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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다시 생각해보는 저금리 의미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9.16 17:30

수정 2020.09.17 10:45

[fn논단] 다시 생각해보는 저금리 의미
한국은행의 자금순환계정에 따르면 우리 개인이 가지고 있는 금융부채는 지난 3월 말 현재 1894조원이었다.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99%에 해당한다. 이 비율이 2000년 45%, 2010년 76%였던 것을 고려하면 개인 부채가 얼마나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는가를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최근에도 금융회사의 가계대출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2·4분기부터 GDP 대비 개인의 금융부채가 100%를 넘어섰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2019년 말 기준으로 조사대상인 43개국 개인의 평균 금융부채/GDP 비율은 62%(선진국 74%, 신흥국 43%)였다.


가계부채가 이처럼 늘어난 이유는 다양하다. 일부 가계가 소득 이상으로 소비를 늘리는 '탐욕스러운' 생활을 하고 있다. 기업소득에 비해 개인소득이 상대적으로 줄어든 것도 가계부채 증가의 원인이다. 국민총생산(GNI)에서 차지하는 개인 몫이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71%에서 61%로 줄었다. 같은 기간 기업 비중은 17%에서 27%로 늘었다. 이 차이를 가계가 부채로 메꾼 것이다. 스마트폰 등에 대한 필수 지출항목이 늘어난 것도 부채 증가 원인이다. 은행의 대출형태 변화도 빼놓을 수 없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으로 기업의 자금수요가 크게 줄었다. 은행은 가계대출을 늘릴 수밖에 없었다. 1996년에 은행의 대출 가운데 기업이 71%, 가계가 29%를 차지했다. 올해 8월 현재는 기업과 가계 대출 비중이 50%로 같아졌다. 학습효과도 부채 증가의 가장 중요한 원인 중 하나다. 은행에서 돈을 빌려 주택을 구입했는데, 그 주택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최근에는 그런 학습효과가 주식시장으로까지 퍼져가고 있다.

그러나 가계부채 증가의 근본적 원인은 저금리에서 찾을 수 있다. 금리가 낮기 때문에 돈을 빌려 소비하고 자산을 구입해도 언제든지 갚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근저에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저금리에는 미래의 저성장과 저물가가 내재돼 있다. 현재 2%대 초반에 머물고 있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머지많아 1%대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 국민경제의 총체적 물가수준을 나타내는 GDP디플레이터가 최근 8분기 동안 평균 0.5% 떨어져 디플레이션 그림자까지 어른거리고 있다. 경제성장률이 떨어지면 개인소득이 줄어 부채 상환능력도 그만큼 낮아진다. 부채는 차입자의 사정을 봐주지 않는다.

낮은 경제성장률과 함께 모든 자산 가격에 대한 기대수익률도 떨어질 것이다. 1981~2019년 명목 GDP 성장률은 연평균 10.6%였고, 코스피 상승률은 12.9%였다. 2000년 이후에는 이들이 각각 6.1%와 7.5%로 낮아졌다. 앞으로 몇 년 동안 우리 명목 GDP 성장률이 3~4%일 가능성이 높은데, 이를 고려하면 주식 기대수익률은 4~5%에 그칠 것이라는 이야기다. 부동산 시장에도 같은 논리가 적용되는 시기가 올 것이다.

자본주의 경제에서 기업 부채는 한정된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통해 '창조적 파괴 기능'을 하기도 했다. 과다한 기업부채는 정부 개입이나 금융시장을 통해 구조조정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가계부채 조정은 은행을 통해서만 가능하고, 마지막에는 정부부채로 전환 가능성이 높은 '창조적 구조 대상'일 수 있다. 여기까지 가지 말아야 한다.
각 경제주체들이 저금리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면서 부채에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약력
△61세 △전남대 경제학과 △서강대 대학원 경제학 석·박사 △대신경제연구소 대표이사 △대한민국 증권대상 올해의 애널리스트상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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