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과학

빛나는 단백질이 암세포만 골라 죽인다

김만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9.14 09:35

수정 2020.09.14 09:35

KBSI-한양대-울산대 공동연구
3차원 홀로토모그래피 현미경 활용
암세포가 죽는 과정 실시간으로 분석
생물발광현상을 이용한 암세포의 광역학적 치료법. KBSI 제공
생물발광현상을 이용한 암세포의 광역학적 치료법. KBSI 제공
[파이낸셜뉴스] 국내 연구진이 반딧불처럼 스스로 빛을 내는 단백질이 암세포만 찾아가 죽이는 새로운 암 치료기술을 개발했다. 이 단백질은 암세포를 제거한 다음 체내에서 빠르게 분해돼 부작용이 매우 적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은 광주센터 이성수 박사 연구팀이 공동연구를 통해 자체발광 암치료 단백질을 개발했다고 14일 밝혔다. 이 기술은 항암제와 같은 기존의 화학적 제제가 아닌 순수 단백질만을 이용했다. 연구진은 암 치료뿐만 아니라 향후 다양한 노인성 질환 치료에 응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공동연구에 참여한 한양대학교 김영필 교수는 "생체물질이 스스로 빛을 내는 발광현상은 광량이 낮아 응용에 한계가 있는 것으로 여겨져 왔으나, 발상을 전환해 보다 친화적이고 부작용이 적은 치료제 개발의 주요 기술이 됐다"고 말했다.


연구진이 개발한 암치료 단백질은 두가지 기능을 갖고 있는 단백질을 결합시켰다. 암세포 세포막에만 결합해 빛을 내는 단백질 부위와 빛 자극으로 암세포가 죽는 것을 유도하는 단백질 부위가 붙여있다. 암세포에 붙은 단백질이 빛을 내 암세포의 활성산소 농도를 높이고 암세포를 죽여 제거하는 원리다.

이번 연구에서 KBSI 광주센터의 '3차원 홀로토모그래피 현미경' 기술이 세포 수준에서 일어나는 치료과정 분석에 주요한 역할을 했다. 이 기술은 빛에 대한 굴절률을 이용해 살아있는 상태의 세포를 전처리 과정 없이 실시간으로 분석할 수 있다.

KBSI 이성수 박사 연구팀은 3차원 홀로토모그래피 현미경 기술을 이용해 세포가 살아있는 상태에서 치료 단백질의 암세포 세포막 결합과정부터, 단백질의 발광 현상과 이에 따른 암세포 내 활성산소 생성 유도과정, 활성산소에 의한 암세포의 사멸과정까지, 암 치료 전 과정을 실시간 분석했다.

이성수 책임연구원은 "3차원 홀로토모그래피 기술을 응용하면 이번처럼 암 치료제 개발은 물론 퇴행성 뇌질환 등 여러 질환의 발병원인을 이해하고 치료방법을 개발하는데 쓰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의 분석기술과 장비로는 치료제의 작용과정을 단계별로 각각 분석하고 일부 과정은 유추할 수밖에 없었다.
3차원 홀로토모그래피 현미경 기술로 치료 원리와 암세포의 변화를 정확히 관찰함으로써, 동물모델을 이용한 약물의 효과 검증도 빠르게 진행할 수 있었다.

이번 연구결과는 한양대학교 생명과학과 김영필 교수 연구팀,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이경진 교수 연구팀과 공동연구를 통해 얻어냈으며 기초과학 및 공학분야 저명 학술지인 '사이언스 어드밴스드' 온라인판에 지난 12일 게재됐다.
공동 제1저자는 KBSI 박상우 박사후연구원, 한양대 김은혜 대학원생, 울산의대 김윤규 대학원생이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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