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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 어촌에서 다시 시작하는 삶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9.13 18:01

수정 2020.09.13 18:01

[차관칼럼] 어촌에서 다시 시작하는 삶
미국 타임스에서 2012년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중 한 명인 한스 로슬링은 그의 저서 '팩트풀니스(Factfulness)'에서 우리가 세상을 오해하는 첫 번째 이유를 '간극본능(Gap instinct)'이라고 말했다. 부자와 빈자, 선진국과 개도국, 도시와 시골 등 우리에게는 세상을 서로 다른 두 집단, 나아가 상충하는 두 집단으로 나누려는 본능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세상은 극단적인 둘로 나눠져 있지 않을뿐더러 절대다수는 그 중간에 위치한다.

어촌에 대한 오해도 마찬가지이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어촌이라는 말을 들으면 파도에 따라 출렁이는 고기잡이배와 그물을 손질하는 어업인들의 모습만 떠올린다. 하지만 오늘날의 어촌은 단순히 어업과 관련된 활동이 이뤄지는 곳이 아니라 휴양과 문화, 체험과 관광이 있는 매력적인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또한 젊은 사람의 귀어·귀촌이 늘어나는 등 점차 젊어지고, 활력을 되찾아가고 있다. 연간 약 1000명이 도시에서 어촌으로 돌아가 어업활동을 하고 있고, 이 중 왕성하게 경제활동을 펼치고 있는 60세 미만의 사람들이 74%로 귀어인의 대부분이다.

해양수산부에서도 이런 흐름에 맞춰 귀어·귀촌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어촌에 잘 정착하고 적응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우선 귀어학교를 설립해 지역별 특성을 고려한 교육과정을 마련하고, 현장실습 교육을 확대했다.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어업인들과 귀어·귀촌 전문가들이 멘토가 되어 예비 귀어·귀촌인들에게 어업기술, 경영 및 판매기법 등 각종 노하우를 전수하고 어촌 정착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또한 귀어·귀촌인을 공동체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데 적극적인 어촌마을을 선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귀어·귀촌인과 함께하고 다 같이 성장하는 어촌문화도 조성하고 있다.

그동안 낙후됐던 주변 환경 때문에 귀어를 망설이던 사람들도 주저하지 않고 귀어를 결심할 수 있게 어촌의 정주여건도 개선하고 있다. 2024년까지 총 3조원을 투입, 300개의 어촌을 매력 넘치는 곳으로 재탄생시키는 어촌뉴딜300 사업을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고 방파제, 부두 등 오래되고 낡은 어항시설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다. 또한 어업인 안전보건센터 운영, 어업인 질환조사 및 생활돌봄 등 어업인 복지증진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귀어·귀촌을 막연히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 해양수산부는 2015년부터 매년 귀어·귀촌 박람회를 열어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정보를 알려줌과 동시에 어촌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특히 올해 6년차를 맞는 박람회는 그간의 운영경험과 귀어·귀촌인의 생생한 체험을 바탕으로 '사이버 박람회장'을 만들어 실제 귀어·귀촌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도록 구성된다.

먼저 귀어·귀촌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필요한 정보를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했고, 어촌마을을 3D로 구현, 우리 어촌의 달라진 모습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게 했다. 또한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전문가 강연과 질의·응답, 개인별 화상상담은 관람객의 궁금증을 바로바로 해소해 줄 수 있을 것이다. 귀어·귀촌 성공사례, 지자체 설명회 동영상은 박람회가 끝난 후에도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다.


작년 귀어·귀촌박람회에서 예비 귀어·귀촌인에게 자신의 경험을 알려준 김인복씨는 바다로 온 지 3년이 된 어부다. 귀어 초기에는 선원으로 일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다가 올해는 정부지원을 토대로 어선과 주택을 구입, 강원 양양 앞바다를 주름잡는 선장이 됐다.
이처럼 어촌에서 새로운 삶을 꿈꾸고 있다면 9월 16일부터 20일까지 개최되는 '사이버 귀어·귀촌 박람회장'을 찾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박준영 해양수산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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