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WHO 탈퇴한 美, 세계 백신 공동프로젝트도 참여 안한다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9.02 17:46

수정 2020.09.02 18:27

170개국 공동 구매 균등 배분
美, 독자개발 자신감에 불참
美과학계 "개발실패 대비해야"
WHO 탈퇴한 美, 세계 백신 공동프로젝트도 참여 안한다
미국이 세계보건기구(WHO)와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등이 코로나19 백신 공동 개발을 위해 조직한 '코백스(Covax)' 참여를 공식 거부했다.

미국은 코로나19 백신 조기 개발 과정에서 WHO와 협력을 거부하고 독자 행보를 고집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현지 과학계는 미국이 개발 중인 백신들 절반 이상이 실패할 수도 있다며 국제공조를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주드 디어 백악관 대변인은 1일(현지시간) "우리는 부패한 세계보건기구(WHO)와 중국의 영향을 받는 다자기구에 의한 제약을 받지 않을 것"이라며 코백스 불참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아울러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주도로 데이터와 안전성에 기반, 백신·치료제의 연구, 개발, 실험이 전례 없는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WHO 탈퇴에 백신 공동개발 거부


코백스는 다국적 협의체로 백신이 개발되면 참여한 회원국들이 공동 구매를 통해 물량을 확보하고 이를 균등하게 나누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참여하기 위해서는 백신 선구매에 동의하고 구매 물량의 15%에 해당하는 선입금을 내야한다. 한국은 지난 6월에 참여 의향서를 제출했으며 유럽연합(EU), 일본 등 170개국 이상이 참가 의사를 밝혔다.

미국의 코백스 불참은 이미 예정된 결과였다. 트럼프 정부는 코로나19 확산 책임이 중국과 이를 방조한 WHO에게 있다며 올해 내내 맹렬한 공세를 벌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WHO가 미국의 지원을 가장 많이 받으면서 중국 편향적이고 코로나19에 부실하게 대처했다며 탈퇴를 선언했다. WP는 트럼프 정부의 코백스 불참이 코로나19 백신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기회를 없애버리는 위험한 전략이라고 우려했다.

미국은 지난달 코로나19 백신을 공급하겠다는 러시아의 제안 역시 믿을 수 없다며 거절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미국이 미리 계약한 제약사의 백신 개발이 실패해 백신 조달이 불가능한 경우다. 로렌스 고스틴 조지타운대학 국제보건법 교수는 "미국이 나홀로 전략을 취하면서 엄청난 도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美 개발 백신중 절반 실패 우려


의료 전문가들도 비슷한 생각이다. 미 경제매체 CNBC는 1일 전미과학공학의학한림원(NASEM)이 코로나19 백신 공식 승인에 대비해 백신 배포 계획을 담은 보고서 초안을 인용해 미국이 지원하는 코로나19 백신 가운데 절반 이상이 실패할 수 있다고 전했다. NASEM은 과학, 공학, 의학 한림원들이 연합한 조직이며 약 6000명의 분야별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국책 학술집단으로서 정부에 전문적인 학술 조언을 하고 있다.

NASEM은 미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지원하는 백신이 7종에 달할 것이며 3만명이 3차 임상시험에 참가할 예정이나 "이 가운데 4종은 임상시험에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고 추정했다. 이어 "실패한 백신 시험에 참여한 인원은 다른 성공한 백신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정부는 지난 4월에 '초광속' 작전이라는 이름으로 화이자와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등 5개 제약사를 선정해 백신 개발을 지원하기로 했다. 지원 백신은 지난달 기준 6종으로 증가했으며 최소 120억달러(약 14조원) 정부 예산이 투입됐다.

CNBC는 실패한 백신에 투입된 예산이 그대로 매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과학저널인 '생물통계학'에 2018년 1월 발표된 논문에 의하면 감염병 백신이 임상시험과 당국 승인을 통과하는 확률은 33.4%에 불과했다.

이와 관련해 일부 미 보건 당국자들은 안전하고 효과적인 코로나19 백신이 올해 말까지 1종, 내년 초까지 2종 개발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초광속 작전에 초기 투자대상이었던 화이자 등 3사의 백신은 이미 3차 임상시험에 들어갔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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