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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9월 새 총리 탄생...'포스트 아베' 후보군 주목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8.28 16:05

수정 2021.09.29 20:48

아베 총리 전격 사임...각 파벌 긴급 회동
유력 포스트 아베 후보군 경합 
'反아베', 인기 1위 이시바 시게루 
'자민당 온건 합리파' 기시다 후미오
'무파벌의 흙수저' 스가 요시히데 
'新강경파' 고노 다로   
자민당 9월에 신속히 새 당 총재 선출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로이터 뉴스1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로이터 뉴스1

【도쿄=조은효 특파원】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갑작스러운 중도 사임으로 일본 정가가 격랑에 휩싸였다.

'누가 차기 일본 총리 자리를 차지할 것인가.' 차기 총리 선출 구도에 모든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일 관계 악화기로 점철되는 '아베 시대'가 막을 내림에 따라 향후 새 일본 총리 체제 하에서 한·일 관계 전개 방향 역시 관심이 모아진다.

아베 총리는 28일 오후 5시 기자회견을 열어 건강 문제로 인한 사임 의사를 밝힐 예정이다.

자민당은 신속히 새 총재 선출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새 자민당 총재 인선은 다음달 중 마무리 될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그 때까지는 내각을 이끌다가, 새 자민당 총재, 즉 새 일본 총리가 선출되면 공식 퇴진하게 된다. 아베 총리의 사임 소식이 전해진 직후, 호소다파, 기시다파, 니카이파 등 자민당 주요 파벌들은 긴급 회동에 나섰다.

새 총리 임기는 아베 총리의 자민당 총재 잔여 임기(내년 9월) 만큼이다. 길어야 1년이다. 1년 짜리 총리(당 총재)체제로 가다가 다시 새 총리를 뽑아야 하는 구조다.

■부동의 1위 이시바...당내 취약한 기반 뛰어넘을까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이 지난 4월 도쿄 일본 중의원 회관에서 본지와의 단독 인터뷰를 하고 있다. 파이낸셜뉴스DB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이 지난 4월 도쿄 일본 중의원 회관에서 본지와의 단독 인터뷰를 하고 있다. 파이낸셜뉴스DB

현재 유력한 '포스트 아베' 후보로는 이시바 시게루 자민당 전 간사장,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정조회장,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등이다.

이 외에 제3의 후보로 고노 다로 방위상,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 등이 거론된다.

최근 2년여간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총리감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시바 전 간사장은 과거 두 차례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아베 총리와 맞붙었던 인물이다. 한 마디로 아베 총리의 '정적'이다. 때문에 "이시바에게만은 절대로 정권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얘기가 아베 총리 주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아베 총리를 극우 유전자(DNA)를 가진 인물로 간단히 묘사 가능한 것과 달리, 이시바 간사장의 캐릭터는 그리 단순하지가 않다. 방위상을 지낸 그는 안보 문제에 있어서는 매우 강경하다. 개헌에 대해서도 적극적이다. 징용 배상 판결 및 수출규제에 있어서도 강경하다. 반면,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에 있어서는 반성적인 태도를 견지하면서 한·일 관계는 개선해야 한다고 보는 인물이다.

자민당 규약에 따르면 당 총재가 임기 중 사퇴하면 원칙적으로 참의원과 중의원, 당원이 참여하는 투표로 새로 총재를 선출하나 긴급을 요하는 경우 당 대회를 열지 않고 양원 총회로 후임자를 선출할 수 있다. 이 후자의 경우, 이시바 전 간사장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중의원 가운데 이시바파는 대략 11명 밖에 되지 않는다. 반면 일반 당원들이 가세하게 되면 전국적으로 높은 인지도를 가진 이시바가 유리하다. 때문에 자민당 최대 파벌인 호소다파(아베 총리 소속)나 그 다음 아소파(아소 부총리가 수장)로서는 일반 당원을 배제한 국회의원들끼리 당 총재를 선출하는 방식을 모색하고 있다는 관측이 떠돈다. 그러나 최근과 같이 내각 지지율이 바닥을 친 상황에서, '끼리끼리 선출'은 자칫 민심의 역풍에 휩싸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정조회장. 중의원 공식 홈페이지.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정조회장. 중의원 공식 홈페이지.

■자민당 온건파의 상징 기시다...'낮은 대중 지지율'이 관건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정조회장이 차기 권좌에 오를 것으로 보는 시각도 여전하다. 기시다 정조회장은 이시바 전 간사장과 달리, 당 총재 선거를 포기하고 아베 총리 3연임에 적극 협력했다. '순서를 기다렸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외무상을 지낸 바 있는 기시다 정조회장은 자민당 내에서 온건합리파로 지목되는 기시다파(굉지회)수장이다. 군비 확장보다는 주변국과 협력 속에 경제발전에 주력했던 요시다 시게루 전 총리의 노선에 충실한 계파다. 일본 정가의 한 소식통은 "기시다 정조회장은 원폭 피해지역인 히로시마 출신"이라며 "개헌이나 무력증강 등에 소극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자연히 아베 시대 보다는 한·일 관계 긴장이 완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기시다 정조회장의 개인적인 캐릭터 역시 온건하며 합리적이라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이는 대중적 지지도, 다른 말로는 정치인으로서 존재감과 '동전의 양면'을 이룬다. 그를 일컬어 "꽃이 없다" "존재감이 없다"는 얘기가 많다. 차기 총리감 여론조사에서는 지지율이 5%안팎에 불과하다. 아베 총리가 제3의 후보를 모색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로히터 뉴스1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로히터 뉴스1

■급부상한 스가...'아베 섭정' 노리나
최근 급부상한 후보로는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고노 다로 방위상이다.

일본의 주간지 슈칸분슌(주간문춘)은 최근 '무파벌의 흙수저 출신'인 스가 장관이 아베 총리의 마음 속에 있는 차기 총리라고 보도했다.

비판과 반발에도 그가 여행장려책(고 투 트래블 캠페인)을 강행할 수 있었던 것도 아베 총리의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그러나 1년 짜리 '과도 내각'을 잠시 이끌수는 있어도, 자기 정치를 하기에는 기반도 권력의지도 약하다. 나이도 63세로 동갑내기인 이시바, 기시다보다 약 9살 많은 72세다. 아베 총리의 '섭정' 내지는 '정계복귀'를 염두에 둔 것으로 카드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아베 총리가 4연임을 염두에 두고 1차 내각 때처럼 일시 퇴진하는 경우 '관리형'인 스가 장관이 최적의 대안이다.

최근 요미우리신문이 실시한 차기 총리감 조사에서 10%로 올라선 고노 다로 방위상도 주목할 만한 인사다. 과거에는 자민당 내 소장파로 개혁적 성향을 보였으나, 아베 내각 입각 이후에는 시류에 편승했다는 평가가 많다. 최근에는 안보 문제와 관련해 강경발언으로 주가를 올리고 있다. 부친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 군의 강제성을 인정하고 피해자에 대한 사죄를 표명한 '고노담화'(1993년)의 주역인 고노 요헤이 전 관방장관이다.

반면 고노 방위상은 외무상 재임 당시 징용 배상 판결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취했으며, 최근 일본 헌법이 인정하지 않고 있는 선제적 공격으로 연결될 수 있는 '적 기지 공격능력' 추진과 관련 "한국 등 주변국의 양해가 필요없다"는 발언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고노 방위상은 아소파 소속이다.
결선투표시 1위 후보를 위협할 수 있는 다크 호스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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