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과학

파킨슨병 걸린 쥐, 곤충호르몬으로 운동량 두배 늘었다

김만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9.03 11:42

수정 2020.09.03 11:42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 속 충부 약재 효능을 과학적으로 증명
실험쥐. 게티이미지 제공
실험쥐. 게티이미지 제공
[파이낸셜뉴스] 곤충이 허물을 벗거나 성장할때 급증하는 호르몬이 파킨슨병 운동장애 증상을 개선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킨슨병에 걸린 실험쥐에 이 호르몬을 운동기능이 2배 이상 회복됐다. 또 파킨슨병 실험쥐에 곤충호르몬을 주입한 결과 뇌의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7배 이상 늘어났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한국한의학연구원은 3일 한약자원연구센터 박건혁 박사 연구팀이 곤충호르몬 '20-하이드록시엑디손'이 파킨슨병 개선에 효과가 있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규명했다고 밝혔다. 20-하이드록시엑디손은 곤충이 성장하거나 유충에서 성충으로 변할 때 변태나 탈피를 유도하는 호르몬이다.

한의학연구원은 동의보감에 기재된 곤충, 애벌레 등 충부 약재 효능의 과학적 기반 마련을 위한 연구를 진행해 왔다.
연구진은 동의보감 속 매미 허물 추출물에서 파킨슨병을 개선시키는 효과를 과학적으로 규명한바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곤충이 탈피하거나 성장할 때 급증하는 곤충호르몬에 주목했다.

매미의 성장과정에 따른 모습. 곤충이 성장하거나 유충에서 성충으로 변할 때 변태나 탈피를 유도하는 호르몬 '20-하이드록시엑디손'이 분비된다. 한의학연구원 제공
매미의 성장과정에 따른 모습. 곤충이 성장하거나 유충에서 성충으로 변할 때 변태나 탈피를 유도하는 호르몬 '20-하이드록시엑디손'이 분비된다. 한의학연구원 제공
파킨슨병은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을 분비하는 신경세포들이 파괴되면서 발생하는 신경퇴행성 질환이다.

연구진은 곤충호르몬을 투여한 실험군과 그렇지 않은 대조군을 대상으로 행동평가를 진행하며 운동장애 개선정도를 비교·분석했다.

그 결과, 곤충호르몬을 투여한 실험군에서만 떨림 증상 등 행동장애가 줄며 운동기능이 2배 이상 개선된 것을 확인했다.

또 실험동물 뇌의 도파민에도 변화가 있었다. 파킨슨병 유발로 도파민 세포가 죽어 없어지는 양이 억제됐으며 도파민 발생량은 실험군이 대조군에 비해 7배까지 증가함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추가 분석을 통해 곤충호르몬이 도파민 세포 속 마이토콘드리아의 막전위와 신경세포가 죽어 없어지는 것을 조절하는 단백질을 정상화시키는 것을 확인했다. 즉 도파민 세포가 죽어 없어지는 것을 억제한 것이다.

나아가 연구진은 곤충호르몬 효능의 작용현상을 확인하고자 곤충호르몬을 투여한 실험군에서 나타난 물질과 그 상호작용을 분석했다.

실험 결과 실험군에서 인체 방어작용을 강화시키는 'Nrf2' 발생이 2.5배 이상 증가했으며 헴옥시게나이제(HO-1) 및 퀴논-1(NQO1) 등 항산화 물질도 최대 4배까지 늘어났다.

하지만, 곤충호르몬과 Nrf2 억제제를 동시 투여한 추가실험에서는 세포 내 항산화물질 발생 증가와 운동장애의 개선을 보이지 않았다.

이에 곤충호르몬이 Nrf2를 활성하고 이로 인해 증가한 항산화물질이 파킨슨병을 개선한다는 기전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약자원센터 임혜선 박사는 "이번 연구는 곤충호르몬이 뇌신경질환 치료에 중요한 산화스트레스를 억제하는 효능을 가지는 다는 사실을 밝힌데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총괄책임자 문병철 박사는 "곤충은 동의보감 내 충부편에 기록돼 있는 한약자원으로서 잠재적 가치가 매우 크다"며 "앞으로도 곤충 유래 생리활성물질의 과학화를 통해 산업적 활용을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SCI 국제 학술지 '활성산소 생물학 및 의학' 온라인호에 게재됐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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