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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톡] 공자의 가르침은 없는 공자의 나라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9.08 18:11

수정 2020.09.09 09:26

[차이나 톡] 공자의 가르침은 없는 공자의 나라
중국은 공자의 나라다. 그는 노나라에서 태어나 춘추시대에 활동했지만 2500년의 세월을 흘러 중화인민공화국이 된 현재까지도 대륙 곳곳에서 살아 숨 쉬고 있다. 한때 무덤이 파헤쳐지고 비석과 동상이 파괴됐으며 그의 사상까지 말살하려는 수모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면서 공자는 부활했고, 여전히 중국 문화와 사상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중국 정부가 세계 162개국에 세운 홍보교육기관 이름도 공자학원이다. 최근 미·중 갈등 속에 스파이기관 논란이 생기기도 했지만 공자에 대한 중국의 자부심과 애정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공자의 업적은 위대하다. 시경과 서경을 편찬했고, 춘추를 엮었으며, 수많은 후학에게 지혜를 전수했다. 그는 예수, 석가와 함께 세계 3대 성인으로 꼽힌다.

이런 공자가 70세 이르러 매진한 것이 유교의 경전 중 3격의 하나인 역(易), 즉 주역(주나라의 역)이다. 주역은 점서의 기능도 있으나 실제로는 천지만물의 이치(변화)와 조화를 담은 철학서다. 주역 역시 중국인의 삶에 깊이 뿌리 박혀 있다.

중국이 시진핑 시대에 접어든 후 본격적인 변화를 추진 중이다. 임기 초반 개혁·개방을 시작으로 일대일로(육상·해상 신실크로드), 샤오캉(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림), 두 개의 백년(중국 공산당 창당 100년 2021년, 신중국 건국 100년인 2049년) 등을 실현해 나가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올해 신년사에서 "돌격의 나팔 소리가 이미 울리고 있다"고 독려했다.

중국의 변화는 시 주석이 취임한 2013년부터 시작됐다. 하지만 외부의 이목을 집중시킨 것은 사실상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과 미·중 갈등이 불거지면서부터라고 봐야 한다. 그동안 중국몽을 향한 변화는 대륙이라는 거대한 힘에 가려져 국제적으로 크게 공론화된 것이 그리 많지 않았다.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과 시행, 신장웨이우얼자치구와 티베트, 대만, 남중국해, 대만해협,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해협, 인도와 히말라야 영토분쟁 등 현재 대부분의 중국 관련 국제적 분쟁이 그렇다.

중국몽을 공간적 개념으로 확장한 일대일로에 적용해보면 이 같은 중국의 변화를 이해하기 쉽다. 과거 당나라와 명나라 때 화려했던 육상·해양의 각 실크로드를 시 주석의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 사상에 접목한 '또 하나의 제국' 건설을 위한 꿈, 즉 일대일로다. 주역으로 치자면 이제 힘이 생겼으니 세계에서 다시 주도권을 잡겠다는 '변역(변화)'이 된다.

그러나 현재 중국엔 변화는 있으되, 조화는 찾아보기 힘들다. 중국몽을 향한 자신들의 변화에 조금이라도 우려의 시선을 보내면 "대가를 치를 것"이라며 위협을 서슴지 않는다. 또 제국 건설을 위한 군사적 압박과 경제적 보복도 주변국에서 거침없이 행사한다.
코로나19 이후 봉쇄된 하늘길도 우호적인 국가에만 선별적으로 열어주는 무기로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중국이 숭상하는 공자의 가르침과는 다르다.
공자의 '죽간을 엮은 끈이 세 번이나 낡아 끊어질 때까지 공부했다(위편삼절)'는 주역의 원리는 변화를 통한 천지만물의 '조화'다.

jjw@fnnews.com 정지우 베이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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