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과학

자동차 세차하듯 방사능 씻어낸다

김만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9.16 12:03

수정 2020.09.16 18:15

원자력연구원 양희만 박사팀, 하이드로겔 기반 표면제염 코팅제 개발
기존 것보다 방사능 물질 제거 효과 2배… 폐기물은 절반으로
국내와 일본에 특허 등록 마치고 미국에는 등록 심사중
원자력연구원 연구진이 상용분사 장비를 이용해 시멘트 표면에 프러시안블루 흡착제를 포함한 하이드로겔 제염코팅제를 분사하고 있다.(왼쪽) 일정 시간이 지난뒤 물을 뿌려 하이드로겔 제염 코팅제를 제거하자 프러시안블루가 씻겨지고 있다. 원자력연구원 제공
원자력연구원 연구진이 상용분사 장비를 이용해 시멘트 표면에 프러시안블루 흡착제를 포함한 하이드로겔 제염코팅제를 분사하고 있다.(왼쪽) 일정 시간이 지난뒤 물을 뿌려 하이드로겔 제염 코팅제를 제거하자 프러시안블루가 씻겨지고 있다. 원자력연구원 제공
[파이낸셜뉴스] 방사능에 오염된 건물 벽면을 자동차 세차하듯 코팅제를 뿌리고 물로 씻어내 정화하는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이 기술의 핵심은 건물벽에 방사능 제염코팅제를 뿌리면 바로 하이드로겔이 만들어지고 벽에 있는 세슘을 빠르게 흡수한다.
세슘을 흡수한 하이드로겔은 물을 뿌려 쉽고 빨리 처리할 수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양희만 박사 연구팀이 하이드로겔 기반 표면제염 코팅제 개발에 성공했다고 16일 밝혔다. 이 제염코팅제는 기존 제품보다 방사능 물질을 2배 더 제거할 수 있으며 작업후 방사성폐기물의 양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

양희만 박사는 이날 "원전 사고나 핵 테러를 대비해 이 기술을 개발했고 국내와 일본 특허 등록을 완료하고 미국에는 등록 심사 중"이라고 말했다.

방사능 사고가 발생한 뒤 최대한 신속히 방사능을 제거해야 한다. 새로운 제염코팅제는 실험결과 3시간 만에 기존 것과 비슷한 양의 세슘을 없앴다.

기존 제염코팅제는 24시간 건조시켜야 하고 비닐이나 필름처럼 굳은 코팅제를 떼내야 시멘트 벽에 붙어있는 세슘이 25% 제거됐다. 반면 새 코팅제를 24시간 후 씻어내자 57%까지 제거됐다. 즉 하루동안 한번 밖에 하지 못하는 세슘 제거 작업을 8번 할 수 있게 됐다.

원자력연구원 양희만 박사팀이 개발에 성공한 새로운 하이드로겔 기반 표면제염코팅제. 원자력연구원 제공
원자력연구원 양희만 박사팀이 개발에 성공한 새로운 하이드로겔 기반 표면제염코팅제. 원자력연구원 제공


연구진이 만든 표면제염코팅제는 친환경 고분자 화합물과 흡착제, 가교제와 이온용액으로 이뤄져 있다. 이 두 혼합물을 방수도료 도장할때 쓰는 분사장치로 뿌리면 건물벽에 수분을 많이 흡수할 수 있는 젤리형태의 하이드로겔로 변한다.

코팅제의 작용원리는 간단하다. 고분자 화합물과 가교제가 만나 하이드로겔로 변해 벽에 달라붙는다. 이때 이온용액속 물질들이 방사성 물질인 세슘과 자리를 바꾼다. 즉 세슘은 이온용액 속으로 들어가고 칼슘이나 암모늄, 나트륨 등이 세슘이 있던 벽으로 방출되는 것이다. 벽에서 떨어져 나온 세슘은 흡착제에 달라붙게 된다.

제염코팅제를 바른 뒤 3시간에서 24시간 뒤 소방호스로 물을 뿌려주면 쉽게 녹아 벽에서 떨어진다. 이후 필터에 물을 흘려보내 흡착제만 걸러 방사능 폐기물로 처리하면 끝이다.

양희만 박사는 이번에 개발한 기술이 다양한 정화작업에 사용 가능한 범용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세슘이 아닌 다른 방사성 물질을 제거할 경우 이온용액과 흡착제를 바꿔주면 된다.
또 생화학 테러가 발생했을 경우 코팅제 속 흡착제 대신 은나노로 바꾸면 세균을 제거할 수 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