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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엔비디아, 400억弗에 ARM 인수… 반도체 시장 흔드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9.14 17:27

수정 2020.09.14 17:27

ARM, 스마트폰 앱 설계 업체
전세계 스마트폰 90%가 사용
AI 등 비메모리 사업 확장땐
국내 기업과 경쟁 불가피
美 엔비디아, 400억弗에 ARM 인수… 반도체 시장 흔드나
손정의 회장이 이끌고 있는 일본 소프트뱅크그룹(SBG)이 반도체 기업 ARM을 미국 엔비디아에게 400억달러(약 47조4800억원)에 매각한다. 이에 따라 향후 엔비디아가 비메모리 사업 분야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국내 반도체 기업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4일 니혼게이자이 신문에 따르면 SBG는 엔비디아에 ARM을 400억달러에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엔비디아는 현금 120억달러와 함께 주식 215억달러 어치를 지불하기로 했다. 소프트뱅크는 ARM 실적이 일정 목표에 도달할 경우 50억달러를 현금이나 주식 형태로 추가 지급받기로 했다.

SBG는 엔비디아 주식 약 6.7%~8.1%를 보유할 전망이다.

소프트뱅크는 지난 2016년 ARM을 320억달러에 매입해 4년만에 80억달러(9조5000억원)의 차익을 실현한 셈이다.

ARM은 대부분의 스마트폰에 적용되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설계한 업체다. 전세계 스마트폰의 90%가 ARM의 AP 설계를 사용한다. 영국에 본사를 둔 ARM은 스마트폰 외에도 커넥티드 기기, 사물인터넷(IoT), 커넥티드홈, 자율주행차, 슈퍼컴퓨터 등 다양한 분야에 라이선스를 공급하고 있다. 주요 고객사는 애플, 퀄컴, 화웨이, 삼성 등이다.

이번에 ARM을 인수한 엔비디아는 그래픽처리장치(GPU) 분야에 특화된 미국 반도체 설계 업체(팹리스)다. ARM 인수를 통해 그동안 쌓아왔던 그래픽기술을 모바일용 AP 등에 투입하면서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변수는 각국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심사다. 이번 거래는 미국, 영국, 중국과 유럽연합(EU)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공식 승인까지 18개월 정도 소요될 전망이다. 특히 ARM의 본사가 있는 영국 보수당에서 일자리 감소 등의 이유로 이번 인수합병(M&A)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일각에선 엔비디아가 ARM을 인수하면 라이선스 사업 모델을 독점하거나 비싼 사용료를 받으면서 시장을 흔들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이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체에도 적잖은 영향이 미칠 수 있다. 하지만 엔비디아 측이 공식적인 발표에서 "ARM의 성공 기초가 된 오픈 라이선스 모델을 계속 운영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일단 우려는 잠재웠다.


아울러 엔비디아가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등 비모메리 영역을 확장하면 앞으로 국내 기업과의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다만 팹리스 시장이 커지는 만큼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시장도 커져 국내 업체와 협력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 엔비디아가 삼성전자의 8㎚ 공정에 차세대 GPU 위탁 생산을 맡기면서 양사의 협력 분야는 늘고 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