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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제조업이 불안하다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9.14 18:14

수정 2020.09.14 18:14

[fn논단] 제조업이 불안하다
COVID-19는 사람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한다. 그런데 아무리 큰 전염병이 돌아도 경제를 건드리지 않는다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어려움의 상당 부분이 덜어질 것이다. 그러나 COVID-19는 경제까지 위협하고 있다. 그러한 상황을 나타내주는 많은 지표들이 있다. 국내총생산(GDP), 산업생산, 수출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가장 체감하기 쉬운 지표는 고용이다.
고용지표를 보면 현재 COVID-19의 충격이 어디에 집중되는지 그리고 그 크기는 어느 정도인지 분명하게 알 수 있다.

그런데 여러 고용지표 중에서 요즘 필자가 주의 깊게 보는 통계가 있다. 바로 제조업 취업자 수이다. 8월 제조업 취업자 수는 약 436만5000명으로 1년 전인 2019년 8월의 441만5000명 대비 5만명이 감소했다. 사실 많아 보이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어갈 수도 있다. 왜냐하면 서비스업은 26만2000명이 감소했고, 서비스업 내 한 업종인 음식·숙박업 취업자 감소분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제조업 취업자 수 감소를 걱정하는 이유가 있다. 재조업 내에서는 이례적 고용감소라는 점이다. 우리나라 전체 취업자 수는 8월 기준으로 약 2700만명인데, 그중에서 제조업 취업자 5만명 빠지는 것이 무엇이 대수냐는 질문을 할 수 있다. 문제는 제조업은 다른 산업과 달리 어지간히 해서 취업자 수가 크게 변하지 않는다. 모든 업종에 해당되는 것은 아니겠으나, 일반적으로 제조업은 숙련노동자를 필요로 한다. 지금 상황이 어려워서 노동자를 해고한다면 나중에 경기가 좋아져 생산을 늘려야 할 때 쉽게 확충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제조업이 2019년에도 그리고 올해 들어서도 큰 폭으로 실직자가 나오는 것은 상당히 우려스럽다. 우리가 모르는 제조업 내 변화가 진행 중일 가능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국내시장에서 보호받는 서비스업과 달리 제조업은 한번 생산능력이 훼손되면 거의 복구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제조업은 그 산출물이 교역재라는 속성상 세계시장은 물론 국내시장에서도 무한경쟁을 해야 하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산업 기반이 훼손되어 한번 뒤처지면 다시 따라잡기가 너무 힘들다. 만약 어떤 이들의 천진난만한 주장대로 제조업을 버리고 서비스업으로 먹고살면 되지 않느냐는 생각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서비스업은 외화를 벌 수 있는 산업이 아니다. 한 가지의 예만 들어본다면 2019년 한 해 우리나라의 원유 수입물량은 약 11억배럴이고 금액으로 따지면 약 703억달러에 달한다. 흔히 하는 이야기로 기름 한 방울 안 나오는 나라에서 수출로 외화를 벌어들이지 못하면 자동차도 못 움직이고, 전기도 못 쓰는 석기시대로 돌아가야 한다. 그리고 원유는 수입에 의존하는 원자재 중 일부일 뿐이다.

이런 점을 고려해 본다면 COVID-19가 끝나고 세계 경제가 본격적으로 회복 국면으로 진입할 때, 그때의 한국 제조업은 우리가 알던 그 제조업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질 높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효율성 확산의 핵심이면서 외화가득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우리가 알던 그 주력산업이 아닐 수도 있다. 미국이나 중국과 같이 충분한 내수시장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한국 경제에 있어 제조업의 위기는 곧 국가경제의 쇠락이다.
COVID-19라는 놈 때문에 지금 시급히 해결해야 할 현안들이 너무도 많지만, 산업정책을 담당하는 누군가는 닥쳐올지도 모르는 그 어두운 미래를 한번쯤 생각해 봤으면 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경제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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