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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보복 '길들이기' 中, 인도에겐 "차별적" 반발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9.13 14:56

수정 2020.09.13 14:56

- ‘대만 친선’ 체코 여행 자제령
- 전형적인 경제보복 호주
- 중국 모방한 인도의 경제공격
[서울=뉴시스] 지난 3일 오전 대만 타이베이 총통부에서 차이잉원 총통과 라이칭더 부총통이 밀로시 비스트르칠 체코 상원의장 방문단을 만나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출처: 차이잉원 총통 페이스북> /사진=뉴시스
[서울=뉴시스] 지난 3일 오전 대만 타이베이 총통부에서 차이잉원 총통과 라이칭더 부총통이 밀로시 비스트르칠 체코 상원의장 방문단을 만나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출처: 차이잉원 총통 페이스북> /사진=뉴시스

【베이징=정지우 특파원】중국의 대외 경제 갈등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코로나19와 홍콩 국가보안법, 신장위구르자치구·티베트, 대만, 남중국해 등의 문제를 우려하는 서방국가의 목소리에서 중국이 보복 조치를 잇따라 내놓으면서 경제 마찰이 격화되는 양상이다.

국가간 외교는 상호주의에 기반을 둔다는 것을 감안해도 중국의 대응은 수출이나 무역, 관광 등 결이 다른 경제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따라서 경제를 무기로 한 사실상 길들이기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중국은 상대 경제 의존국인 인도에겐 오히려 경제 보복을 당하는 형국이다.

■‘대만 친선’ 체코 여행 자제령
13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중국 정부의 가장 최근 화살은 대만과 친선 행보를 보이는 체코를 겨냥하고 있다. 중국 문화여유부는 홈페이지에 체코 여행 자제령 통지문을 올렸다. 명목은 체코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빠르게 확산 중이라는 점을 들었다. 체코는 하루 신규 확진 환자 수가 1000명대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보다 밀로스 비르트르칠 체코 상원의장이 대규모 인원을 이끌고 대만을 방문한 것에 주목했다.

체코 외에도 코로나19가 폭증하는 국가가 상당수 존재하지만 유독 체코를 지목한데다, 대만 방문 직후 자제령이 내려진 점 등을 고려하면 ‘대만과 유대 관계’에 대한 보복 성격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SCMP는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 당시 한국이나 최근 호주에 대한 여행 제한 조치처럼 중국이 자국 관광객을 타국에 대한 압력행사 수단으로 사용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체코는 중국인들에게 인기 관광지로, 지난해 기준 61만여명의 중국인이 찾아 체코의 외국인 관광객 중 독일·슬로바키아·폴란드에 이어 4번째로 많다.

중국 정부는 미국 등 다른 국가 공무원이나 정치권이 대만 교류하는 것에 대해 ‘하나의 중국’ 주권을 침해하고 중국 내정을 간섭하는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체코 상원의장의 대만 방문 때도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체코 상원의장이 ‘대만 독립’ 분리주의 세력을 공공연히 지지하고 다른 나라에도 이를 따르도록 선동한 것은 노골적인 도발 행위로 선을 넘은 행동”이라며 “반드시 막대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었다.

사진=뉴스1
사진=뉴스1


■전형적인 경제보복 호주
중국이 코로나19 발원지 국제조사 요구, 홍콩 국가보안법 추진 반대 공동 성명 등에 동참한 호주를 공격한 방법이 전형적인 경제 제재다.

중국은 호주산 쇠고기 수입금지에 이어 호주산 보리 고율 관세 부과, 호주 관광 자제, 호주산 와인 반덤핑 조사 등으로 호주를 압박하고 있다.

우리나라 관세청에 해당하는 해관총서는 지난 1일 호주 곡물 수출업체 CBH그레인의 보리에서 검역성 유해 생물이 여러 차례 검출됐다며 수입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대표적인 ‘중국몽’인 일대일로(육·해상 신실크로드) 사업 참여에 호주 연방정부가 제동을 건 엿새 뒤 이 같은 조치가 나왔다.

주요 외신은 지난달 27일 호주 연방정부가 외국 정부와 독자적으로 맺은 주정부의 계약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거나 무효로 할 수 있는 입법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이 ‘경제 영토 확장’ 구상인 일대일로 사업을 이용해 호주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라고 주요 외신은 풀이했다.

[뉴델리= AP/뉴시스]지난 6월 22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에서 경찰이 중국산 물품 화형식을 하던 인도 상인을 저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델리= AP/뉴시스]지난 6월 22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에서 경찰이 중국산 물품 화형식을 하던 인도 상인을 저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중국 모방한 인도의 경제공격
그러나 중국은 일촉즉발 국경분쟁을 겪고 있는 인도의 경우 경제적 제재를 발동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히려 인도가 무역과 투자 장벽 강화로 중국을 옥죄는 모양새다.

지난 6월15일 중국·인도 국경지대인 라다크 갈완지역에서 양국군이 육탄전을 벌여 인도군 20명이 사망한 이후 인도 내에선 반중국 정서가 강하게 자리 잡았다. 일반 국민의 중국제품 보이콧과 별도로 인도 정부 역시 틱톡, 위챗, 바이두, 웨이보, 알리페이, 배틀그라운드 등 중국산 앱에 대해 세 차례에 걸쳐 이용금지 조치를 내렸다. 대상 앱은 모두 224개다.

인구 13억500만명의 인도는 중국 못지않게 내수시장이 매력적인 국가다. 짧은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만 해도 인도인 1억2000만명이 이용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틱톡 세계 이용자 수가 8억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국경분쟁으로 틱톡은 15%의 고객을 잃게 되는 셈이다.

인도 정부는 5세대 이동 통신(5G) 네트워크 구축사업에서 화웨이, ZTE(중싱통신) 등 중국 기업을 배제하겠다는 방침이며 자국 사용량의 대부분을 중국에서 가져오는 구리와 알루미늄도 수입 제한 방안을 검토 중으로 전해졌다.

인도 최대 철강회사 중 하나인 JSW그룹, 인도 최대 이륜차 업체인 히어로 모토코프 등 민간기업 등도 거래처에서 중국을 제외하며 반중국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인도에 대한 경제적 반격을 자제하고 있다.
그간 외교적 분쟁 이후 상대국에 지속적인 경제 보복을 가했던 중국과는 다소 다른 태도다. 오히려 “인도의 조치는 차별적인 것”이라며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인도의 중국산 앱 사용금지 두 번째 조치 뒤 사설에서 “양국 모두 국경분쟁이 경제발전을 위한 주요 목표를 방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면서 “중국 제품을 멀리하는 것은 인도 경제를 더 악화시킬 뿐”이라고 주장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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