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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잉, 설계결함 고의로 은폐" 미 의회조사보고서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9.17 03:02

수정 2020.09.17 03:02

[파이낸셜뉴스]
보잉 737맥스 제트기가 6월 29일(현지시간) 운항 허가를 다시 받기 위한 시험비행을 마치고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의 보잉 활주로에 착륙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보잉 737맥스 제트기가 6월 29일(현지시간) 운항 허가를 다시 받기 위한 시험비행을 마치고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의 보잉 활주로에 착륙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보잉 737맥스의 잇단 추락은 보잉이 설계 결함을 은폐한데 따른 것이라고 미국 의회의 조사보고서가 결론냈다.

16일(이하 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 하원 운송위원회는 조사 보고서에서 보잉이 운항허가를 받기 위해 737맥스의 설계 결함을 조종사들과 규제당국 모두에게 속였다고 밝혔다.

737맥스는 2018년과 2019년 수개월 간 에티오피아와 인도네시아에서 잇따라 2차례 추락사고로 모두 346명의 목숨을 앗아간 바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보잉은 유럽 경쟁사 에어버스를 따라잡기 위해 절차를 무시하고 규제당국을 압박해 새로운 설계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어렵게 했다.


보고서는 또 미 규제당국들이 적절한 감독을 행하기보다 보잉을 기쁘게 하는데 더 관심을 기울였다고 비판했다.

보고서는 "(2차례 추락은) 보잉 기술자들의 잘못된 기술적 예측, 보잉 경영 일부의 투명성 결여, (미 연방항공청(FAA)의) 총체적인 불충분한 감독이 부른 가공할 재앙의 정점"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기술적 계산착오와 보잉 경영진의 판단착오가" 재앙의 바탕이 됐다면서 "아울러 수많은 감독 실수와 FAA의 책임 방기가 737맥스 추락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판단했다.

이날 보고서는 미 하원이 지난해 4월 이후 17개월간에 걸쳐 이뤄진 조사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5차례 공청회와 24차례에 걸친 면담, 60만쪽에 이르는 서류들을 토대로 보고서가 만들어졌다.

238쪽짜리 의회 보고서는 보잉이 맥스 신형 제트기를 만든 뒤 규제당국의 시험과 조종사 훈련 모두를 최소하하기 위해 어떻게 해왔는지를 세세하게 비춰주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의회는 보잉이 에어버스 신형 경쟁 항공기인 A320 니오에 선두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절차를 무시하고 FAA를 압박해 승인을 신속히 받아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보잉이 FAA를 성공적으로 설득해 엔진 가동이 중단되는 것을 막도록 하는 앤티스톨 시스템이 '안전에 필수적인' 시스템으로 분류되지 않도록 했고, 이때문에 많은 조종사들은 조종하기 전에는 이 같은 시스템이 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이로 인해 조종사들은 시스템에 결함이 나타나도 10초 이상이 지난 뒤에야 이를 알아챌 수 있었고, 그 결과는 '재앙적'이었다고 비판했다.

하원 운송위원회는 이어 조종사들에게 앤티스톨 센서에 문제가 있음을 알려줄 수 있는 경고 시스템도 737맥스 항공기 대부분에서 작동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보잉이 이 사실을 조종사들과 규제당국들에 고의적으로 은폐했고, 전세계에 737맥스를 인도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보잉은 최근 737맥스와 함께 대표 기종인 787드림라이너 생산결함 문제로 FAA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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