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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이슈추적] 의정갈등은 겨우 봉합했지만 공공의대 물 건너 갈수도

김도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9.12 08:59

수정 2020.09.12 09:08

정부-의협 양자 ‘의정협의체’ 샅바싸움 뒷걸음질 
의대증원 등 코로나19 진정 후 논의…결론내야 
시민단체 “공공의료 의사 허락을 받고 추진 아냐” 
공공의대에 대해 정확하게 알리는 일에 집중해야
폐교된 서남의대 정원(49명) 활용해 설립 하겠다
공공의대는 2023년 개교를 목표로 정부 여당이 추진중이 국립교육기관이다. /사진=fnDB
공공의대는 2023년 개교를 목표로 정부 여당이 추진중이 국립교육기관이다. /사진=fnDB


【파이낸셜뉴스 전주=김도우 기자】 극한 대치를 거듭하던 정부와 의료계가 한발씩 물러나 향후 ‘의정협의체’를 구성해 핵심 쟁점을 ‘원점’에서 재논의하기로 합의하면서 의정갈등은 일단락되었다.

하지만 의사들의 집단행동 속에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신설 등 현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해 온 의료체계 개편안의 불씨는 남아 있다.

김성주(전주병) 민주당 보건복지위 간사는 “논의하자는 것은 결론을 내기 위한 것이다”며 “남원 공공의대 신설은 의대 정원 확대하고는 결이 다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논의는 무한정 하는 것이 아니라 결론을 내기 위한 것이다”고 덧붙였다.


‘의료 취약지’ 인력을 국가가 직접 양성한다는 취지
공공의대는 2023년 개교를 목표로 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국립교육기관이다.

국가나 의료취약지에 꼭 필요한 필수보건의료 인력을 기존 의대에 의존하지 않고, 국가가 직접 양성한다는 취지다.

이미 보건복지부가 2018년 10월 ‘공공보건의료 발전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발표했던 정책이다.

당시에도 폐교된 서남의대 정원(49명)을 활용해, 전북 남원에 공공의대를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공공의대 졸업생은 역학조사관, 복지부 공무원, 공공병원 의사 등으로 일하게 된다.

공공의대가 갑자기 이목을 끌게 된 이유는, 시·도 지사나 시민사회단체가 입학생 선발권을 가져 해당 자녀들이 특혜를 볼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면서다.

정부의 공공의대 설립 방안 중 ‘시·도별로 학생을 일정 비율 배분해 선발 한다’는 내용과 기존 의대생을 대상으로 한 ‘공중보건장학제도’에 대한 설명이 뒤섞이면서 ‘시·도 지사 추천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대해 정부나 민주당에서 “학생 선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공정성이며, 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위원들도 공정성에 입각해 구성되면 좋겠다는 방안이 제시된 것이고 시민단체는 그런 맥락에서 예시로 나왔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성주 의원이 발의한 공공의대법에는 시·도 지사, 시민단체 선발권 관련 언급이 아예 없다.

전북 남원이 공공의대를 세울 토지 일부를 보상하는 등 이미 정책이 추진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남원시 관계자는 “공공의대를 바라는 지역에서는 법이 통과되면 빨리 설립하기 위해 (토지 마련 등을) 진행하는 것이다”며 “절반 이상은 시유지다”고 말했다.

남원시는 서남대가 폐교된 2018년 2월부터 공공의대 설립을 추진해왔다.

의료공공성강화 전북네트워크 관계자들은 4일 전북 전주시 전북도청 앞에서 '공공의료 포기 밀실야합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의료공공성강화 전북네트워크 관계자들은 4일 전북 전주시 전북도청 앞에서 '공공의료 포기 밀실야합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시민사회단체 이번 합의는 ‘밀실합의’ 규정
공공의대 등 정책 추진을 중단하게 된 점을 두고 시민사회단체의 비판도 만만찮다.

시민단체는 이번 합의를 ‘밀실 합의’로 규정했다.

의료공공성강화 전북네트워크는 지난 9월 4일 전북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편적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해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 의대 설립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정부는 시민의 건강권을 위협하는 의사협회와 한 편이 돼 공공의료를 포기하는 합의를 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들은 “정부가 지역의사제와 10년 복무제 등 부실한 내용의 공공의료 확충 안을 내놓았고, 그 부실함은 의사들이 진료를 거부하는 데 빌미가 됐다”며 “정부는 누더기였던 공공의료정책조차 포기하고 의사들과 밀실 합의를 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공공의료는 의사의 허락을 받고 추진하는 게 아니다”며 “정부는 밀실 합의안을 폐기하고 제대로 된 공공의료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참여연대, 무상의료운동본부 등 176개 노동·시민사회단체도 “정부 여당과 의협이 공공의료 정책의 진퇴를 놓고 협상을 벌인 끝에 사실상 공공의료 개혁 포기를 선언했다”며 규탄했다.

정의당 전북도당도 “매우 유감스럽다”면서 “국민의 생명·건강과 관련된 중차대한 국가적 의제를 이기적 집단행동 앞에서 물려버렸다”고 비판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왼쪽부터),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조정식 정책위의장,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공공의료 인력 확충을 위한 의대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 추진방안 당정협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0.7.23 /사진=뉴스1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왼쪽부터),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조정식 정책위의장,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공공의료 인력 확충을 위한 의대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 추진방안 당정협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0.7.23 /사진=뉴스1

공공의대 정책 주요 취지 설명하고 합의하는 과정
흔히 ‘공공의대’라고 불리고 있지만, 정확한 명칭은 ‘공공의료대학원’이다.

왜 공공의대를 전북에 그것도 남원에 세워야 하는지 설명하고 합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기존 의대(서남대) 정원(49명)을 활용해 감염·외상·분만 등 필수 의료분야에 근무할 공공의료 인력 양성을 위한 정책이다.

공공의료대학원이 설립되더라도 기존 의대 정원을 활용하기 때문에 의사 수는 늘지 않는다.

이용호(남원임실순창) 의원은 “공공의대 학생을 시도지사, 시민단체로 꾸려진 위원회가 주도해 선발한다는 내용은 가짜 뉴스”라고 여러번 강조했다.

공공의대 졸업생 3할이 서울·경기 지역에 배치된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다.

법률안에 따르면 공공의료대학원 학생들은 의료 취약지 등을 고려해 결정된 시·도별 비율에 따라 선발된다.

졸업자들은 자기 지역의 공공의료기관에서 전공의·군 복무 기간을 제외하고 10년간 의무복무하게 된다.

따라서 의료자원이 많은 수도권 지역에 졸업생들이 배정될 가능성은 작다.

공공의대 정책에 전라도 등 지역감정을 이용하기 위한 정치적 의도가 내포돼 있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다.

현재 국회에 상정된 ‘공공의료대학원 관련 법률’(안)에 따르면 의료 취약지역 시·도별 분포와 공공보건의료기관 수, 필요 인력 규모 등을 고려해 시·도별 선발 인원을 결정하게 돼 있다.


정부가 전라도 등 특정 지역 학생을 중심으로 입학하게 제한하지 않는다.

964425@fnnews.com 김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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