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시멘트값 인상해야" "못 올린다" 시멘트-레미콘 줄다리기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9.16 17:41

수정 2020.09.16 19:40

한라시멘트, 단가인상 요청
레미콘업계와 신경전 돌입
t당 6만1500원대 역신장 주범
美·日·獨 등 주요국 평균의 절반
"시멘트값 인상해야" "못 올린다" 시멘트-레미콘 줄다리기
시멘트와 레미콘 업계의 가격인상 줄다리기가 본격화됐다. 한라시멘트가 레미콘 업계에 단가 인상을 공식 요구하면서 업계간 신경전이 가열될 전망이다. 앞서 레미콘의 건설사에 대한 공급단가 인상이 확정돼 시멘트 공급가격도 인상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었다. 레미콘 업계에 대한 시멘트 공급단가가 오르면 6년만이다.

16일 시멘트 업계에 따르면 아세아시멘트 계열의 한라시멘트가 최근 거래처인 레미콘사에 단가인상 요청공문을 전달했다.

한라시멘트의 포틀랜드 시멘트(OPC)와 슬래그시멘트의 t당 가격은 각각 7만5000원, 6만8400원(공장 출고가) 수준이다. 포틀랜드 시멘트는 9.3% 인상된 8만2000원, 슬래그시멘트는 10% 상향된 7만5200원으로 조정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러한 가격인상 압박은 시멘트업계 전반적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시멘트업체 A사 관계자는 "우리도 현재 공급가격 인상요구를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다"며 "다만 아직까지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번에 시멘트 가격이 인상되면 2014년 6월1일 이후 6년3개월여 만이다. 그동안 시멘트 업체들은 최저임금 인상, 주52시간 근무제로 인한 인건비 부담 가중, 화물차 안전운임제 적용에 따른 운반비 인상, 탄소배출권 구매부담, 수입 석탄재 환경관리 강화 부담, 대기배출부과금 등으로 가격인상 압력이 높아져왔다.

시멘트 업계는 현재 레미콘 업계에 대한 시멘트 공급가격이 지나치게 낮은 수준이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 국내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시멘트 t당 가격은 2003년의 6만6000원보다 4000~4500원 낮은 6만1500~2000원에 불과하다. 시멘트 가격은 수요 감소와 공급 확대로 17년 전 보다 낮게 형성된 상황이다.

올해 국내 시멘트 출하량은 4500만t으로 손익분기점 수준인 4200만t에 근접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쌍용양회, 아세아시멘트, 한일시멘트, 한일현대시멘트, 삼표시멘트 등 국내 시멘트 업체의 올 2·4분기 매출액은 2016년이후 4년만에 처음으로 일제히 역신장했다. 영업이익은 구조조정 등 허리띠를 졸라 가까스로 적자는 면했지만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8%에서 최대 17%까지 줄었다.

시멘트업계의 단가인상 움직임에 도화선이 된 것은 레미콘 가격인상이다. 건설업계와 레미콘업계는 반년에 걸친 가격 협상을 통해 내달 1일부터 레미콘 단가를 6만6300원에서 1400원(2%) 오른 6만7700원으로 결정했다.

레미콘 가격이 올랐으니 그 원료인 시멘트에도 인상분을 반영해야한다는 게 시멘트업계의 주장이다.


시멘트 업계 관계자는 "현재 시멘트 가격은 미국, 일본, 중국, 독일 등 주요 11개국의 평균 시멘트 가격인 t당 11만2000원에 비해 절반 수준"이라며 "6년간 시멘트 단가가 인상되지 않아 오히려 십여년 전 보다 가격이 낮아진 기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는 만큼 공급가격을 올리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레미콘 업계는 시멘트 업계의 갑작스런 가격 인상 요구에 불만은 표시하고 있다.


레미콘 업계 관계자는 “레미콘이나 시멘트 업계는 건설 등 전방산업이 어려워 양쪽의 경영환경이 악화돼 왔다”며 “이를 잘알고 있는 시멘트 업계가 사전 협의 없이 레미콘 가격 인상 결정과 동시에 기습적으로 인상을 요구하는 것은 너무하다”고 전했다.

kjw@fnnews.com 강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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