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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커플링 현실화' 中자체 보안규정·美경제교류 끊을수도

- 자체 데이터보안 규정 내놓은 中 
- 트럼프 "디커플링할 수 있다"
사진=AP/뉴시스
사진=AP/뉴시스

【베이징·서울=정지우 특파원, 송경재 박종원 기자】중국이 자국 정보기술(IT) 기업들을 겨냥한 미국의 대대적인 공세에 맞서 데이터 안보의 국제 기준을 정하기 위한 자체 구상을 내놨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경제 교류를 끊을 수도 있다고 비난하는 등 여전히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미중 양국의 디커플링(탈동조화)이 점차 현실화되는 양상이다.

■자체 데이터보안 규정 내놓은 中
8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이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이날 베이징에서 열린 전 세계 디지털 거버넌스 심포지엄 회의에서 이런 내용의 '글로벌 데이터 안보' 이니셔티브를 발표했다.

발표 내용의 핵심은 중국이 데이터 보호를 지키고 있으며 디지털 경제가 발전한다고 다른 나라의 공격을 받는 것은 부당하기 때문에 자체적인 데이터 보안 규정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왕 국무위원은 "중국 정부는 데이터 보안 보호에 관한 원칙을 엄격히 이행하고 있다"면서 "중국 기업에 대해 다른 나라 법을 위반하면서 국외 데이터를 제공하라고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데이터 보안과 관련해 "다자주의를 견지하면서 각국의 이익을 존중하는 글로벌 데이터 보안 규칙이 각국의 참여로 이뤄져야 한다"면서 "일부 국가가 일방주의와 안전을 핑계로 선두 기업을 공격하는 것은 노골적인 횡포로 반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왕 위원은 "디지털 보호주의는 경제 발전의 객관적 발전 법칙에 위배되고 세계화 시대에 맞지 않는다"면서 "디지털 보안을 정치화하고 이중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국제 관계 원칙에 벗어난다"고 미국을 정조준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글로벌 데이터 보안 규정을 만들 것이며 여기에 참여해달라고 제의했다. 구체적으론 △타국의 정보 기술을 훔치거나 파괴하는 행위 금지 △개인 정보 침해 방지 조치를 하고 불법적으로 다른 나라 국민의 신상 정보 수집 금지 등이다.

또 데이터 보안과 관련해 △타국의 주권과 사법 관할권 존중 △정보 기술 제품 및 서비스 공급 업체의 사용자 데이터 불법 획득 금지 등도 포함됐다.

중국의 이런 데이터 안보 구상은 최근 트럼프 미 행정부의 기술 압박이 거세지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통신장비회사 화웨이는 물론 틱톡, 위챗, 등 중국의 인기 앱과 반도체업체 SMIC(중신궈지)까지 '국가안보 위협'으로 규정하고 전방위 규제에 나서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한 달 전 '청정 네트워크 프로그램'을 발표해 중국의 통신회사, 앱, 클라우드, 해저케이블을 미국 등이 사용하는 인터넷 인프라에서 퇴출해야 한다고 촉구했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 "중국이 자체적인 글로벌 데이터 보안 규정을 만드는 것은 중국 기업들의 데이터보안에 문제가 있다는 미국의 집요한 공격으로 세계 시장 점유율이 하락하는 것을 막기 위한 대응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트럼프 "디커플링할 수 있다"
반면 대선을 2개월 앞둔 트럼프 미 대통령은 재차 중국을 비난하며 중국과 경제 교류를 끊을 수도 있다고 압박했다. 그는 중국과 무역 덕분에 수십억달러를 잃었고 중국이 미국 돈으로 군사력을 증강했다고 주장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노동절 휴일을 맞아 백악관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미국을 세계 제일의 제조업 강대국으로 만들 것이며 중국에 대한 의존을 완전히 끝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중국과 탈동조화(decoupling)를 하든 내가 지금까지 했던 것처럼 대규모 관세를 물리든 간에 중국에 대한 의존을 끝낼 것"이라면서 "왜냐하면 우리는 중국에 기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디커플링에 대한 의견도 분명히 했다. 미국은 수십억달러를 잃었고 만약 우리가 중국과 사업하지 않았더라면 잃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만약 이를 디커플링이라고 한다면 기꺼이 추진하겠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대선을 앞두고 기존 정책인 '미국제일주의'를 강조하면서 상대 후보와 중국을 한데 묶어 적으로 돌리려는 전략이라고 FT는 추정했다.

같은 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역시 중국에 강경대응을 주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가 SMIC를 거래제한 기업인 '블랙리스트'에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에 대해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은 중국 기업을 노골적으로 괴롭히고 있다"면서 "적나라한 패권주의적 행태이고 중국은 이에 강력히 반대한다"고 반박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송경재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