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국내산 이어 독일산 삼겹살 가격 25% ↑…"팔아도 남는 게 없어요"

뉴스1

입력 2020.09.16 08:05

수정 2020.09.16 08:08

지난달 30일 저녁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번화가의 한 음식점에서 손님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저녁식사 시간대임에도 불구하고 손님이 거의 없어 한산한 모습이다. 2020.8.30/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지난달 30일 저녁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번화가의 한 음식점에서 손님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저녁식사 시간대임에도 불구하고 손님이 거의 없어 한산한 모습이다. 2020.8.30/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지난 5월 서울 시내 대형 마트 정육코너에 삼겹살이 진열돼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5월26일 기준 삼겹살 소비자 가격은 1㎏당 2만3827원으로 집계됐다.<div id='ad_body2' class='ad_center'></div> 이는 34개월 만에 가장 비싼 가격이다. 2020.5.28/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지난 5월 서울 시내 대형 마트 정육코너에 삼겹살이 진열돼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5월26일 기준 삼겹살 소비자 가격은 1㎏당 2만3827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34개월 만에 가장 비싼 가격이다. 2020.5.28/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이비슬 기자 =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생으로 독일산 돼지고기 수입이 전면 중단되면서 자영업자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이미 국내산 돼지고기 가격이 2배 이상 오른 데 이어 외국산 돼지고기 가격까지 연이어 상승하자 '대안이 없다'는 반응이다. 독일은 미국에 이어 국내 돼지고기 수입량이 가장 많은 국가인 데다 삼겹살 수입량도 많아 자영업자들의 우려가 더 커지고 있다.

◇ 10일부터 독일산 돼지고기 수입 금지…'공급대란 우려' 가격 25% ↑

16일 한국육류유통수출협회에 따르면 지난 11일 독일산 냉동삼겹살(1㎏) 평균 판매제시가는 전주 대비 25%(1500원) 올랐다.

판매제시가란 축산물 수입업체가 정육점·식당에 거래를 위해 제안하는 가격이다. 한국육류유통수출협회가 주요 축산물 수입업체 가격을 직접 조사해 발표한다. 평균 변동 폭이 한 자릿수인 것과 비교하면 25%는 이례적으로 높은 수치다.

한국육류유통수출협회 관계자는 "당분간 국내 (독일산 돼지고기) 공급 물량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돼 가격을 올린 것으로 보인다"며 "돼지고기 가격이 출렁이고 있어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농업전망 2020'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돼지고기 수입량 42만1000톤 중 18.5%에 해당하는 약 7만7885톤이 독일산이다. 독일은 미국(41.2%) 다음으로 국내 돼지고기 수입량이 많은 국가다.

독일산 돼지고기 가격이 조금씩 오를 기미를 보이자 대체재인 칠레·스페인산 돼지고기 가격도 덩달아 오르는 모양새다. 국내 대형 축산물 직거래 업체 '미트박스'가 약 200개 축산물 수입업체 데이터를 집계한 결과, 칠레산 냉동삼겹살(1㎏) 가격(15일 기준)은 8680원으로 지난 11일 대비 약 30% 상승했다. 스페인산 냉동삼겹살(1㎏) 가격도 같은 기간 약 17% 올랐다.

◇ 국내산 돼지고기 가격 폭등에 이어 외국산까지…자영업자 '진퇴양난'

상황이 이렇다 보니 돼지고기를 원재료로 사용하는 자영업자들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국내산 돼지고기 가격이 지난 5월 코로나19 여파로 전년 대비 2배 이상 가격이 오른 상태로 유지 중인 데 이어 수입 돼지고기 가격까지 오르면서 진퇴양난에 빠진 것이다.

서울 중구에서 삼겹살집을 운영하는 A씨는 "국내산에 이어 독일산 돼지고기 가격까지 오른다고 하니 말문이 막힌다"며 "원재료 가격이 자꾸 오르면 겨우 한 팀, 두 팀 손님을 받더라도 손에 수익을 남길 수가 없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특히 외식 주요 메뉴 삼겹살의 경우 독일산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자영업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더 클 것으로 분석된다. 농업관측본부가 올해 2분기 국내 음식점 330곳의 축산물 원산지별 구입 비중을 조사한 결과, 외국산 돼지고기를 사용하는 음식점 비중은 약 35%로 나타났다.

관세청이 올해 추석을 앞두고 지난 2∼8일 주요 농축산물 동향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독일산 삼겹살은 전체 수입 삼겹살(2111톤) 물량의 51%를 차지하고 있다. 가격도 주요 수입국 가운데 가장 저렴해 다른 외국산으로 대체하더라도 부담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종로구에서 삼겹살집을 운영하는 최모씨(43)는 "거래처가 독일산 삼겹살 가격을 1500원 인상한다고 알려왔다"며 "코로나19로 손님들이 언제 올지도 몰라 사재기를 해놓을 수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반면 주요 급식업체와 가공육을 생산하는 식품업체는 당분간 비축 물량을 활용해 피해를 비껴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급식업계 관계자는 "단체 급식의 경우 원재료 구매 물량이 크기 때문에 안정적인 수급을 위해 비축분을 유지하고 있다"며 "상황이 지속할 경우에는 대체재를 활용해 급식을 공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0일 농림축산식품부는 독일 연방농식품부(BMEL)가 브란덴부르크주(州)에서 폐사한 야생멧돼지를 검사한 결과, 아프리카돼지열병(ASF)에 감염된 것이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10일 선적분부터 독일산 돼지고기 수입이 전면 금지되며 국내 도착 또는 도착 예정인 검역물은 검사 결과에 따라 조처할 예정이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수입금지조치는 독일의 방역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며 "독일이 청정국 지위를 회복해야 수입 금지조치를 해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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