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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바랜 서경배 신화]②LG생건 잘나가는데…'맞수'라던 아모레는 왜?

뉴스1

입력 2020.09.16 07:07

수정 2020.09.16 14:43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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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퍼시픽그룹 본사 전경 .© 뉴스1
아모레퍼시픽그룹 본사 전경 .© 뉴스1

(서울=뉴스1) 배지윤 기자 = "LG생활건강은 계속 잘나가는데 아모레퍼시픽은 왜?"

올 들어 국내 화장품업계에게 회자되는 질문 가운데 하나다. 'K-뷰티' 두 선봉장이던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어서다.

LG생활건강을 이끌고 있는 차석용 '매직'은 현재 진행형인 반면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의 '신화'는 다소 빛이 바랜 셈이다.

업계에서는 '전략'의 차이가 승부를 갈랐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아모레의 경우 화장품 단일 품목에 '선택과 집중' 전략을 택한 반면 LG생활건강은 생활용품과 음료 등 사업다각화를 적극 추진했다. 지난 2017년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K뷰티 성장세가 정체되면서 그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실적은 2017년 이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지난 2016년 영업이익이 '1조원'을 돌파했지만 2017년부터 3년째 영업이익이 감소하고 있다.
실제로 아모레퍼시픽의 영업이익은 2017년 7314억원으로 줄어든데 이어 이듬해 5294억원으로 감소했다. 지난해에는 4278억원까지 떨어졌다.

이는 지난 2018년 영업이익 1조를 넘어서며 고공행진하고 있는 LG생활건강과 대비된다. 이미 지난 2016년 아모레퍼시픽그룹의 매출을 넘어섰고 2017에는 영업이익까지 앞섰다.

◇ 아모레 '선택과 집중' 전략 부메랑

서 회장은 화장품 사업에 집중하며 중국 시장에 K뷰티를 알린 '일등공신'이다. '설화수'를 비롯해 프리미엄 제품부터 이니스프리와 같은 로드숍 브랜드까지 폭넓은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화장품 시장이 성장을 거듭하면서 이같은 강점은 폭발적인 실적 증가로 이어졌다.

하지만 이런 흐름은 얼마 가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높은 화장품 사업 의존도는 자충수가 됐다. 실제 지난해 아모레퍼시픽그룹의 화장품 사업부문과 DB(데일리뷰티)사업부문의 매출은 각각 4조9962억원과 5839억원을 기록했다. 매출 비중이 9대 1 수준으로 화장품 의존도가 그만큼 높은 셈이다.

한때 효자로 꼽히던 핵심 로드숍 계열사 이니스프리·에뛰드하우스도 '계륵' 신세로 전락했다. 지난해 두 회사의 영업이익은 각각 626억원, 4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22%, 86% 감소한 수치다. 한한령으로 인한 명동 등 주요 상권 매출 감소 및 면세 채널 부진이 뼈아팠다.

무엇보다 올해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상황은 더욱 나빠졌다. 코로나19로 인한 소비 심리 위축까지 더해지며 올 상반기 실적은 '낙제점' 수준이다.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6% 급감한 679억원을 기록했고 2분기에도 362억원에 그치며 67% 줄었다. 같은 기간 매출도 각각 1조2793억원(-22%), 1조1808억원(-25%)으로 집계됐다.

이에 반해 LG생활건강의 성적표는 딴판이다. 지난 1분기 LG생활건강의 매출 전년동기 대비 1.2% 늘어난 1조894억원을, 영업이익은 3.6% 증가한 3337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2분기 매출은 1조783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3033억원으로 0.6% 증가했다.

두 맞수의 실적이 갈린 지점은 '사업 다각화'다. LG생활건강의 화장품 부문 매출 비중은 전체 매출의 60% 수준이다. 한한령·코로나19 악재로 부진한 화장품 실적을 음료와 생활용품 등이 메워주며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실제 차 부회장은 취약한 사업 구조를 보완하기 위해 오랜기간 적극적인 M&A(인수합병)를 진행하며 덩치를 불려왔다. 이후 코카콜라음료·더페이스샵·해태음료·CNP코스메틱스 등을 인수하며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16년째 LG생활건강을 이끌고 있다.

물론 화장품 부분만 따로 비교해도 LG생활건강의 판정승이다. 올 상반기 LG생건의 화장품 영업이익은 400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5.3% 줄어드는 데 그쳤다.

물론 아모레퍼시픽도 처음부터 화장품 사업에만 집중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서 회장은 아모레퍼시픽 전신 태평양그룹 대표이사를 지낼 시절 본업인 화장품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IMF외환 위기 당시 증권·패션·야구단·농구단 등 非화장품 사업을 정리한 바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차 부회장과 서 회장의 전략이 두 회사의 승패를 갈랐다"며 "화장품을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한 아모레퍼시픽은 화장품 사업 '리스크'를 분산하는 데 실패한 반면 차 부회장은 탄탄한 사업 포트폴리오로 위험을 분산했다"고 설명했다.

◇아모레G 부진 지속…높은 中의존도 '양날의 검' 됐다

업계에서는 아모레퍼시픽그룹의 부진 원인으로 높은 '중국 의존도'를 꼽았다. 회사 해외 매출 비중 가운데 중국 시장 비중이 80% 달하기 때문이다. 과거 회사는 중국 시장에서의 성장을 밑바탕으로 고속 성장을 이뤘지만, 결국 높은 시장 의존도는 양날의 검이 된 셈이다.

실제 사드 보복으로 인한 한한령 조치부터 코로나19 여파까지 중국 관련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실적 및 주가에 적잖은 영향을 주고있다.

이미 지난 1·2분기 따이공(보따리상) 감소와 면세 채널 부진등의 여파로 상반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7% 하락한 1041억원을 기록했다. 지속되는 부진에 주가도 주저앉았다. 한때 K뷰티 전성기를 누리며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0권 내에 진입했던 아모레퍼시픽은 시총 순위가 30위권 밖까지 밀려났다. K뷰티 전성기 시절인 지난 2015년 20만원대까지 치솟았던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주가도 5만원대까지 떨어졌다.

중국 내 K뷰티의 입지가 예전만 못하다는 점도 부진의 원인으로 빼놓을 수 없다. 한한령 조치로 K뷰티가 주춤하고 있는 사이 현지 브랜드가 경쟁력을 키우고, 장인 정신으로 무장한 J뷰티가 두각을 드러냈다. 현지 소비자들이 K뷰티를 고집할 이유가 사라진 셈이다.

그 결과 K뷰티는 지난해 중국 수입 화장품 시장에서 J뷰티에 1위 자리를 내줬다. 글로벌트레이드아틀라스(GTA)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일본산 화장품의 중국 수출액은 24억6881만달러(약 2조9300억원)를 기록하며 1위를 꿰찼다. 반면 한국산 화장품 중국 수출액은 24억3369만달러(약 2조8900억원)로 2위로 내려앉았다. 앞서 K뷰티는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중국 수업 화장품 시장 1위를 지켜왔다.

이에 회사 측은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북미·유럽·동남아시아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코로나19 여파로 지난 4월 북미·유럽 매장의 95~100%가 셧다운됐으며, 태국·말레이시아를 포함한 아세안 지역의 매장 약 90%가 문을 닫았다.

여기에 당초 올해 완공을 목표로 했던 말레이시아 조호르주 누사자야 생산기지 설립도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아시아 시장 허브 역할을 할 예정이었던 생산기지 설립이 올스톱하면서 결국 아세안·할랄 시장 확대 역시 늦어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아모레퍼시픽은 "급변하는 글로벌 비즈니스 전략에 따라 그룹 차원에서 재검토 중"이라고 밝혔지만 1년 가까이 진전이 없는 상태다. 아울러 지난해 초 프랑스 사르트르의 향수 공장마저도 디올 자회사인 '크라스챤 디올 퍼퓸'에 매각한 바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한령 조치에 이어 코로나19 여파 등 중국 관련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실적 또는 주가 타격으로 이어진다"며 "아모레퍼시픽그룹이 중국 시장을 발판 삼아 고성장을 이뤘지만 이 같은 사업 구조는 장기적으로 독이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설화수가 최근 '14억 인구' 인도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고 라네즈·이니스프리·마몽드 등 주요 브랜드를 아마존에 입점시키는 등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고 하고 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당장에 사업 구조를 바꾸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하반기도 상황이 더욱 녹록지 않다. 국내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불확실성이 커진 데다 중국을 비롯한 전 세계 화장품 산업의 업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연말까지 이니스프리 매장 90개를 폐점하는 등 채널 효율화에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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