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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퇴진'...코로나 한 방에 무너진 8년 공든 탑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8.29 00:05

수정 2020.08.29 16:46

아베노믹스...'돈풀어' 경기 살렸지만 
막대한 국가부채 남긴 채 퇴장
끊임없는 정치 스캔들...정권 피로감 노정 
중도 보수층 실망과 이탈
장기로 삼은 외교활동 코로나로 올스톱 
미일 밀착 심화, 한반도 정책은 경직적 대응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8일 총리 관저에서 사임 발표 기자회견을 한 뒤 퇴장하고 있다. 로이터 뉴스1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8일 총리 관저에서 사임 발표 기자회견을 한 뒤 퇴장하고 있다. 로이터 뉴스1

【도쿄=조은효 특파원】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8일 전격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7년 8개월간에 걸친 '아베 독주 체제'가 막을 내리게 됐다. 아베 정권은 일본 역대 최장수 정권이다. 1차 집권(2006년 9월~2007년 9월)까지 합치면 재임 기간만 8년 8개월이다. 그가 남긴 '공'과 '과'에 대한 평가도 간단하지는 않다.


코로나 한 방에 꺾인 '8년 공든 탑'
아베 정권의 기반은 단연 그의 이름을 딴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다. 7년8개월간의 장기집권이 가능했던 것도 또 임기 말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던 것도 경제다. 아베노믹스는 재정, 금융의 총동원, 구조개혁 등 일명 '3개의 화살'로 대변된다. 주로 재정과 금융을 이용한 경기회복에 주력했다. 한 마디로 '돈 풀기'였다. 막대한 국가부채에도 경기회복의 단맛에 주력했다. 지난해 말 소비세율(8%→10%, 한국의 부가가치세)인상, 이어서 올해 코로나19 감염 확산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만 해도 일본 경제는 순조로워 보였다. '올림픽 특수'에 대한 기대감으로 도쿄 등 수도권에서는 호텔, 빌딩 등 건설 붐이 일었다.

일본 도쿄의 시민들이 28일 대형 모니터를 통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사임 발표 회견을 보고 있다. 로이터 뉴스1
일본 도쿄의 시민들이 28일 대형 모니터를 통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사임 발표 회견을 보고 있다. 로이터 뉴스1

지난 2월 말. 코로나가 일본에 본격 상륙하면서 7년여에 걸친 아베노믹스의 성과는 '신기루' 처럼 사라졌다. 아베 총리가 긴급사태 선언을 주저했던 것도 경제 성과를 잃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4월 초부터 5월 말까지의 긴급사태 기간, 일본의 내수는 사실상 멈추다시피 했다. 점포들은 문을 닫고, 각급 학교들은 휴교했으며 상당수 기업들은 재택근무로 전환했다. 전방위적인 소비, 생산, 투자 활동의 위축으로 일본 경제도, 아베 정권도 휘청거렸다.

2·4분기 일본경제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보다 7.8%, 연율 환산치로는 27.8% 감소했다. 통계 비교가 가능한 1955년 이후 최악의 역성장이다. 금액 기준으로는 485조1000억엔(약 5400조847억원)으로 2011년 2분기(485조엔) 이후 최저치다. 일본 경제가 아베 총리가 취임한 2012년 말 이전 수준으로 후퇴한 것이다. 노렸던 '전후 최장 경기확장기' 타이틀 확보도 실패했다. 일본 경제는 지난 2018년 10월을 정점으로 후퇴 국면이다. 그럼에도 아베 총리는 사임 발표 기자회견에서 아베 정권의 레거시(유산)을 묻는 질문에 '아베노믹스'를 최대 치적으로 꼽았다. "20년간 지속된 디플레이션에서 3개의 화살(아베노믹스, 재정·금융·구조개혁)로 도전, 400만명 이상의 고용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고 한 것이다.

바람 잘 날 없었던 정치 스캔들
일본 경제가 정점(2018년 10월)을 찍고 후퇴 국면에 접어들 무렵을 전후해 각종 정치 스캔들이 끊이질 않았다.

선거법 위반으로 낙마한 가와이 법무상. 로이터 뉴스1
선거법 위반으로 낙마한 가와이 법무상. 로이터 뉴스1

지난해 가을 '권력의 사유화'로 지목되는 '벚꽃을 보는 모임' 사건이 사실상 시발점이었다. 매년 봄 실시되는 일본 정부의 공식 벚꽃 놀이 행사에 아베 총리 지역구 주민들이 '특혜 초청'된 사실이 보도됐다. 이를 둘러싼 정권의 수습 태도가 연일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해 정권 쇄신 차원에서 개각을 했으나, 각료들이 지역구에 금품을 뿌리는 등의 선거법 위반으로 줄줄이 사임했다. 검찰총장에 낙점한 인물이 내기 도박으로 물러났는가 하면, 총리가 직접 지역구에 내려가 지원유세를 했던 법무상 부부는 선거법 위반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정치 스캔들이 터질 때마다 소통 부족과 정권의 오만함이 지적됐다. 정권을 향한 일본 국민의 실망감도 커져갔다.

코로나 사태 및 대응실책은 아베 장기집권을 종식케 한 결정타로 지목된다. 지난 2월 요코하마에 정박 중인 크루즈선에서 발생한 대규모 감염 확산 사건은 오판의 시작이었다. 이어 천 마스크 정책인 '아베노마스크' 배포, 10만엔(약 112만원)현금 급부 정책 급거 변경, 긴급사태 선언 늑장 발동, 주무부처 장관도 몰랐던 휴교령, 코로나 재확산기 여행장려책 강행 등이다.

'장기'로 삼은 외교활동 올스톱
'외교안보'는 경제와 더불어 아베 총리가 '장기'로 삼았던 부분이다. 선친 아베 신타로 외무상의 영향도 있다.

지난 2018년 4월 방미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부부와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부부. AP뉴시스
지난 2018년 4월 방미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부부와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부부. AP뉴시스
2014년 11월 중일 정상간 만남. AP뉴시스
2014년 11월 중일 정상간 만남. AP뉴시스

아베 총리는 중국의 부상에 대응해 미·일 동맹 강화 전략을 썼고, "미국편에 서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밀월관계'를 형성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변칙과 동맹국 굴욕주기에도 실리외교를 챙겼다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반면 '미·일' 대 '북·중·러'의 고착화된 논리를 고집, 북·일 대화나 납치자 문제 해결에 있어서는 스스로 운신의 폭을 좁혔다. 한반도 주변국들이 전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했음에도 아베 총리만 대면하지 못한 채 직을 내려놓게 됐다.

재임 당시, 한·일 관계는 최악의 시기를 내달렸다. 우경화 행보를 보일 때마다 긴장관계가 반복됐으며, 한국 대법원의 징용 배상 판결을 기점으로 양국은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은 채 대립했다.
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해법도, 수출규제 해제에 대한 출구도 찾지 못한 채 정권이 막을 내리게 됐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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