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상속세 부담에 세계1위 콘돔회사 대 끊긴 韓

뉴스1

입력 2020.09.16 07:00

수정 2020.09.16 07:00

그래픽=김일환 디자이너©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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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최수아 디자이너©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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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임해중 기자 = #.1973년 설립된 유니더스는 한때 콘돔시장 세계 1위에 이름을 올렸던 중견 회사다. 40년 넘게 이어진 강소기업이지만 2015년 창업주 김덕성 회장 별세 후 사모펀드에 결국 경영권이 넘어갔다. 아들인 김성훈 대표는 경영의지에도 상속세 부담을 못 이겨 회사 매각을 결정했다.

#.농우바이오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종자기업이다. 1995년 50만달러 수출을 시작으로 중국·미국 등에 현지법인을 설립하며 사세를 키웠으나 2014년 농협경제지주에 매각됐다. 창업주 고희선 명예회장 타계 후 상속세만 1200여억원에 달해 유족들은 회사를 포기했다.


두 회사 공통점은 30년 이상 경영을 이어온 중견기업이지만 1세대 창업주 사망 후 회사가 매각됐다는 점이다. 기술력을 밑천 삼아 견실한 성장을 거듭했으나 끝내 가업을 잇지 못했다.

산업 허리를 떠받치는 강소기업 상당수 역사가 최소 100년에 이르는 독일이나 벨기에와 대비된다. 다른 국내회사에 매각이 이뤄지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경영권이 넘어간 중견기업 대부분은 사모펀드(PEF) 표적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100년 기업을 키우기 어렵다는 의미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해 단단한 경제체질을 구축하려면 글로벌 기업 육성도 필요하지만 허리를 받쳐주는 강소기업 역할도 중요하다. 세계 최상위권인 현행 상속세율을 단계적으로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계속되는 이유다.

16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에 따르면 국내에서 부과되는 상속세의 명목 최고세율은 50%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 중 일본(55%)에 이어 세율이 2번째로 높다.

지분 상속으로 경영권을 넘겨주는 기업 승계 때는 세율이 더 높아진다. 관련법에 따라 최대주주의 주식 상속에는 기존 최고세율에 30%의 할증이 붙는다.

이 경우 경영권 승계시 실제 부담해야하는 세율은 65%에 이른다. 기업을 가족에게 물려주려면 일본보다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

단순 산술하면 기업가치 1000억원 중견기업을 가족에게 승계하는 순간 오너 지분율이 3분의 1로 줄어든다. 65%는 국가에 헌납해야 하는데 가업을 잇기도 어렵지만 회사를 키울 유인도 낮다. 우리나라에서 더 이상 알짜 중견기업 탄생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지난해 정부가 가업상속공제 관리기준을 완화한 세법개정안을 내놨지만 규제완화 효과에 의문이 제기된다.

징벌적 세율 자체에는 변함이 없는데다 개편방안의 핵심인 가업상속 공제제도 이용 건수의 획기적인 확대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에서다.

과도한 세율로 경영권 방어가 어려운 국내기업들이 해외투기 자본의 공격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OECD 35개국 중 30개국은 직계비속 기업승계 시 상속세 부담이 없거나(17개국), 세율 인하 혹은 큰 폭의 공제 혜택을 제공(13개국)하는 것과도 비교된다.

실제 캐나다와 호주 등 11개 국가는 상속세를 아예 폐지한 상태다. 미국은 최근 기본 공제액을 크게 늘려 상속세 부담을 줄였고 일본은 가업상속공제 고용요건을 완화했다.

독일은 직계비속에게 기업을 승계하면 상속세 명목 최고세율이 기존 50%에서 30%로 인하된다. 가업상속 공제 혜택도 커 실제 부담하는 최고세율은 4.5%에 불과하다.

독일은 단단한 중소기업들의 나라다. 작은 기업이라도 키울 맛이 나니 산업 허리가 단단하다. 중소기업 천국으로 불리는 벨기에도 가업을 이어받는 경우 상속세 최고세율을 80%에서 30%로 대폭 감면해준다. 여기에 가업상속공제 혜택을 더하면 실제부담하는 세율은 3%에 그친다.

이들 국가와 달리 기업 승계시 지분의 65%를 국가에 헌납해야하는 한국은 강소기업을 키우기 어려운 나라로 꼽힌다.
애써 키운 기업을 반토막 내서 물려주는 것보다 회사 처분 후 빌딩을 사서 상속하는 게 낫다는 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기업승계에 징벌적 세금을 물리는 조세제도가 강소기업 역사를 끊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단순 우스갯소리로 넘기기 어렵다.


원윤희 서울시립대 교수는 "단기적으로 세율을 낮추는 동시에 가업 상속에 대한 특례를 확대하는 조치로 상속세 부담을 완화해 가업 상속을 쉽게 해줘야 한다"며 "장기적으로는 상속세를 폐지하고 소득세를 강화하는 게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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