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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역 확대에… 데이터 공개·수수료 등 놓고 오프라인과 충돌 [기회와 갈등, 두 얼굴의 온라인 플랫폼]

오은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9.07 17:59

수정 2020.09.07 19:54

<2> 혁신 VS. 규제
금융·쇼핑·숙박 등에 깊숙이 관여
오프라인업체 "전통 생태계 파괴"
공정화법 제정 등으로 규제 요구
전문가들은 "혁신에 방해" 신중
영역 확대에… 데이터 공개·수수료 등 놓고 오프라인과 충돌 [기회와 갈등, 두 얼굴의 온라인 플랫폼]
"혁신 불꽃은 꺼트리지 않으면서 독과점 폐해는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

지난 8월 김재신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은 취임사를 통해 "디지털 공정경제 과제를 완수해 나가겠다"며 이같이 언급했다. 온라인 기반 플랫폼 업체들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기반으로 금융·운송·유통·쇼핑·숙박·요식 등 생활 속 굵직한 영역 전반에 깊숙이 침투하면서 규제 수위를 놓고 기존 업종과 갑론을박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4차 산업혁명 물결을 타고 혁신기법이 몰려오는 가운데 정부의 제도가 최신 트렌드를 따라잡기 버거운 형국이다. 급속히 바뀌는 산업지형에 대한 정부의 새로운 좌표 설정과 새로운 불공정행위에 대한 규제 도입을 놓고 정부의 결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전통 금융권, 소비자 피해 우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모바일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는 대부분 오프라인에서 이뤄지던 시장을 온라인으로 연결해 주는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다.
그렇기 때문에 대다수 사업들이 기존 오프라인 사업을 침투하는 모양새가 된다.

당장 데이터 공개 문제가 금융권의 화두로 떠올랐다. 데이터 공개의 경우 플랫폼업체의 데이터 독점과 연관돼 있다. 정보가 한 기업에 집중되면 경쟁에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업에 진출한 네이버와 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과 전통 금융기관 간 데이터 공개 논쟁이 온라인 플랫폼 부상에 따른 갈등의 대표적인 예로 꼽힌다. 시중은행들은 각종 기관과 기업에 흩어져 있는 신용정보 등 개인정보를 확인, 직접 관리하고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인 마이데이터 사업 시행을 앞두고 빅테크과 동일한 규제를 적용해 달라고 금융위에 요청한 바 있다. 은행들은 영업에 필요한 핵심정보를 빅테크들과 공유하는 반면 빅테크 기업은 정보공개가 한정된다는 점에서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목소리를 높인 것이다. 문제는 양측의 데이터에 대한 접근법이 다르다는 점이다. 전통금융권은 빅테크 방식의 데이터 수집과 활용이 금융상품 리스크를 높이고 금융소비자의 피해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반면 빅테크 업계는 고객 프라이버시의 중요성에 방점을 두고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수수료 역시 넘어야 할 큰 산이다. 배달의민족은 지난 4월 수수료체계를 개편했다가 소상공인의 불만으로 1개월 만에 원상복구한 바 있다. 숙박앱 야놀자와 여기어때 역시 광고와 과도한 수수료 문제로 공정위가 조사에 나섰다. 다만 공정위는 "적정 수수료는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에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며 "공정거래법은 경쟁법이기 때문에 가격에 대해서 왈가왈부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시장획정의 문제도 파생된다.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운영사인 딜리버리히어로(DH)의 기업결합에 대한 공정위의 판단은 시장획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데, 배달앱 시장이냐 온라인 배달 시장 전체냐에 따라 승인 여부도 갈릴 수 있다.

자사우대나 멀티호밍 차단과 같은 새로운 경영행태에 대한 기존 업체들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네이버는 쇼핑·동영상 검색시장에서 스마트스토어, 네이버동영상 등 자사 서비스를 다른 사업자보다 우대해 먼저 노출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네이버부동산이 카카오가 다른 부동산정보 업체들과 거래하는 것을 방해했다는 멀티호밍 차단도 새로운 이슈다.

"공정화법 전가의 보도 안돼"


공정위는 플랫폼기업의 독과점 이슈 등 집중 해결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다. 기존 업종을 대표하는 단체들도 공정위가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 제정 등을 통해 온라인플랫폼 사업자에 오프라인 사업자만큼의 의무와 책임을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오히려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이 혁신을 방해할 수 있다고 신중론을 펼쳤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플랫폼산업의 독과점은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며 "네이버나 카카오가 가는 길은 스타트업들이 살아남을 수 없을 만큼 플랫폼 효과가 강력하기 때문에 공정위가 심도 있는 고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는 규제하면 다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다른 쪽으로 분명히 부작용이 생길 것"이라며 "규제로 접근할 게 아니라 '을'들이 '갑'에 목소리를 내고 협상할 수 있도록 '을'들의 결속력을 도와주고 지원하는 장치를 마련해주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고 주장했다.

onsunn@fnnews.com 오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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