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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댓글 폐지에 '악플천국' 인스타…'악플용 비공개 계정' 나몰라라

뉴스1

입력 2020.09.16 08:50

수정 2020.09.16 08:50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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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 로고. © News1
인스타그램 로고. © News1

(서울=뉴스1) 손인해 기자 = 국내 대형 포털이 악성 댓글을 막기 위해 연예·스포츠 뉴스 '댓글 폐지'란 초강수를 두면서 인스타그램이 '악플러들의 천국'이 됐다. 악플에 시달리던 유명인이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사건까지 발생했으나 인스타그램이 알맹이는 빠진 '겉핥기식' 대책을 내놓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인스타그램은 전날 온라인 간담회를 열고 '사이버불링'(온라인 괴롭힘) 방지 정책을 소개했다.

이용자가 사진과 동영상에 댓글을 달 수 있는 사람을 관리하는 '댓글 관리'와 게시물에 댓글을 남길 수 없도록 사람들을 차단하는 '댓글 작성자 차단', 부정적인 댓글을 게시하기 전에 댓글 작성자에게 해당 댓글이 상대에게 공격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점을 미리 알리는 '댓글 경고' 기능 등이다.

하지만 이 가운데 9월 중 도입 예정인 댓글 경고 기능을 제외하고는 새로운 내용이 없는 데다 정작 '프로 악플러'를 막기 위한 실질적 대안은 빠졌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유명인 인스타그램 계정에 악플을 다는 계정 대부분은 프로필 사진은 물론 게시물이나 팔로워가 없는 비공개 계정이다.
악플을 달기 위해 임시로 만들었다가 폭파하거나 인스타그램이나 악플을 단 상대방으로부터 퇴출당해도 그만인 말 그대로 '악플 전용' 계정인 셈이다.

인스타그램은 별도의 신원 확인 절차 없이 페이스북 아이디로 로그인하거나 메일주소 또는 전화번호만 입력하면 가입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러한 악플용 계정을 비롯한 허위 계정이 다수 존재한다.

인스타그램은 악플 방지를 다중 계정 등 계정 자체를 막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인스타그램 관계자는 "인스타그램은 개인이 흥미롭게 생각하거나 좋아하는 콘텐츠를 팔로업하는 게 기본"이라며 "반려견을 대신해서 반려견 계정을 만들거나 책과 관련한 콘텐츠를 올리는 책 계정을 만드는 식이라서 계정을 실명이나 1인 1계정으로 제한하는 건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필립 추아 인스타그램 정책 아시아태평양(APAC) 총괄 역시 전날 간담회에서 악플과 관련한 차단 대상은 이용자가 아닌 콘텐츠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댓글 폐지에 관한 질문에 대해 "실질적으로 살펴보면 부정적 댓글은 아주 작은 비율"이라며 "인스타그램은 이용자들이 의사를 표명하는 것을 완전 방지하는 게 아니라 부정적이고 건강하지 않은 부분들만 확실히 파악해 제거할 수 있게끔 하는 노력을 기울이고자 한다"고 했다.

글로벌 사업자인 인스타그램의 이러한 행보는 국내 여론에 민감한 토종 대형 포털들이 '트래픽 감소'라는 사업적 손해를 감수하면서 댓글 폐지 정책을 내놓은 것과 대비된다.

'소통'을 기반으로 한 개인 채널이란 플랫폼의 특성을 고려해 댓글 자체를 폐지하거나 실명제를 도입하진 않더라도 버젓이 악플용 계정을 만들어 활보하는 악플러들을 그대로 방치하는 한 또 다른 악플로 인한 희생자를 막기엔 역부족이라는 얘기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스타그램의 미션은 훌륭하고 아름답지만 그 미션에 악플을 달고 싶은 이용자가 악플을 마음껏 달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해당하는지 의문"이라며 "해외 기업은 상대적으로 국내 이슈에 압박을 덜 받기 때문에 사회적 책임보단 이익을 추구할 수밖에 없는 탓"이라고 말했다.


최근 네이버·카카오·네이트가 연예 뉴스에 이어 스포츠 뉴스에서도 댓글을 폐지하면서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악플로 인한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걸그룹 아이러브 전 멤버 신민아는 이달 초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려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구조된 이후 인스타그램을 통해 보내지는 악성 다이렉트 메시지와 악플을 공개하며 악플을 멈춰줄 것을 호소했다.


또 악플에 시달리다 지난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가수 겸 배우 고(故) 설리 관련 프로그램이 방송되면서 전 연인인 가수 최자의 인스타그램 계정이 악플로 도배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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