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화폐는 이재명표 정책이다. 성남시장 시절에 시작해 지금은 경기도에서 적극 활용 중이다.
하지만 8쪽짜리 보고서를 찬찬히 훑어보면 이 지사의 감정적인 반응이 못내 아쉽다. 보고서는 경제원리에 충실하다는 인상을 준다. 지역화폐를 인근궁핍화 전략과 비교한 대목은 탁견이다. 어떤 나라가 자기만 살겠다고 관세장벽을 쌓으면 이웃나라들도 줄줄이 보복관세를 매긴다. 1930년대 대공황 때 이런 일이 있었다. 결국 모든 나라가 피해자다. 경기도가 도(道) 안에서만 쓰는 지역화폐를 발행하면 다른 지자체들도 경쟁적으로 지역화폐를 찍을 수밖에 없다. 실제 올해 전국 243개 지자체 가운데 229곳(94%)이 지역화폐를 찍는다. 자기만 가만 있으면 손해이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전국에서 쓸 수 있는 온누리상품권이 오히려 지역화폐보다 낫다고 본다. 이 또한 귀담아들을 대목이다.
이 지사의 언어는 거칠다. 국책 연구원을 상대로 얼빠진, 훼손, 혈세낭비, 엄중문책 같은 무시무시한 단어를 쏟아냈다. 유력 정치인이 위협적 언사를 구사하면 이코노미스트들은 입을 닫을 수밖에 없다. 문재인정부는 출범 초 주류 경제학자들이 침묵하는 가운데 소득주도성장 전략을 밀어붙였다. 지금 소주성은 껍데기만 남았다. 이 지사가 소주성의 교훈을 되새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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