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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출 압박 시달리는 中 기업들, 싱가포르로 몰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9.10 14:37

수정 2020.09.10 14:37

지난 2018년 5월 24일에 촬영된 싱가포르 중심업무지구.로이터뉴스1
지난 2018년 5월 24일에 촬영된 싱가포르 중심업무지구.로이터뉴스1


[파이낸셜뉴스]중국 기업들이 최근 미국과 유럽, 인도에서까지 퇴출 압박을 받으면서 싱가포르로 몰려들고 있다. 관계자들은 기업들이 싱가포르를 디딤돌로 삼아 동남아 시장 확대에 나선다고 전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0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업계 단체들을 인용해 현지에 신규 진출하는 중국 금융 및 IT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싱가포르 재무부와 경제개발위원회는 따로 IT와 금융분야에서 중국 기업 증감을 집계하지 않는다고 밝혔으나 싱가포르자산운용협회(IMAS)와 싱가포르핀테크협회(SFA)는 확실히 회원사가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IMAS에 가입하는 기업은 반드시 싱가포르 사무실을 보유해야 하고 SFA 가입 기업은 현지에서 기업 등록을 마쳐야 한다.



IMAS의 카르멘 위 회장은 지난 2018년 이후 매년 중국 회원사 숫자가 2배씩 늘어나고 있다며 "싱가포르는 동남아시아 시장 내에서 전략적 위치에 있다. 싱가포르 진출에 대한 중국 기업들의 관심이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는 지난해 8월 가변자본회사(VCC) 적용 특례법을 적용하고 해외 뮤츄얼펀드 유치를 강화했다. VCC로 분류된 뮤츄얼펀드는 재무재표나 주주명부 공시 의무가 없다. 관계자에 따르면 싱가포르에는 지난 1월 이후 109개에 이르는 다국적 펀드들이 VCC로 등록됐다.

치아 훅 라이 SFA 회장 역시 지난 3월 이후 회원사 숫자가 350개에서 780개로 늘었다고 밝혔다. 그는 "미중간의 지정학적 관계 및 무역이 나빠질수록 중국 투자 이탈이 가속될 것"이라며 "싱가포르는 지정학적 긴장에 이익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기업들의 싱가포르 진출은 수년 전부터 부동산 시장을 통해 드러났다. 동영상 플랫폼 '틱톡'을 운영하는 중국 바이트댄스는 2018년에 공유 사무실 업체 위워크를 통해 싱가포르 진출했으며 올해 안에 대표 업무지구인 원라플스키 지역으로 이전할 계획이다. 중국 화웨이는 지난해 11월에 클라우드 및 인공지능(AI) 연구를 위한 연구소를 싱가포르에 세웠고 알리바바는 지난달 싱가포르 중심상권에 위치한 12억달러(약1조4698억원) 건물의 절반을 매입했다. 이는 알리바바의 첫 해외 부동산 매입이며 해당 건물 역시 중국 밖의 첫 해외 본사로 쓰일 예정이다. 이외에도 중국 AI 창업초기기업(스타트업) 센스타임, 온라인 여행사 씨트립,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체 YY, 이동통신사 차이나모바일도 싱가포르에 진출했다.

FT는 알리바바 그룹의 금융 계열사인 앤트 파이낸셜, 중국 2위 증권사 하이통 증권, 화웨이의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부, 텐센트 산하 디지털 은행인 위뱅크가 최근 업계 단체에 가입 및 파트너십 문의를 했다며 싱가포르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이통증권 싱가포르 법인의 장푸페이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이미 싱가포르에서 기업 조달 및 자산운용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앤트 파이낸셜과 화웨이는 진출 상황에 대해 언급을 거부했지만 관계자에 따르면 두 기업 모두 싱가포르 정부가 주관하는 현지 기업 협업 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앤트 파이낸셜의 경우 싱가포르 정부에 디지털 은행 설립 허가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