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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어지는 경기침체 그림자…고개드는 'L자형' 전망

뉴스1

입력 2020.09.17 06:01

수정 2020.09.17 10:33

아시아개발은행(ADB)의 야스유키 사와다(Yasuyuki Sawada) 수석이코노미스트. (출처=ADB 유튜브 동영상 캡처) © 뉴스1
아시아개발은행(ADB)의 야스유키 사와다(Yasuyuki Sawada) 수석이코노미스트. (출처=ADB 유튜브 동영상 캡처) © 뉴스1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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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성은 기자 = "경기회복은 'V자형'이 아니라 'L자형' 또는 '나이키형'(Swoosh-shaped)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더욱 높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의 야스유키 사와다(Yasuyuki Sawada)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지난 15일 '2020년 아시아 역내 경제 전망 수정(Asian Development Outlook Update)' 보고서를 발표하고 이 같이 말했다.

앞서 올 상반기만 하더라도 국내외에선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으로 경제가 급격히 회복되는 'V자형'이나 완만한 'U자형' 예상이 많았었다. 그러다 올 하반기 들어서도 전세계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자 최악의 시나리오인 'L자형' 전망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L자형은 장기침체 국면에서 코로나19 사태 이전으로의 회복이 심각하게 지연되는 상황을 일컫는다. 노동시장과 자본형성, 생산성 등 공급 측면을 포함해 경제가 구조적으로 상당한 타격을 입는 탓이다.


나이키형은 경제성장률이 가파르게 떨어진 뒤 점진적으로 회복하는 그래프다.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으로 경제가 회복되긴 하지만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이 특징이다.

ADB는 이 보고서에서 올해 아시아 45개 회원국의 GDP 전망치를 기존 0.1%에서 -0.7%로 하향조정했다. 반면 내년 평균 성장률은 당초 6.2%에서 6.8%로 올렸다.

이와 관련해 사와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2021년의 6.8% 반등은 올해와 비교했기 때문이며,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내년의 GDP는 예상을 밑도는 실적을 낼 것으로 보인다"면서 "1차 대유행이 지속하거나 재확산이 반복되는 주요 리스크가 남아 있다"고 했다.

그는 아울러 "장기간에 걸친 격리, 예방조치가 실행됨과 동시에 시장의 공급과 수요가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이는 생산능력 저하와 같이 경제에 오래가는 피해를 입히고 금융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세계무역기구(WTO)의 예측도 이와 다르지 않다.

WTO는 지난달 19일 전 세계 상품무역동향을 발표하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심각한 경제적 피해는 2021년 'V자형'의 강력한 무역 반등 전망이 지나치게 낙관적인 것일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면서 "경제와 무역 정책, 보건위기 전개 방향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아 L자형 회복이 현실적"이라고 분석했다.

전 세계 기업들의 우려도 커지는 양상이다.

이와 관련해 글로벌 경제분석기관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지난 4일부터 9일까지 162개 기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지역별로 유럽(32%), 북미(17%), 아시아태평양(17%) 등에 속한 기업들이 조사에 응했다. 참여 기업들은 전 세계에서 총 2조달러(약 2300조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으며 600만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고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설명을 붙였다.

그 결과 U자형 경제회복을 전망한 기업은 전체의 37%로 가장 많았다. 다만 지난 7월 조사에서 U자형이 38%였던 것에 비하면 1%포인트 낮아졌다.
그중침체를 의미하는 W자형 응답 비율도 지난 7월 35%에서 이번에 26%로 줄었으며, V자형을 예상한 기업은 5%에서 9%로 늘긴 했으나 비중이 적었다. 반면 L자형 회복을 전망한 기업들은 13%에서 20%로 대폭 늘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기업 5곳 중 1곳은 글로벌 경제가 L자 모양의 회복을 보일 가능성이 가장 높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이는 부분적으로는 금융위기를 유발할 정도로 경제활동이 약화될 가능성을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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