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노 마스크' 지적했다 큰 싸움날라.. 눈 질끈 감는 사람들

최서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9.10 06:00

수정 2020.09.10 06:00

지하철 마스크 착용 안해도 단속 안하고.. 시민들이 알아서 해결하라?
서울 세종대로 지하철 광화문역에서 승객들이 내리고 있다. /사진=뉴스1
서울 세종대로 지하철 광화문역에서 승객들이 내리고 있다. /사진=뉴스1


#1 A씨는 지난달 서울 지하철 1호선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전화통화를 하는 남성을 발견하고 서울교통공사 대표번호로 문자 신고했다. 돌아오는 답변은 “행정처분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 (해당 지하철 기관사에게) 안내 방송을 재요청하겠다”는 답변만 받았다. A씨는 “같은 내용을 3번 반복해서 신고했지만 ‘마스크를 착용해달라’는 역무원의 방송만 반복됐다”면서 “애초부터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있는 사람이 방송을 한다고 해서 다시 제대로 착용하겠느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2 출근길에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열차 내부를 활보하고 다니는 남성을 발견한 B씨는 그 남성을 서울교통공사 앱으로 신고했다. 그러나 B씨에 돌아온 서울교통공사의 답변은 “내용을 담당 부서에 전달하겠다. 혹시 소란, 난동 등이 있어 직원 확인이 필요하거나 112신고가 필요할 경우 한 번 더 말씀해달라”는게 전부였다. B씨는 “지하철을 관리하는 기관이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는 상황에서 시민들이 직접 (그 사람에게) 마스크를 착용할 것을 요구했다가 자칫 시비에 휘말리면 큰 싸움으로 번질수도 있는데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마스크 미착용 승객 관련 신고에 대한 서울교통공사 측의 답변. 사진=독자 제공
마스크 미착용 승객 관련 신고에 대한 서울교통공사 측의 답변. 사진=독자 제공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의 기세가 좀체 꺾이지 않는 가운데 지하철 내부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일명 ‘노 마스크족’ 때문에 지하철 이용자들이 큰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마스크를 하지 않은 사람으로 부터 코로나 19 감염이 일어날수도 있는데다 이를 제지할 경우 다툼에 휘말리거나 신체적 위협까지 당할 수 있다는 공포감 때문이다. 더구나 지하철을 관리하는 해당 기관의 경우 단속 권한이 없다는 이유로 이같은 행위를 수수방관하면서 지하철 이용객의 위험과 불편은 더욱 커지고 있다.

10일 서울교통공사 등에 따르면 지하철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 이후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해야 하지만 이를 지키지 않는 승객이 간혹 있어 이를 지적하는 과정에서 시민들 간에 사소한 말다툼에서부터 몸싸움까지 계속 일어나고 있다. 이 때문에 지하철 이용객들은 "어차피 신고해봤자 문제가 해결되지도 않을텐데 그냥 참지 뭐"라는 생각으로 눈을 질끈 감지만 불편한 마음은 지울수 없는게 사실이다.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사람을 신고해도 아무 것도 해결되는 것이 없다”며 “코로나19 감염이 걱정돼서 결국 누군가 지적해줄 때까지 기다리는 방법 외에는 없다”는 하소연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지난 5월부터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방역당국과 서울교통공사 측은 지하철, 버스 등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승객은 탑승할 수 없도록 조처를 취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개찰구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의 탑승을 제지하거나, 지하철 내에서 마스를 정상적으로 착용하지 않은 경우 단속이나 지도를 하는 경우도 거의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지하철 이용객들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사람을 발견해 서울교통공사 대표번호 혹은 공식 앱으로 신고를 해도 한 번의 안내방송으로 조치가 끝나기 일쑤다.
마스크 의무 착용 확인 업무는 역무원들의 기존 업무 외 근무기에 이를 담당할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서울 내 한 역사의 역무원은 “일부 승객 중에 마스크를 끼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단속이나 지도를 하거나 물리력을 동원해 하차를 시키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 역시 “마스크 때문에 모든 지하철에 인력을 배치하기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며 “상황에 따라서 공백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승객들의 안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설명했다.

csy153@fnnews.com 최서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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