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민주당, 새 비전으로 文 넘어야

송주용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8.27 18:05

수정 2020.08.27 18:05

[기자수첩] 민주당, 새 비전으로 文 넘어야
더불어민주당 8·29전당대회가 27일로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통상 전당대회는 그 정당의 용광로 역할을 한다. 밑바닥 당심이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기도 하고 거대한 파도가 대세론으로 굳어지기도 한다. 당의 미래를 둘러싼 치열한 논쟁은 관전 포인트다.

하지만 '176석 슈퍼 여당' 전당대회는 미풍으로 전락한 모양새다. 민주당 전당대회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진 이유는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사태가 큰 몫을 했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그 위기를 돌파하지 못한 것은 전당대회에 출마한 당 지도부 후보들이다. 이들은 모두 당의 미래를 걱정했고 많은 정치적 의제도 던졌다. 대부분의 후보들이 검찰개혁과 균형발전, 민주당 역량 강화와 정권 재창출을 외쳤지만 국민의 기억에 남겨진 뚜렷한 메시지가 없다.

늘 듣던 이야기, 늘 하던 소리를 누가 조금 더 강하게 했느냐의 경쟁만 반복됐다. 전당대회 출마자들이 전국을 돌며 각자의 비전을 소리친 지 한 달째다. 온라인 전당대회라곤 해도 그들의 주장과 목소리는 수많은 기사로 세상에 알려졌고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뿌려졌다. 그럼에도 국민의 관심을 얻지 못했다면, 그것은 메시지와 메신저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많은 후보들이 당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 문재인정부 성공과 정권 재창출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이 잘못됐는지 솔직한 고백을 털어놓는 후보는 드물다. 당 지지율이 떨어지자 '반성해야 한다'면서도 뭘 반성하겠다는 건지 말이 없어서다.

'친문 마케팅'만 있을 뿐이다. 내년 4월 재보선과 지방선거, 대선을 준비하며 '포스트 문재인'을 대비해야할 지도부가 '오직 문재인'만 외치고 있다. '문재인 없는 민주당'은 상상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새로운 지도부는 새로운 비전을 세워야 한다. 기존의 한계를 구체적으로 고백하지 않으면 감동을 얻기 어렵다.


만약 차기 지도부가 전당대회에서 공언한 것에만 머무른다면 민주당은 '문재인정부 시즌2'를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각종 현안에 대해 소수의견, 소신의견을 던져 당의 외연을 넓히고 포용력을 키웠던 김해영 최고위원이나 금태섭 의원도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민주당이 더 크고 뚜렷한 비전으로 김대중과 노무현, 문재인을 뛰어넘길 바라본다.

juyong@fnnews.com 송주용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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