26일 파이낸셜뉴스와의 통화에서 “집회의 정의와 요건은 판례를 통해 형성돼 있다”며 “1차적으로 행정청이 모임 양태를 보고 집회인지 여부를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울시 행정조치는 10인 이상의 모임을 억제하려는 취지”라며 “이 때문에 기자회견 형식을 취했어도 집회로 해석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집회를 여는 데는 규제가 따라붙는다. 집시법에 따르면, 집회를 열기 위해서는 48시간 전에 신고서를 관할 경찰서장에게 제출해야 한다. 신고서에는 집회의 목적·일시, 주최자의 신상 정보, 참가 예정 인원 등이 담겨야 한다.
이를 어기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제22조 제2항). 이 같은 처벌을 피해가려는 단체들이 대개 기자회견을 채택한다. 이번에는 서울시 집회금지 행정명령을 의식해 두 단체가 기자회견 형식을 빌린 것으로 보인다.
■ 집회인지 기자회견인지 판단은 경찰이
하지만 주최 단체가 스스로 기자회견이라고 규정한다고 집회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결국 집회인지 여부는 경찰이 판단한다. 국본이나 민주노총 뜻과 달리 집회로 결론 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주최자가 경찰 판단에 불복하면 재판까지 갈 수도 있다. 하지만 대개 폭넓게 집회로 인정된다.
대법원은 1983년 “집회는 특정 또는 불특정 다수인이 특정한 목적 아래 일시적으로 일정한 장소에 모이는 것을 말하고, 그 모이는 장소나 사람의 다과에 제한이 있을 수 없다”고 판시했다.
참가 인원 및 방법 등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없지만, 동일한 장소에 모여 같은 목적을 가지고 있다면 집회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집회로 결론나면 집시법 상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반대로 기자회견이라면 신고 의무가 없다. 형사처벌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국본의 경우 별도로 서울시의 행정조치 규제를 받을 여지도 있다. 서울시는 지난 20일 감염병 예방법에 따라 21일부터 오는 30일까지 서울 전역에서 10인 이상의 모든 집회를 전면 금지한다고 밝혔다. 위반 시 고발조치하고 3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국본은 직접 참여자는 9명뿐이라 해당 조치를 위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24일 대검 앞에는 30여명이 모여 있었지만, 나머지는 구경꾼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법조계 해석은 다르다. 집회 참여자의 범위에 대해서도 역시 대법원 판례가 적용될 수 있다고 본다. 김 변호사는 “주최자가 아니더라도 같은 내용에 동조해 그 자리에 함께했던 이들은 집회 참여자로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여러 해석과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서울시 관계자는 “경찰 판단이 나와야 벌금 부과 등의 규제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email protected] 김태일 김나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