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정보통신

피해자만 있는 방통위-페이스북 소송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9.06 13:25

수정 2020.09.06 13:25

 "피해자만 있고 가해자는 없다." 
[파이낸셜뉴스] "피해자만 있고 가해자는 없다."
방송통신위원회와 페이스북의 소송전을 한마디로 요약한 것이다. 페이스북이 임의로 접속 경로를 변경해 국내 이용자들이 서비스 불편을 겪었지만 1심 판결에서 법원은 페이스북의 손을 들어줬다. 가해자인 페이스북이 1심에서 승소하면서 국내 이용자들만 피해자로 남게된 셈이다.

(출처=뉴시스/NEWSIS) /사진=뉴시스
(출처=뉴시스/NEWSIS) /사진=뉴시스

6일 방통위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행정10부(부장판사 한창훈)는 오는 11일 페이스북이 방통위를 상대로 낸 행정소송의 항소심 판결을 내린다.

페이스북은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의 접속경로를 해외 중계접속으로 변경해 국내 서비스 이용 장애와 이용자 불편을 발생시켰다. 이에 방통위는 페이스북에 과징금 처분을 내렸지만 페이스북은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페이스북의 손을 들어줬고, 방통위는 즉각 항소했다.

행정소송의 주요 쟁점은 △이용제한 해당 여부 △현저한 이용자 이익 저해 여부 △콘텐츠제공자(CP)의 네트워크 품질 책임 여부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1심 재판부는 주요 쟁점에 대해 페이스북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2심 역시 이같은 내용이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방통위와 페이스북이 주요 쟁점을 두고 이견을 보이고 있으나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페이스북의 임의 접속 경로 변경으로 발생할 국내 피해 인지 여부로 꼽힌다. 페이스북은 당초 접속 경로를 해외 중계접속으로 바꿨는데, 변경된 경로는 대역폭이 좁은 국제구간이다. 동일한 트래픽이 오간다고 가정하더라도 대역폭이 좁아지면 병목현상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고속도로에 비유하면 10차선 도로로 다니던 차량들이 갑자기 2차선 도로를 만나 정체를 겪는 것과 동일하다. 페이스북이 이같은 사실조차 예측하지 못했다면 상식 이하의 수준으로 평가할 수 있다.

CP의 네트워크 품질 책임 여부도 임의 접속 경로와는 달리 볼 필요도 있다. 페이스북은 네트워크 품질 책임이 통신사(ISP)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네트워크 품질과 임의 접속 경로 변경은 별개의 문제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가령, 서울에서 부산까지 택배를 보낼 때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하면 4시간만에 도착할 수 있지만 국도를 이용하면 6시간이 넘게 걸리는 것과 같다. ISP가 아무리 좋은 품질의 고속도로를 깔아놔도 CP가 국도를 선택하면 택배를 받는 이용자에게는 피해가 생길 수 밖에 없다.

실제 페이스북의 임의 접속 경로 변경으로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의 이용자들은 접속지연, 사진과 동영상 재생 불능 등의 피해를 겪었다. 네트워크 응답속도 역시 SK브로드밴드가 평균 29ms에서 130ms로 약 4.5배 지연, LG유플러스도 43ms에서 105ms로 약 2.4배 지연됐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용자 제한은 정량적으로 구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며 "속도 지연으로 인해 이용자가 답답하고 쓰기 싫어지면 CP 측이 이용자를 제한한 것으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syj@fnnews.com 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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