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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27살 요절한 시인 게오르크 트라클…'푸른 순간, 검은 예감'

뉴스1

입력 2020.09.16 06:30

수정 2020.09.16 06:30

푸른 순간, 검은 예감© 뉴스1
푸른 순간, 검은 예감© 뉴스1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유럽 표현주의를 대표하는 시인 게오르크 트라클(1887~1914)의 시집 '푸른 순간, 검은 예감'이 민음사 세계시인선 46권으로 세상에 나왔다.

게오르크 트라클은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의 유복한 철물상의 넷째로 태어났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약물과 마약에 손을 대기 시작해 광기와 우울, 죄의식이 짧은 삶에 짙게 드리웠다.

랭보에게서 영향을 받은 트라클의 시는 실존의 고통, 우울, 사념의 무상 등은 그의 시에서 색채와 음악성을 강하게 드러낸다.

저녁에 박쥐들의 울음소리 들려오고/ 두 마리 가라말이 초원에서 뛰어논다/ 붉은 단풍나무는 바람에 살랑거린다/ 나그네에게 길가의 작은 선술집 나타나고/ 새 포도주와 견과들은 맛이 훌륭하다/ 어둑해져 가는 숲에서 술에 취해 비틀대는 것은 멋지다/ 검은 가지사이로 고통스러운 종소리 울린다/ 얼굴에 떨어지는 이슬방울//('저녁에 나의 마음은' 에서)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트라클 시를 "한없는 말없음을 둘러싼 몇 겹의 울타리"라고 평한 바 있다. 철학자 하이데거는 "시야의 폭, 사유의 깊이, 말 행위의 단순 소박함이 형언하기 어려울 정도로 친밀하고도 영원하게 빛난다"고도 평했다.

"가라앉는 오후 속에 물소리 나직이 울린다/ 물가의 황야는 더욱 짙게 파래지고, 장밋빛 바람 속 기쁨/ 저녁 언덕에 들려오는 오빠의 부드러운 노랫소리//" ('영혼의 봄' 에서)

트라클은 당대의 현실에 민감하게 반응한 작가였다. 그는 구체제에 완전한 종말을 가져온 사건인 세계 1차대전에 위생장교로 참전했다.


그는 첫 전투에서 끝없이 밀려드는 부상병들 사이에서 정신이 무너졌다. 결국 그는 몇 달 지나지 않아 약물 중독으로 세상을 떠났다.


트라클의 시는 몰락하는 세계의 아름다움을 고이 간직하면서도 눈앞의 진실을 더욱 똑바로 바라 보고자 한다.

◇ 푸른 순간, 검은 예감/ 게오르크 트라클 지음/ 김재혁 옮김/ 민음사/ 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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