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3년 묵은 가상자산 정책, 손볼 때 됐다

김소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8.31 18:05

수정 2020.08.31 18:05

[기자수첩] 3년 묵은 가상자산 정책, 손볼 때 됐다
가상자산 투기현상을 막겠다며 정부가 다급히 내놓은 고강도 가상자산 규제정책이 3년째 이어지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은 육성하되 가상자산은 사업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이분법적 정책이 우리 정부의 정책 기조다.

지난 3년 새 세계 가상자산산업은 그야말로 '하루가 다르게' 발전, 대중화됐다. 세계 가상자산 금융 규모는 지난해 말 8000억원 수준이던 것이 최근 8조원을 넘어서며 반년 만에 10배 이상 몸집을 키웠다. 이달 초에는 비트코인(BTC) 시가총액이 미국 최대 상업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를 제치고 세계 25번째 가치 있는 자산에 올랐다. 미국 금융당국은 자국 은행에 가상자산 사업을 허가했으며, 중국 정부는 아예 가상자산을 활용해 국가경제 시스템을 재설계하고 있다.


블록체인·가상자산 산업에서 한국 기업들은 미국이나 중국, 유럽 등 선진국과 비교해 기술격차 없이 성장하고 있다. 한국 소비자는 일찌감치 도토리, 애니팡의 하트 같은 초기 가상자산을 경험했다는 점에 가상자산 사용경험이 있는 선진 소비자로 꼽힌다. 이 때문에 블록체인·가상자산 산업에서 한국이 세계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는 기대감도 높았다.

그러나 실상은 기대감과 꽤 다르다. 여전히 시중은행은 가상자산기업 직원에는 대출을 거부하고, 가상자산 거래목적의 신규 계좌는 아예 개설해 주지도 않는다. 한국 대기업은 가상자산기업에 투자를 하고도 내놓고 자랑도 못한다. 가상자산 절대불가 정책이 배경이다.

3년 전 가상자산 투기 열풍을 잠재우기 위해 다급히 만든 정책을 손볼 때가 됐다. 가상자산산업의 성장을 무턱대고 막을 것이 아니라 사업 가능성과 경쟁력을 면밀히 검토, 국내 기업들이 전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정부가 나서야 한다.


가상자산은 그 자체로 새로운 투자상품이자, 실물자산을 쪼개 파는 역할도 할 수 있다. "한국 사람들 투자할 곳 없으니 자꾸 부동산, 주식에 몰린다.
가상자산은 투자 대상과 범위를 무궁무진하게 늘릴 수 있다"는 어느 대표의 아쉬움이 국내 가상자산산업 분위기를 환기해 나갈 수 있길 기대한다.

srk@fnnews.com 김소라 정보미디어부 블록체인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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