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부작용 없는 디지털약, 정신질환 치료효과 주목" [fn이사람]

최용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9.01 17:30

수정 2020.09.01 17:30

강성지 웰트 대표
복지부 국립정신건강센터와 협약
알코올중독 치료제 공동개발 중
"의사상담 대신해 물리적 한계 해소"
사진=박범준 기자
사진=박범준 기자
"정신질환 약물은 증상을 누르는 형태의 약이다. 반면 디지털치료제는 정신질환의 근본적인 부분을 밑에서부터 풀어내는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지난달 31일 서울 강남대로 드림플러스에서 만난 강성지 웰트 대표(사진)는 이같이 말했다. 디지털치료제란 질병의 예방·관리·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고품질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이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게임을 약처럼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쉽게 말해 입이 아닌, '머리로 먹는 약'이다.


강 대표는 디지털치료제가 우울증, 알코올중독, 치매, 불면증 등 정신질환은 물론 생활습관이 중요한 당뇨, 고혈압 등 만성질환에서 새로운 치료제로 주목받는다고 말한다. 그는 "전 세계 헬스케어기업은 디지털치료제 기술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치료제는 환자의 행동을 교정하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상당수는 정신질환 대상으로 개발되고 그 효과도 검증되고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치료제는 2017년 세계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페어 테라퓨틱스의 중독 치료용 앱 '리셋'에 품목허가를 내주면서 시작됐다. 리셋은 약물 중독환자에게 의사가 처방한 행동교정 치료 프로그램을 앱에 옮겼다. 환자는 리셋을 실행, 지시에 따르면 자연스레 충동에 대한 훈련을 받게 된다.

앞서 지난달 4일 웰트는 보건복지부 국립정신건강센터와 정신건강 진료를 위해 디지털치료제 국내 도입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두 기관은 정신건강 관련 디지털치료제의 기반 조성을 위해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보된 제품의 국내 도입을 추진한다.

웰트는 센터와 우선 알코올중독 디지털치료제를 공동개발 중이다. 센터는 시험대(테스트베드) 역할을 한다. 현재 초기임상 단계 수준으로 치료제 안정성과 유효성을 평가하고 있다. 그는 "간단한 소프트웨어를 20명에게 임상하고 보완해 다시 임상하는 식으로 최종 완성까지 간다"고 말했다. 웰트는 알코올중독 외 정신질환 및 당뇨 등 대사질환 디지털치료제 파이프라인 6개를 갖고 있다.

웰트가 개발하는 알코올중독 디지털치료제는 정신과 의사가 활용하는 인지행동치료 프로그램을 소프트웨어에 담은 형태다. 중독환자들이 스마트폰·컴퓨터 등을 통해 텍스트, 사진, 영상을 보면서 치료를 반복하는 식이다. 그는 "중독행동의 끝을 알려주는 게 치료의 시작이다. 치료제는 환자가 현 상황에 대해 정확하게 인지하는 것을 돕는다"고 했다.

강 대표는 디지털치료제의 가능성에 주목한다. 기존 정신질환 치료의 부족한 의사 상담을 일정 부분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신질환 약이 간·콩팥에 안 좋은 영향을 주는 부작용을 완화할 수도 있다. 의료진은 환자 모니터링과 복약관리, 맞춤치료 등에서 부수적 도구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는 "디지털치료제는 기존 의사 상담을 일부 대신하는 건데 (환자가 의사를 만나는) 물리적 한계점을 풀어줄 수 있다. 약물과 달리 디지털약은 현재까지 부작용이 없다"며 "해외에서는 우울증약과 패키지 형태로 디지털약이 팔린다.
환자가 미처 케어(관리)받지 못하던 부분에서 시장이 발굴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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