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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이사람]잘나가던 라디오 PD서 작가로 ‘인생 2막’.. 인문학 전도사 된 허진모 작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9.16 17:37

수정 2020.09.16 18:04

역사에 빠져 미국 경제사 등 공부
‘모든 지식의 시작’ 베스트셀러 올라
"기회되면 일본사도 공부하고 싶다"
[fn이사람]잘나가던 라디오 PD서 작가로 ‘인생 2막’.. 인문학 전도사 된 허진모 작가
"취미가 직업이 되니 더 힘들더라. 예전엔 읽고 쓰는 게 즐거웠는데, 책 한 권을 읽고 문장 하나를 쓰는 게 부끄럽고 부담스러워졌다."

베스트셀러 작가로 인문학 전도사가 된 허진모 작가(사진)는 '지금 하는 일이 즐겁지 않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허 작가는 잘나가는 라디오 PD였다. 2년째 청취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시사 라디오프로그램 '김어준의 뉴스공장'도 그의 작품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예상치 못한 다른 직업을 갖게 됐다.
지난 2016년 개그맨 장웅씨와 취미처럼 역사 팟캐스트를 시작했다. 어린 시절부터 쓰던 필명 '허진모'로 활동했지만 인기를 끌면서 정체도 탄로 나 버렸다. 1년 전 회사를 나와 전업 작가로 활동 중이다.

허 작가는 "라디오 PD를 할 때 만났던 유시민 작가를 방송사 시사 프로그램에서 다시 만났는데, PD할 때 하도 꾀죄죄하게 다녀서 그런지 못 알아보더라"라고 말했다.

허 작가에게 인문학은 취미와 같았다. 뼛속까지 '역덕(역사 덕후)'이다. 어린 시절 서당을 다니며 사서삼경을 배웠다. 고등학교 땐 사마천의 사기를 읽었다. 공부는 학교에서 무시 받지 않을 정도만 했다.

취미가 업이 되면 재미없을 것 같아 대학교는 통계학과로 진학했다. 그러나 그게 실수였다. 허 작가는 "전공이 아니니 더 열심히 파고들었다"며 "학부 졸업도 못 할 뻔하다가, 사학과 논문을 쓰고 겨우 졸업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20대까지 역사에 빠져 있느라 취업도 늦었다. 대학원에 진학해서도 미국 경제사와 중국 사학사만 공부했다. 라디오 방송국에 취직해서 회사 지원으로 언론대학원에 가서도 기호학을 공부했다. 허 작가는 "기호학이 언어학의 일종이라 역사 공부할 때 좋다"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지난 2017년 팟캐스트의 이름을 따서 지은 세계사 책인 '모든 지식의 시작 - 전쟁사 문명사 세계사' 1권을 냈고, 단숨에 인문학 분야에서 베스트셀러가 됐다. 현재는 '모든 지식의 시작' 2권 등을 집필 중이다.

방송에도 자주 출연하지만 그는 여전히 '배우는 사람'의 마음이다. 인터뷰 도중에도 "기회가 되면 최종 전공으로 일본사를 파고 싶다"며 "내가 말하는 위치에 있게 되리란 걸 전혀 생각지 못해서 그동안은 책을 읽고 외우질 않았다. 이제 와서 후회 중"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여전히 내가 작가로서 자격이 있는지 고민하고 더 열심히 공부한다"고 말했다.


대중들에게 지식을 쉽게 풀어주는 지식 전달자가 된 허 작가의 목표는 무엇일까.

그는 "이제 역사를 재미로만 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역사학적 관점을 갖고 보는 게 필요한 것 같다"며 "이제 사람들도 그렇게 되어가는 것 같다"고 전했다.

허 작가는 "이 사실이 어디서 나왔는지, 이 현상이 어떤 이유와 과정을 빚어졌는지, 인과관계에 관심을 갖게 하고 싶다"며 "단순한 사실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이 역사와 현재를 볼 때 맑은 렌즈(시각)를 가졌으면 한다.
저도 그 렌즈를 닦아주는 역할을 앞으로 하고 싶다"고 밝혔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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