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일반경제

KDI 마저 올 경제성장률 -1.1%로 하향… "V자 회복 아냐"

오은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9.08 12:00

수정 2020.09.08 19:46

코로나 재확산에 마이너스 전환
민간소비 성장률 -4.6% 역성장
"하반기 회복 쉽지 않을 것" 파악
미·중 대립도 추가적 하방 요인
내년 전망치도 3.5%로 내려
7일 오전 서울 지하철 사당역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들이 출근길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정부는 지난 4일 코로나19 방역 강화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조치를 오는 13일까지 1주일 연장했다. 뉴스1
7일 오전 서울 지하철 사당역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들이 출근길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정부는 지난 4일 코로나19 방역 강화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조치를 오는 13일까지 1주일 연장했다. 뉴스1
KDI 마저 올 경제성장률 -1.1%로 하향… "V자 회복 아냐"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1.1%로 하향 조정했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직전 전망치인 0.2%에서 마이너스로 돌아서면서 정부가 기대한 'V자 반등'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평가다.


4개월 만에 마이너스 전환


KDI는 8일 'KDI 경제전망'을 통해 "우리 경제는 2020년 민간소비와 수출이 크게 위축되며 -1.1%의 역성장을 기록한 후 2021년에도 경기회복이 제한된 수준에 그치면서 3.5%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은 코로나19 재확산 때문이다. 조덕상 KDI 경제전망총괄 연구위원은 "지난 5월 상반기의 올해 경제성장률 실적치를 보더라도 코로나19 확산이 장기화되는 하위 시나리오(-1.6%)와 일치하는 수준"이라며 "최근의 코로나19 전개 양상과 경기 흐름을 고려하면 기준 시나리오에 비해 경기하락 폭이 크고 회복도 느리게 진행될 것으로 예측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경제전망은 비정기적 전망으로, KDI가 상반기와 하반기 두 차례에 걸친 정례 경제전망 이외에 별도로 경제성장률을 수정 전망한 것은 2008년과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 당시, 2012년 유로존 재정위기 심화 이후 처음이다.

앞선 세 차례의 수정치 발표 때도 성장률이 플러스에서 마이너스로 돌아서지는 않았다. 2008년엔 4.2%에서 2.8%로, 2009년엔 -2.3%에서 -0.7%로, 2012년엔 3.6%에서 2.5%로 조정된 바 있다.

KDI는 민간소비 성장률이 올해 -4.6%로 역성장하고 내년에도 2.7%로 소폭 반등하는 데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상반기와 비교해 민간소비를 특히 하향 조정했는데, 코로나19 재확산으로 하반기 민간소비 회복이 쉽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했다.

다만 설비투자는 작년의 기저효과와 글로벌 반도체 수요 회복 등으로 올해 4.2%, 내년 4.8%로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건설투자 역시 올해 토목부문이 SOC를 중심으로 개선되면서 1.1%, 내년엔 3.1%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수출과 수입도 모두 더 감소할 것이라고 봤다. 다만 올해 하반기부터 상품부문을 중심으로 부진이 점진적으로 완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수출은 올해 -4.2% 감소한 후 내년 3.4% 증가로 돌아설 것으로 내다봤다. 수입도 -4.2%를 기록했다가 내년에는 3.7%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소비자물가는 유가 하락으로 올해 0.5%의 낮은 상승률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에는 경기와 유가가 부분적으로 반등하면서 0.7%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올해 실업률 전망치는 4.0%, 내년은 4.1%로 지난해 3.8%보다 소폭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KDI는 우리 경제가 코로나19 확산 범위와 기간에 따라 성장경로가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했다. 코로나19에 직접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치료제나 백신이 조기에 개발돼 안정적으로 공급되는 경우 내년에는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경기회복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지만, 확산세가 계속되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될 경우 경기하락이 더 느리게 진행된다는 것이다.

V자 반등 사실상 '불가능'


미국과 중국 간의 대립도 우리 경제성장에 추가적 하방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두 국가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정 실장은 "미국의 대선 결과와 무관하게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는 모습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며 "코로나19 충격에 가려 있지만 미·중 갈등 확대는 세계·한국 경제에 상당한 충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기대했던 경제의 V자 반등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평가다.
정 실장은 "이번에 예상한 올해 -1.1%, 내년 3.5% 성장률은 연평균 1.2% 성장이라는 뜻인데 이마저도 잠재성장률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이라며 "내년에도 정상 경로에 도달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며 V자 회복은 아닌 것으로 전망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재정정책 방향에 대해선 선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조 연구위원은 "코로나19 확산세를 제어해 인명피해와 경기하락을 축소하는 것이 시급한 현 상황에서 방역 과정에 따른 피해가 집중된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 말했다.

onsunn@fnnews.com 오은선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