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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월세 통계 개선 나선 정부.. ‘깜깜이 전세연장’엔 속수무책

김현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9.06 17:33

수정 2020.09.06 19:01

연장계약은 확정일자 신고 없이
당사자간 서류상 합의가 다반사
전월세신고 시행까진 집계 불가
통계 왜곡 근본적 보완 어려워
임대차 2법 본격 시행으로 전세 계약갱신이 늘어나는 가운데 정부가 이를 정확히 파악할 적절한 수단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뉴시스
임대차 2법 본격 시행으로 전세 계약갱신이 늘어나는 가운데 정부가 이를 정확히 파악할 적절한 수단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뉴시스
정부가 전월세가격 통계의 오류 개선 작업을 추진키로 했지만 계약 갱신시 임대인과 임차인이 임의 합의하는 '깜깜이 전세계약 연장'을 파악하는 데는 속수무책인 것으로 파악됐다. 임대차 시장 통계에 반영돼야 하는 전월세 계약 연장에 대한 적절한 신고절차나 규제책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내년 6월로 예정된 전월세신고제 시행 전까지는 전월세 계약연장에 대한 촘촘한 집계나 조사는 불가능하고, 표본 집계 등의 현재 방식으로만 시장 추이를 파악할 수밖에 없는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확정일자 없는 전세연장이 다수


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전월세 연장계약의 조사과정 등을 보완하는 절차를 준비 중이다.
그러나 국토부 측은 "계약 연장에 대한 별도의 (신고)절차를 두거나 수정하는 것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사 범위와 과정을 충분히 늘리더라도 시장에서 일어나는 전세계약 전반을 파악하기는 불가능하다.

이는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은 지난 7월31일 우선 시행했지만, 임대차 3법의 마지막 퍼즐인 전월세신고제는 빠졌기 때문이다.

전월세 계약연장시 임차인의 권리인 계약갱신 요구권은 명확한 의사표시를 한 경우 효력을 발휘한다. 다만 전세보증금 등에 변동이 없는 경우는 대부분 묵시적인 갱신으로 갈음한다. 이 경우는 별도의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거나, 지난 계약서의 계약기간만 수정해 합의한다.

문제는 임대인과 임차인이 임대료를 소폭 인상하는데 합의하고 양측이 만나 오른 금액을 확인하고 계약서에 사인하는 경우는 확정일자를 별도로 받지도 않고 공인중개업소를 거치지도 않기 때문에 통계에 반영할 방법이 사실상 없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임대료 인상요구가 5%를 넘어 분쟁조정위로 가거나, 정부가 임대차 거래 통계를 위해 표본으로 관리하는 일부 가구를 제외하고는 대다수 전세 연장계약은 당사자 밖에 모르는 '깜깜이 전세 연장'이 된다.

조사만으론 통계 왜곡 개선 불가능


정부도 한국감정원 통계에서 최근 과도한 전세가격 인상이 나타나는 것과 관련, 임대인이나 임차인이 변경되는 신규 계약 위주로 집계되기 때문에 통계의 왜곡이 있다고 해명한 바 있다.

국토부는 해당 논란과 관련해 "현재는 감정원 조사자가 중개업소를 통해 파악하는 시세와 확정일자 신고를 통해 집계되는 거래금액을 조사하는 방식"이라고 밝혔다. 또한 현행 조사방식은 중개업소의 계약이나 확정일자 신고가 없는 갱신계약은 동향조사에 반영할 수 없는 한계가 있어 이를 보완하는 과정을 준비 중이다.

하지만 현재의 방식을 보완하는 것만으로는 여전히 문제가 남는다. 관련 업계에서는 전월세신고제 없이는 근본적으로 보완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확정일자가 없는 전월세 계약, 합의에 의한 깜깜이 계약, 중개업소를 거치더라도 조사원의 표본조사에서의 물리적 한계 등이 있다.

모든 전세계약을 조사방식으로 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지난 7월 확정일자 자료를 바탕으로 집계한 전국 전월세 거래량만 18만3266건이다. 이는 계약갱신으로 별다른 확정일자를 받지 않은 거래는 모두 빠진 수치다.
계약갱신청구권으로 이들 물량 중 다수가 갱신계약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조사방식만 가지고는 전월세 통계의 신뢰성 훼손은 물론이고, 최근 추진 중인 부동산 감독기구의 역할도 제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최근 전세가격 급등에 대한 통계 논란이나, 시장에서 임대료 5% 룰이 제대로 지켜지는 지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그동안 수면 아래 감춰진 전월세 계약을 알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며 "단지 임대인과 임차인 간의 분쟁이 불거진 거래만 조율 하는 수준으로는 향후 임대료를 둘러싼 편법 거래나 계약갱신을 통한 임대료 상승률을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kimhw@fnnews.com 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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