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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서] 골든타임 더이상 늦추지 말라

강재웅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9.10 18:10

수정 2020.09.10 18:10

[여의도에서] 골든타임 더이상 늦추지 말라
골든아워(Golden Hour)란 의학용어가 있다. 골든타임으로 알려진 골든아워는 환자의 생사를 결정지을 수 있는 사고 발생 후 수술과 같은 치료가 이뤄져야 하는 최소한의 시간을 말한다. 병 증상마다 상이하지만 구급대원들은 환자 이송 전 10분을 골든타임이라고 한다.

골든타임이 의학용어로 사용됐지만 최근에는 사회 전 분야에 걸쳐 일반적으로 애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경제분야에서도 골든타임이란 용어가 많이 사용된다.

특히 코로나19 발생으로 빨간불이 켜진 현 경제상황에서 자주 사용되고 있다.


대한민국 경제는 골든타임을 논할 만큼 코로나19로 인해 크게 휘청이고 있다.

직격탄을 맞고 있는 곳은 다름 아닌 중소벤처기업과 소상공인들이다.

그러나 이들에 심폐소생술을 해줄 중소벤처기업부는 골든타임을 아는지 모르겠다.

우선 중기부는 지난 6월 3차 추가경정예산안을 통해 벤처기업 투자환경 확대 등을 위해 6000억원에 이르는 자금을 집행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100일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자금 집행을 위한 운영사 선정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내 벤처캐피털(VC)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벤처기업들이 자금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추경으로 받아둔 자금마저도 운용사가 선정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 외에도 VC 사이에선 자금이 기업에 빠르게 흘러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중기부의 늦장 대처는 이번뿐이 아니다. 중기부는 3년 연속 추경으로 모태펀드에 추가 출자를 받았지만 정작 투자를 위한 자펀드 조성은 해를 넘긴 바 있다.

송수환 국회 산업통상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문위원은 최근 '중기부 2019회계연도 결산검토 주요 보고'를 통해 "2019년 추경으로 스케일업펀드 500억원을 출자했지만 올해 4월에서야 자펀드가 결성됐다"며 "6월 말 현재까지 실제 투자로 이어지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이 같은 지적 때문인지 중기부는 지난 9일 예정에도 없는 '모태조합 3차 출자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하기도 했다.

소상공인을 위한 골든타임도 놓치고 있다.

중기부는 4차 추경을 통해 소상공인 200만명에게 총 3조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그러나 책임감 있게 집행할 중기부 내 소상공인정책관 자리는 공석이다.

신속한 정책 추진으로 코로나19로 인해 존폐 기로에 놓인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일이 가능할지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남대문시장의 한 상인은 "정부에서 지원을 해준다고는 하는데 문을 닫은 뒤에 해줄라는지 모르겠다"며 "버틸 때까지 버텨야겠지만 버틸 수 있도록 정부가 발빠르게 지원해줬으면 좋겠다"고 답답함을 드러냈다.

골든타임을 놓치면 환자는 사망에 이른다. 벤처기업과 소상공인은 파산과 부도다.
골든타임을 지키는 것은 환자를 살릴 수도, 소상공인에게는 생존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자꾸 시간만 흘러가면 벤처기업을 비롯해 소상공인들은 생존이 어려워진다.
골든타임을 지켜야 하는 이유다.

kjw@fnnews.com 강재웅 산업2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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