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中 반도체 굴기' 숨통 끊기 나선 美… 삼성·SK하이닉스 반사익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9.07 17:55

수정 2020.09.07 19:43

中 최대 반도체 업체 SMIC 제재
화웨이 등 IT산업 타격 불가피
美 납품업체도 동반 피해
삼성·SK하이닉스 반사이익
'中 반도체 굴기' 숨통 끊기 나선 美… 삼성·SK하이닉스 반사익
【베이징=정지우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반도체 굴기'를 꿈꾸는 중국 최대 반도체 회사인 SMIC(중신궈지)의 숨통을 끊을 것이라는 소식이 나오면서 후폭풍이 거세다.

미국 정부가 공식적인 제재 발표를 내지 않았음에도 이미 전세계 반도체 시장에 메가톤급 충격이 예고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아직 공식입장을 내진 않았지만, 이번 미국의 제재가 현실화 될 경우 중국 정보통신(IT) 산업에 막대한 피해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긴장감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일단 중국 언론 등에선 만약 미국이 제재에 돌입할 경우 SMIC에 납품중인 미국의 장비·부품 기업들도 함께 대거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반면 SMIC가 미국으로 부터 장비·부품 수입을 못할 경우 기술 개발이 어려워져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SMIC의 미국 협력사도 동반 타격


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전날 주요 외신은 복수의 미 국방부 관계자를 인용, SMIC와 중국군의 관계를 정밀 조사하고 있으며 향후 거래제한 기업명단 '블랙리스트'에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SCMP는 "트럼프 행정부의 SMIC 블랙리스트 검토는 전 세계 수많은 고객사와 납품업체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SMIC의 최대 고객사는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다. 이 때문에 SMIC 거래 제한 검토는 화웨이도 표적 중 하나라는 해석이 나왔다. 화웨이는 다른 중국 기업 최소 275개사와 함께 이미 미 상무부의 블랙리스트에 올라가 있다.

SMIC에 대한 전체 납품업체 비중은 미국이 가장 커서 동반 피해도 예상된다. 상위 30개 납품업체 중 10곳이 미국 기업이다.

미국의 최대 납품업체는 실리콘칩 생산에 사용되는 플라즈마 에칭 기계 생산업체 '램 리서치'다. 지난 5월4일 기준 램 리서치의 SMIC 자본지출 기여도는 8.5%이며 램 리서치는 이 가운데 1.1%를 수익으로 가져갔다.

후폭풍은 미국 업체에게만 불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노광장비 부문 세계 점유율 1위의 네덜란드의 ASML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됐다. ASML은 4월2일 기준 매출의 0.12%를 SMIC에서 거둬들였다. 중국기업 6곳, 대만기업 4곳, 한국·일본·독일·이스라엘기업 각 2곳 등도 영향권이다. 중국 납품업체의 경우 내셔널실리콘인더스트리그룹이 7월1일 현재 SMIC로부터 수익의 26.5%를 얻고 있다.

SMIC는 매출의 8.6%를 퀄컴으로부터 얻는다. 퀄컴은 삼성전자와 애플 등의 모바일 폰에 사용하는 칩을 공급하고 있다. SMIC 최대 고객사 38곳 중 14곳이 중국 기업이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엔 호재될 듯


그렇지만 중국 SMIC를 둘러싼 미·중 갈등은 한국 파운드리에 호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30년 파운드리시장 세계 1위를 선언한 삼성전자와 중국 고객 비중이 높은 SK하이닉스시스템IC 등이 수혜를 입게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말 7nm 공정을 준비 중인 SMIC 기술개발에 차질이 불가피해, 7nm 대규모 생산능력을 확보한 삼성전자의 수혜가 기대된다. SK하이닉스가 지분 100%를 보유한 SK하이닉스시스템IC도 올 4분기부터 중국 우시공장에서 파운드리 라인의 본격 가동이 전망돼 반사 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중국은 최근 미국 제재로 화웨이 등 중국 통신 업체가 외국 기업에서 반도체를 수입할 길이 막히자 SMIC 등의 자국 반도체 기업을 키우기 위해 막대한 투자를 해왔다. 또 한국에서 반도체인력 영입을 대거 추진해왔다.

중국 정부는 지난 5월엔 SMIC에 22억 달러(약 2조7000억원)의 거금을 투자한 바 있다. 미국이 SMIC에 제재를 시작할 경우 이같은 투자금은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SMIC는 '반도체 굴기'를 위한 중국 정부의 지원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나, 제재가 확정되면 미국 기업이 SMIC에 제품을 수출할 때 미국 상무부의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하며, 이에 따라 IT 업계를 비롯한 중국 산업 전반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SMIC가 블랙리스트에 오르게 되면 미국 기업들이 부품 판매 등으로 SMIC와 거래를 할 때 미 행정부의 사전승인(라이선스 발급)을 받아야만 한다.


미국 공급업체에 대한 SMIC의 접근을 제한할 경우 스마트폰부터 5G 기지국 등 모든 직접회로(IC)와 소프트웨어 산업 개발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분석된다.

대만에 본사를 둔 리서치업체 이사야 캐피탈앤리서치의 에릭 청 최고책임자는 "미국의 거래 제한이 SMIC 공급망을 교란시켜 CMOS 센서, 스마트폰 지문, 전력 관리 직접회로 제품 생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SMIC는 미국 정부의 제재 논의 여파로 7일 홍콩증시에서 장중 한때 20% 가량 급락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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